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유일한 공단… IT기업 새 요람

올 완공 5채 아파트형 공장에 352개사 새로 입주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도는 11월 중순.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성수역에서 내리면 건설 중인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대형 아파트형 공장들이다. 오랜만에 성수공단을 찾았다면 색다른 풍경일 것이다. 성수전철역에서 바라보면 과거에는 납작한 공장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그러나 성수역 대로를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면 칙칙한 공단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2~3층 규모의, 기름때로 얼룩진 영세한 공장들과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인쇄ㆍ섬유ㆍ전자업종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지금 물밑에서 거대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성수공단은 성동구 성수동2가 준공업지구(64만여평)를 가리킨다. 남쪽으로 뚝섬과 한강, 북서쪽으로는 화양동과 인접해 있다. 주로 직원수 5∼30명 정도의 제조업체 약 3,000개사가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성동구 내 제조업체 5,590여개사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새로 생기는 아파트형 공장들에 첨단 벤처기업 및 알짜배기 중견 제조업체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조성되기 시작해 지난 50년 동안 ‘마치코바(소규모 공장)의 천국’으로 알려졌던 이곳은 이제 ‘벤처ㆍ중소기업들의 요람’으로 변하고 있다.성수역에서 성수1가 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남영빌딩.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사 온 다리네트웍스는 3층에 제조업 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냉동 시스템을 접목한 아이스크림 자동판매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청담동에서 이전해 왔다. 보증금 5,400여만원, 월세 및 관리비 640여만원을 주고 입주했다.정현균 다리네트웍스 부사장(50)은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다가 직접 제조를 하려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 이전을 결심했다”며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고 시내도 가까운데다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등이 인접해 있어 교통여건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화물용 엘리베이터 등 설비도 좋지만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돼 있어 직원들도 만족한다고. 정부사장은 “서울에서 제조업하기에 이만한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성수공단의 특징은 기존 공장을 10여층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들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200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형 공장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15개의 아파트형 공장 건물이 이곳에 몰려 있다. 입주한 업체수만도 300개사에 달한다. 영동테크노타워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은 모두 다섯 채로 올해 352개 업체가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이곳의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은 분양가가 구로동보다 10∼20% 이상 비싼 평당 450만∼500만원선이지만, 업체들의 관심은 높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지만 추후 기업을 하기에 잠재적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올 들어 이 지역에 대한 신규투자는 급감했다. 투기제한지역으로 지정돼 공장 신ㆍ증축 허가가 내년 6월까지 나오지 않고 이후에는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이 지역을 첨단 바이오ㆍ정보기술 단지로 조성할 것이란 개발계획이 흘러나오면서 기존 입주기업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그래도 잠재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4월부터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형 공장 우림이비즈(우림건설)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사옥이나 공장을 마련하면 자산 면에서 차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IT분야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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