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기계화·안전관리 ‘급선무’

김치는 국내 소비량이 150만t에 달하는 매력적인 상품이나 한국의 김치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김치가 이미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CODEX) 규격이 정해져 수출입이 활발한 국제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김치종주국에 안주해 김치의 산업화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김치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면 품질향상과 생산성 증대라는 산업화 과정을 서둘러 추진해야만 한다. 경쟁력 강화의 기본은 품질향상과 생산성 증대에 있으므로 한국 김치의 경쟁력 강화방안도 여기서 찾아야 하고 그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본다.첫째는 품질관리를 통한 고급화이다. 품질을 고급화하려면 먼저 품질관리기술이 확립돼야 한다. 김치의 품질을 관리하려면 우선 배추, 무, 고추 등 원료농산물이 김치의 생산에 적합하게 표준화된 품질로 생산돼야 하고 다음으로 공장에서는 표준화된 제조공정에 따라 일정한 품질의 김치로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표준화된 김치가 최상의 품질상태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저온유통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처럼 김치의 품질관리는 원료생산농가, 김치제조공장, 유통업체가 삼위일체가 돼 품질을 표준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중 제조공정의 품질관리는 제조공정이 인력이 아닌 기계에 의해 관리돼야 가능하다.둘째, 기계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이다. 김치의 제조원가는 재료비 60%, 노무비 20%, 경비 20%로 구성되므로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료비를 절감해야 한다. 이는 국산 원료의 가격을 중국산 원료 가격에 근접할 수 있도록 좀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려는 생산자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김치공장, 채소농가, 소비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相生)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다음으로 노무비를 줄여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나 한국 김치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생존ㆍ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김치를 공장에서 생산한 역사가 20여년이 지났지만 공장김치의 생산실태는 아직도 가정김장체계를 단순히 공장건물 안으로 옮겨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일례로 지금도 김치를 하루에 한 번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배추를 절이는데 15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배추를 3시간 만에 절일 수 있는 기계설비를 개발한다면 같은 시간에 5배나 많은 김치를 생산할 수 있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김치의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적자공장은 노무비의 비중이 흑자공장보다 17%나 높았던 것이 주요 적자원인으로 분석됐으므로 적자공장이 흑자로 전환하려면 제조공정을 기계화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국 김치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환해야만 중국의 저임금에 기반을 둔 수입김치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제조설비의 기계화 연구개발을 통해서 가능하다.셋째,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된 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이다. 중국산 김치뿐만 아니라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이 김치 자체를 안전하지 못한 식품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김치는 삼국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어오면서 안전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한 식품이다. 또 과학적으로도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유기산과 박테리오신이 유해균을 사멸시켜 안전하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기생충 알은 원료채소의 재배과정에서 분뇨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됐을 것으로 추측되나 제조공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품의 안전관리체계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되게 구축돼야 효과적이다.따라서 김치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원료채소의 재배단계에서는 ‘우수농산물관리규범’(GAPㆍGood Agricultural Practice)에 따르고 생산단계에서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준수해 ‘모범제조규범’(GMPㆍ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맞출 수 있어야 하고 안전관리부서도 일원화돼야 한다.지금은 한국 김치의 위기이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김치 제조공정을 기계화해 안전한 김치를 우수한 품질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면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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