양육지원 시스템 구축에 ‘초점’

일본의 저출산 대응정책의 목표는 직접적인 출산아수 증대에 있지 않으며 안정적인 자녀양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일본은 직장과 자녀양육에 지장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 출산을 원하는 경우에는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해 출산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 추진정책은 남성을 포함한 노동부문의 변화와 지역사회의 자녀양육 지원체제 정비다. 남성을 포함한 노동의 변화는 기업이 노동자의 가정과 자녀양육을 고려하도록 현재의 노동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지역사회의 자녀양육 지원체제는 다양한 자녀양육 지원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육지원사업이 중심이 된다. 특히 보육지원은 취업모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전업주부의 자녀양육 지원 등의 모든 자녀양육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제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일본의 소자화(小子化) 대응 정책의 중심은 가족의 자녀양육 기능에 대한 지원으로 자녀양육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가족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일하는 여성에 대한 자녀양육 지원은 여성을 노동자라기보다 어머니로서 역할을 더 강조하는 의미가 강해 저출산 현상을 설명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증대 및 사회적 지위의 변화에 따른 정책적 대응은 매우 미약하다.실제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연기하고 또 결혼해도 출산을 기피하기도 한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의 2004년 8월24일자 기사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와 퇴직 강요 또는 파트타임으로의 전환 강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국 고용균등실의 개별 분쟁 조정 가운데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 건수가 2001년에는 61건, 2002년 77건, 2003년 96건으로 증가했다. 도쿄 노동국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의한 해고와 퇴직 강요를 받은 여성의 상담 건수가 2002년 95건에서 2003년 167건으로 늘어났다.또 임신과 출산 뒤 파트타임으로 전환을 강요하거나 육아휴직 복귀 뒤 휴직 전의 직위 및 업무에 비해 하급 직위와 다른 업무에 배치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과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 저출산 현상의 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이 변화되지 않는 한 소자화 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이에 일본 정부는 ‘차세대육성지원대책’을 통해 기업주 행동강령을 마련하는 등 기업의 행동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 유인책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인센티브는 육아휴직에 대한 정부의 장려금, 직장보육시설 설치 운영비 지원, 남녀고용균등 노력 사업주에 대한 표창 등이다. 기업에 대해 연차휴가 취득률 증대, 부모휴가제 의무화 등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하는 행태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해 상응하는 이익을 주어야 한다.미래에는 여성인력에 대한 기업의 고려가 기업경쟁력 강화의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을 기업이 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은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기업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실제로 여성인력활용과 기업의 경영업적과의 관계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 관리직 비율의 증가폭이 클수록 경쟁기업에 비해 자사의 업적이 좋아졌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5년 전에 비해 여성 관리직 비율이 대폭 증가했다는 기업이 5년 전 대비 매출지수가 173.7로 높게 나타났다.또 경쟁기업과 비교해 경영업적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는 기업도 여성 관리직 비율 증가폭이 클수록 높게 나타났다.2003년 현재 일본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11.8%이다. 여성 관리직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기업은 이익률이 7.7%로 관리직 비율이 평균 이하인 기업의 5.3%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기업이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 남성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기업을 위해 일하게 하고 관리직으로도 승진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에서 남성과 동등한 여성인력 정책 및 기업의 인식변화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일본 저출산 대응정책의 시사점일본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책수립에 수립에 고려해야 할 점은 출산율 저하의 추이와 현상에 대한 원인분석에 기초해 정책 기조가 적절히 변화해 왔다는 점이며 정책의 기본이념에 근거해 목표가 설정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정책이념과 핵심 정책에 있어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자녀양육의 사회적 책임 강조이다. 자녀양육의 일차적 책임은 가족과 보호자에게 있으나 국가와 사회 또한 자녀양육의 책임을 지닌다는 기본이념에 근거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이는 ‘부부출산율 저하’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응해 가족의 자녀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차세대육성지원대책’에 의하면 자녀양육의 사회적 책임에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영역뿐 아니라 민간영역인 기업에도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녀양육은 가족의 전적인 책임으로 간주되고 있어 잔여적인 자녀양육 지원의 개념에 근거해 취업모나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양육지원제도 구축이 우선시되고 있다.그러나 점차 자녀양육 및 교육비 부담이 증가하는데다 과거와 달리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자녀양육 전반에 대한 부담 증가라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분담에 대한 인식 및 구체적 추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한국의 경우 합계출산율 감소에 대한 영향에서 미혼화 및 만혼화에 의한 부분이 더 높으며 부부출산율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미혼화와 만혼화에 이어 부부출산율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든 아동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가족의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둘째, 직접적인 출산증가 유인정책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안정적인 자녀양육 환경정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출산 대응정책을 직접적ㆍ간접적 정책으로 나눠볼 때 직접적인 정책은 주로 아동에 대한 현금 및 현물 지원이다. 즉 아동 수당이나 출산 수당, 자녀양육비 지원, 자녀 부양비 소득공제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일본은 소자화 대책의 하나로 아동 수당 지급 대상 연령을 확대했다. 하지만 72년부터 존재해 온 제도라는 점에서 새로운 출산을 유도한다기보다 기존의 자녀양육에 대한 지원 강화의 의미를 더 많이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은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자녀양육 지원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자녀출산에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본이념을 두는 정책을 추진했다.셋째, 육아와 일의 양립 지원 정책에서 ‘남성을 포함한 일하는 방식의 재검토’를 위한 정책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부부출산율 저하라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모휴가제를 의무화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남성노동자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남성과 여성간에 평등한 육아분담이 가능하게 된다.또한 노동환경 측면에서 그동안 간과돼 온 남성노동자의 아버지로서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자녀양육 지원은 가족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맞벌이 가족의 취업여성에 국한되던 육아와 일의 양립지원이 자녀를 가진 모든 가족지원으로 확대되고 기업에 대해서도 직원의 가족 및 자녀양육 문제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일본의 소자화 대응정책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서구유럽에 비해 낮은데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 가족의 자녀양육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가족의 자녀양육 책임을 인정하고 있어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관점이 정책의 기저에 깔려 있다.이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녀양육과 일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여성들은 아이 낳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관계없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거나 기혼여성의 재취업이 용이하도록 재취업시 불이익이 없도록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자녀양육지원정책은 여성이 노동자로서, 어머니로서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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