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구성장률 마이너스 ‘추락’

합계출산율 1.16 ‘사상 최저’… OECD 평균 밑돌아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인구정책=산아제한’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경쟁력인 시대다. 각계 전문가들이 중국이나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10억명이 넘는 인구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구성장률이 둔화 추세를 보이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가히 인구감소 쇼크라 불릴 만하다.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는 통계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결과’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인구는 4,829만4,000명으로 지난 1970년 3,224만1,000명에 비해 1.5배 늘어난 숫자다.현재의 인구성장률 추이대로라면 2020년에 4,995만6,000명을 정점으로 한국의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에는 4,932만9,000명, 2050년에는 4,234만8,000명으로 점차 인구가 줄게 된다.비율로 보면 2005년 현재 0.44%인 인구성장률이 2010년에는 0.34%, 2020년에 0.01%로 낮아진 뒤 2030년에는 -0.28%, 2050년 -1.18%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인구가 줄어드는 데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은 크게 최근의 저출산 경향과 수명연장에 따른 사회변화 때문이다. 출생아수와 사망자수가 동시에 줄면서 나타나는 사회 고령화로 인한 갖가지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먼저 저출산 문제는 합계출산율의 추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수를 말하는 것으로 70년 4.53명 수준이던 것이 80년 2.83명, 90년 1.59명, 2000년 1.47명으로 줄었다. 2002년 1.17명을 고비로 2003년에 1.19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1.16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이미 83년에 대체출산율(현재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인 2.1명까지 낮아졌던 합계출산율의 이 같은 급격한 저하는 고령화를 가속시키는 요소인 동시에 인구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실제 2004년 출생아수를 봐도 47만6,000명으로 70년 100만7,000명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이는 90년(65만9,000명)에 비해서도 18만3,000명이, 2000년(63만 7,000명)에 비해서도 16만1,000명이 감소한 수치다.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OECD의 2002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1명, 프랑스 1.89명, 영국 1.64명, 일본 1.32명 등으로 같은 시기인 200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 1.17명보다 많다.이처럼 저출산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미혼의 싱글족이 늘고 있고 기혼자라 하더라도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80년에 42.8%였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90년에는 47%, 2000년에는 48.6%로 꾸준히 늘더니 2004년에는 49.8%를 기록하는 등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다.특히 연령별로는 주출산연령층 중에서도 25~29세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25~29세 연령층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0년에 32%에서 90년 42.6%, 2000년 55.7%, 그리고 지난해 63.7%로 같은 기간의 여성 전체의 경제활동참가율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여준다.이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8~21세 여성의 대학 재학률이 85년 15.2%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4년에는 5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미혼인 경우 더욱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기혼여성은 여전히 양육과 가사를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혼 직장여성의 경우 직장과 가사를 택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미혼 직장여성은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이 자연히 이어지게 된다. 통계청이 밝힌 평균 초혼 연령은 2003년 기준으로 남자 30.1세, 여자 27.3세다. 81년에 비해 남자는 3.7세, 여자는 4.1세 높아졌다. 여자의 경우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져 90년에 24.8세였던 초혼 연령이 2004년에는 27.5세로 부쩍 높아졌다. 초혼 건수로 보면 여자는 2004년 24만 5,000건으로 81년 비해 10만5,000건, 90년에 비해 12만6,000건, 2000년에 비해 4만건이 줄었다.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초혼 건수가 줄고 초혼 연령이 높아진 데는 가정 내 가사분담의 불평등이 한몫을 했다.지난 2003년 발표된 2002년 사회통계조사 결과(통계청)에 따르면 가사를 부인이 전담한다는 응답이 37.9%, 주로 부인이 맡는다는 응답이 51%로 공평분담하거나 주로 남편, 또는 남편이 전담한다는 응답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았던 98년 조사결과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어서 가사업무 부담이 여성의 저출산을 부추기는 간접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8년 조사결과는 부인이 전담한다는 응답이 44.9%, 주로 부인이 담당한다는 응답이 47.1%였다.OECD의 취업전망 자료를 통해 본 나라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비교 수치에서도 한국여성의 저출산 배경은 드러난다. 한국의 출산휴가 기간은 2001년 기준 13주로 덴마크(30주), 스웨덴(64주) 등 유럽국가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붕괴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된 데서도 그 유발요인을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고용불안은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자 비중 추이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는 1,496만8,000명으로 이중 63.4%가 정규직 근로자, 나머지가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2001년 8월에 정규직의 비중이 73.2%였던 것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또한 이처럼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재취업이나 전직을 지원하는 사회 인프라는 약한 편이다.OECD의 2004년 취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교육이나 취업알선 등 고용지원을 위한 공공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낮은 수준이다. 2002년 한국의 고용지원을 위한 공공지출 규모는 GDP의 0.41%로 일본의 0.76%, 미국의 0.71%, 덴마크 4.63%, 벨기에 3.65%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이처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면서 청년층의 비중이 줄고 노령층의 비중이 커지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가 당장 사회 고령화에 따른 폐단으로 현실화된다는 이야기다.그런데 이 같은 고령화에는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한 수명연장이라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한국의 평균수명은 2005년 현재 77.9세로 선진국 평균인 76.2세에 웃도는 수준이다.82.1세인 일본의 평균수명이나 이탈리아의 79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2050년에 이르면 83.3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선진국 평균수준 예측치인 81.6세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은 낮아지는 가운데 이처럼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연령계층별 생산가능인구 비율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중 2005년 현재 5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25~49세까지의 구성비는 2050년이면 45.2%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현재 생산가능인구 중 20.5%를 차지하고 있는 50~64세의 인구는 2010년에 25%, 2020년에 33.2%, 2030년에 37.2%로 높아진 뒤 2050년에는 25~49세 구성비와 큰 차이 없는 40.5%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의 71.8%에서 53.7%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2005년 현재 한국의 0~14세 유년인구 구성비는 19.1%로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에 비해 높아 아직은 젊은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이 역시 2030년에 이르면 11.2%로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UN 분류)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또한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05년 현재 9.1%로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 수준에 비해 낮지만 2030년 24.1%, 2050년 37.3%로 선진국(25.9%)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이미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인구비율이 7.2%에 달해 고령화 사회(노령인구 비율 7%이상)에 들어섰다. 앞으로 2018년이면 이 비율이 14.3%에 이르러 고령사회(노령인구 14%)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8%가 돼 초고령사회(노령인구 20%이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결국 26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어서 역사상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셈이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155년, 이탈리아가 81년, 일본이 36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26년은 통계청의 추계자료에 따른 것으로 최근의 낮은 출산율을 들어 이보다 더 단축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기관도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젊은층의 노인부양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역시 통계청의 추계자료에 나와 있는 ‘부양비 및 노령화 지수’ 분석결과를 보면 2005년 현재 노년부양비는 12.6%로 10년 전인 95년 8.3%에 비해 4.3%포인트 증가했고 이는 2020년에 21.8%, 2030년에는 37.3%, 2050년에는 69.4%로 그 수치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12명 남짓인 지금과 달리 2050년에는 70명 가량을 돌봐야 한다는 얘기다.이로써 200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지만 2020년에는 4.6명이, 2030년에는 2.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수치가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수준에 이르게 돼 결국 젊은층 1명이 노인 1명을 돌보는 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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