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대쇼크, 대한민국이 시들고 있다

Ⅰ. 서기 2954년, 인구 0명?SF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다. X파일의 한 구절도 아니다. 요즘 출산율을 인구에 대입해 산출한 냉혹한 미래의 모습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민족이 멸종한다는 이야기다.한국인구학회 조사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1.2명(2004년 현재 1.16명)으로 지속될 때, 4,800만명선인 한국인구는 2015년 4,900만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55년 3,400만명, 2300년에는 31만명만 남게 된다. 계산을 연장하면 2954년 한국엔 단 한 명도 남지 않는다.Ⅱ. 2040년 잠재성장률 1% 미만한국개발연구원이 출산율 수치를 감안, 예측한 것이다. 굳이 950년 뒤 멸망을 걱정할 것도 없이, 갈수록 경제가 맥을 못출 것이란 이야기다. 잠재성장률이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우울한 일이다. 아무리 애써봐야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니 나라 살림도, 개인의 삶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Ⅲ. ‘싱글이어도, 아이 없어도 상관없다’‘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안 하는’ 비혼(非婚)이 트렌드다.지난 5월 전광희 충남대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혼을 미루거나(32%), 결혼 계획이 없다(17%)는 응답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또 19~25세 기혼자 가운데 절반(50%)은 ‘출산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 10월 서울시 조사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이 ‘꼭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선택, 출산도 선택인 시대다.Ⅳ. 산부인과 ‘먹고살기 힘들어’요즘 종합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인기 ‘꽝’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가정의학과 등은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산부인과는 여간해서 정원을 채우기 힘들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줄고 수입도 예전 같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월평균 소득은 안과(1,224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는 폐업률 1·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피부관리실 등 외모를 가꾸는 업종은 나날이 인기 상승 중이다.최근 저출산 문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유럽 선진국의 일로만 알았던 출산 감소 현상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산아제한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 4.5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이제 1.16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인구감소가 본격화된 일본보다 낮은 것은 물론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밑도는 수치다. ‘자식이 재산’이라며 대책 없이 낳던 나라 한국은 4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안 낳는 나라가 됐다.문제는 저출산의 영향과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 인구가 본격 감소하고 2026년에는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는 예측을 들어, 15년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하지만 현실은 ‘쇼크’ 이상이 될 수도 있다. SBS가 컨설팅업체 매킨지와 함께 예상한 ‘미래’는 처참할 정도다. ‘불과 20년 뒤면 1명이 벌어 1명을 부양하는 인구피라미드의 대역전이 발생한다. 국민연금 재정은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붕괴되고 의료체계도 견뎌내지 못한다. 개인은 소득의 50% 가까이 ‘공제’당하고 따라서 가정도 해체 위험이 커진다. 더구나 한국은 이 모든 충격을 1만달러 수준의 경제에서 얻어맞게 된다’는 가설이다.전문가들도 ‘빨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광희 교수는 “고령화 대책을 부르짖는 사이 저출산 문제를 간과했다”면서 “사회복지, 국가재정, 경제성장 등에서 상상외의 재앙을 안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국회의원인 안명옥 의원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사회 공감대는 아주 약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인구감소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 기업, 개인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과 양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저출산이 복합적인 원인을 갖고 있는 만큼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고 나면 저출산의 그늘이 확연히 보일 것”이라면서 “출산친화적 직장과 사회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