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김치로 ‘서구화된 입맛’ 유혹

‘김치시장도 우리가 접수한다.’ 지난 6월 기회를 노리며 안으로 힘을 키웠던 풀무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국산 해산물과 야채로 만든 ‘천연양념’을 버무린 ‘풀무원 천연양념김치’를 내놓은 것.김치사업은 식품명가 풀무원이 뒤늦게 뛰어든 분야다. 1986년 김치박물관을 설립할 정도로 김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나 정작 2001년이 돼서야 ‘풀무원 김치’를 내놓으며 치열한 시장쟁탈전에 가세했다.하지만 이미 국내 김치시장은 두산의 종가집 김치가 60% 이상을 잠식하고 있었다. 순수 식품업으로 사세를 키운 풀무원이지만 두산의 벽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두산에 이은 2위자리를 놓고 동원F&B와 티격태격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풀무원 천연양념김치’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풀무원의 첫 번째 카드다. 친환경 이미지가 강한 풀무원의 색깔을 최대한 드러냄으로써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우선 환경친화적인 원료를 고집했다. 주원료인 배추를 산지에서 재배할 때와 입고하는 과정에서 2회에 걸친 잔류농약 안전검사를 통해 기준의 2분의 1 이하의 배추만 사용했다.인공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았다. 다시마, 톳 등 5가지 해산물과 4종의 야채로 만든 천연양념을 사용해 아삭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배지현 김치 프로덕트 매니저는 “김치냉장고에서 익히는 김치에 인공조미료가 첨가돼 있으면 맛이 텁텁해지기 쉽기 때문에 김치 맛을 해칠 수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천연양념을 개발했다”고 전했다.이 밖에 김치에 이물질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엑스레이 투시기로 제품 속의 금속을 검출하고 있다. 원료를 고를 때도 조명을 밝게 해 배추잎 한장 한장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을 정도다.새로 나온 풀무원의 천연양념김치가 김치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포장김치시장에서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갔다는 업계 분석도 나오고 있다.하지만 당장에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풀무원 관계자도 “언젠가는 1등으로 올라서야겠지만 지금은 완벽한 2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빠른 시간 내 두산을 따라잡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확고한 2위를 유지한 채 서서히 시장 판도를 바꿔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배매니저는 “기존 시장을 따라가기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점을 최대한 살려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그중 하나는 제품의 컨셉을 기존과 달리 가져가는 것이다. 김치는 전통적으로 김치찌개, 김치전 등 반찬류에 쓰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 풀무원은 이렇게 서구화된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겠다는 복안을 숨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피자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김치 등 퓨전형태의 김치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신제품은 오는 12월에 첫선을 보인다.유통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제까지 풀무원은 주로 할인점, 백화점, 슈퍼마켓 등 일반유통에 의존했다. 향후에는 홈쇼핑이나 식당 납품 등도 고려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풀무원은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고 2006년에는 12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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