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지속…양극화 재편 가속

업계 시장규모는 연간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많게는 얼추 2,500억원까지 제시된다.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는 탓에 출처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매출기준이 뭐냐에 따라 시장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한국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예상매출액(시장 전체)은 2,200억원이다. 마케팅조사가 88%(1,90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중에선 국내조사(1,400억원) 비중이 절대적이다. 다른 한 축인 여론조사는 12%(300억원)에 불과하다. 마케팅조사는 대부분 통신, 가전, 생활용품, 식음료 등에서 이뤄진다. 특히 치열한 경쟁이 한창인 통신부문의 조사욕구가 커졌다.총매출액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다. 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 자료를 보면 1996년 450억원(약 4,500만달러)에서 올해는 2,700억원(약 2억6,900만달러)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3~4년간 목격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두 자릿수 이상 고속성장을 반복해서다. 이대로라면 2007년에는 시장규모가 무려 3,900억원(약 3억8,600만달러)대로 불어날 게 확실시된다. 성장곡선의 가파른 상승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실제로 매년 사상 최고치 실적기록을 갈아치우는 회사가 적잖다.고무적인 건 향후 전망이다. 대표적인 호재로 꼽히는 조사수요 증가가 성장곡선의 기울기를 한층 가파르게 끌어당길 확률이 높아서다. 흔히 리서치의 적정 시장규모를 광고시장의 10%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4대 매체 광고비는 연간 6조원대다. 이론대로라면 10%인 6,000억원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3,000억~4,000억원의 잠재시장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비교해도 성장성은 남아 있다. OECD 회원국의 1인당 조사비용은 10달러임에 비해 한국은 절반도 안되는 4.7달러에 머무른다.업체수도 급증세다. 역시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대략 100개 내외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80년대에는 10여개에 불과했다. 35개사가 협회(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에 소속돼 있다. 협회 멤버는 아니지만 약 40개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시즌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사장은 “선거 때 반짝 활동하고 사라지는 것까지 합하면 300개사 이상일 것”이라며 “여기에 지방 군소업체까지 합하면 엄청난 수준”이라고 전했다. 종사인력은 약 2,0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조사연구원은 절반에 못미치는 800~900명대로 알려졌다.시장이 커진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리서치에 대한 대중인지도가 높아졌다. 여론ㆍ출구ㆍ시청률조사 등을 통해 이제 리서치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는 리서치 자료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연결된다. 기업고객(마케팅조사)의 수요증가는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조심스러운 투자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익예측이 가능한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경기는 불황인데 조사업계 성장률은 평균 이상을 유지한 배경이다. 리서치 합류 기회도 확대됐다. 사후적인 시장점유율 조사를 넘어 이제는 제품출시 전 기획단계에서 리서치가 붙는 게 일반적이다.업계 매출구조는 철저히 양극화돼 있다. 몇몇 상위회사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종의 독과점 상태다. 나머지는 숫자는 많아도 매출비중이 미미하다. 특히 상위 빅5의 중량감이 절대적이다. 빅5는 AC닐슨코리아ㆍTNS코리아ㆍ한국리서치ㆍ리서치인터내셔날ㆍ한국갤럽 등이다. 이들의 연간 매출은 각각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리서치 노사장은 “빅5가 시장의 50~60%를 차지한다”며 “매출액으로 보면 연간 약 1,2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5년 기준 시장의 55%가 빅5의 몫이다. AC닐슨코리아 권오휴 사장도 비슷한 코멘트를 보탰다. 그는 “매출 200억원대의 빅5가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고 평가했다.특히 상위 빅3의 시장지배력이 크다. AC닐슨코리아ㆍTNS코리아ㆍ한국리서치 등의 3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빅3의 순위공방도 치열하다. 협회 자료(2004년)로 보면 앞의 열거순서로 매출순위가 잡히지만, 개별회사의 반응은 다르다. 평가기준에 따라 순위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리서치인터내셔날과 한국갤럽이 근소한 차이로 이들 빅3를 추격한다. 반면 5위권과 그 밖의 격차는 비교적 멀찍이 떨어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사이즈가 조금씩 늘어나는 가운데 상위권 회사의 매출독점이 특히 고착화되고 있다”며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고 전했다.외국계와 토종이 벌이는 치열한 대결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외국계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토종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추세다. 현재 상위 10개사 중 절반이 외국계 라벨을 달고 있다. 당장 빅5 중 3곳(AC닐슨코리아ㆍTNS코리아ㆍ리서치인터내셔날)이 외국계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의 시장점유율은 65% 이상이다. 외국계의 시장장악 역사는 대략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시장지배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조사시장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마케팅조사가 이들의 주력파트다. 토종의 대표주자는 한국리서치ㆍ한국갤럽 정도다. 한국갤럽의 경우 겉모양은 외국계지만 실제로는 토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다크호스’의 등장도 화젯거리다. 소규모 자본ㆍ인력에 업력까지 짧지만 놀라운 성장세를 자랑하는 신인강자들의 출현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글로벌리서치다. 설립된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앙팡테리블’로 손색이 없다. 꾸준한 매출증가로 현재 흑자를 기록 중이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설립 때부터 부동산ㆍ패션ㆍ유통조사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유통ㆍ화장품 CEO를 비롯, 언론인ㆍ교수 등 주주로 참가 중인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아파트 분양예측과 상품ㆍ리조트개발 등에 대한 평판이 높다. 여세를 몰아 내년부터는 사회정치 여론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텔루스도 많이 컸다. 규모는 아직 중위권이지만 경쟁력만은 업계 상위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리서치ㆍ컨설팅사 출신의 전문가들로 뭉친 회사다. 해외 전문기업들과의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리서치 출신(사회조사연구소장)인 박수일 사장이 이끌고 있는 인사이트리서치도 주목받는 회사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단골고객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과의 네트워크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라는 평가다.M&A 바람도 조심스레 일고 있다. 포문을 연 건 미디어리서치다. 최근 세계 10대 여론조사 그룹 중 하나인 밀워드브라운이 업계 7위 규모인 미디어리서치를 합병했다. 밀워드브라운은 세계적 광고ㆍ리서치ㆍ마케팅그룹인 WPP그룹의 자회사다. WPP그룹은 앞서 LG애드ㆍ금강기획을 인수한 바 있다. 한국리서치 노사장은 “요즘 조사업계에도 외국자본의 M&A가 이슈로 등장했다”며 “독자생존이 어려운 적잖은 중소업체가 외국계의 M&A에 호의적인 입장인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파워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중소업체의 고민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인력난이다. 글로벌리서치 지사장은 “엄청난 이직률에서 보듯 모래알 조직력에 따른 인력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허리(중간관리직)를 구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밝혔다. 업무로드가 세 경력 2~4년차 직원이 업계를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예 업종을 전환하거나 리서치가 필요한 대기업이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리서치 노사장도 “웬만한 중소업체치고 인력유출에 비상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 육성을 위한 훈련기회도 적다. 신입사원이 실전에 투입되는 경우도 적잖다. 브랜드가 약한데다 자금력까지 부족해 중소업체의 고민은 태생적인 악순환을 면치 못한다.요즘 업계는 해외(수출)조사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과거엔 없었던 신규시장으로 새롭게 부각된 까닭에서다. 현재 해외조사 시장규모는 약 400억원대다. 현지법인이 현지 조사회사에 의뢰한 경우는 제외한 수치다. 연 20~30% 이상의 상승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AC닐슨코리아 권사장은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해외 시장자료를 원하는 수요가 급증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외국계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조사의 수요급증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발주규모가 대폭 늘었다. 한국리서치 노사장은 “2000년대 이후 국내시장은 연간 10% 정도 성장했지만, 해외조사는 25~30%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해외마케팅 자료를 받아보려는 기업 요구가 늘었기 때문이다.신규 매출처로 꼽히는 블루오션은 또 있다. 여기엔 사회정치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정치여론ㆍ공공기관 수요다. 지금은 리서치시장의 10%대 비중에 불과하지만, 성장여력은 적잖다. 글로벌리서치 지사장은 “사회정치 여론조사는 대부분의 업체가 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라며 “탁월한 경제성에 인지도 상승이란 덤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특히 공공기관과 국책사업 프로젝트가 매력적이다. 한국리서치 노사장은 “정부의 신사업 타당성 확인ㆍ정책개발조사, 공공기관 패널조사 등이 늘고 있다”며 “과거 리서치를 이용하지 않던 분야까지 새롭게 시장에 편입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기업 니즈도 있다. 단순조사를 넘어 기업전략ㆍ컨설팅ㆍ시장전망에 대한 폭넓은 분석ㆍ제언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과 금융(은행ㆍ보험)기관의 의뢰도 느는 추세다.리서치업계가 당면한 과제도 적잖다. 여기엔 업계의 내적변화가 우선된다. 일단 선진적인 자료수집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문제다. 신뢰성에 훼손을 주는 가정방문 대면면접보다 전화면접ㆍ패널조사(현금지급이 계약된 응답자 활용) 등의 빈도를 높여야 한다. 후계자 양성도 필요하다. 전문경영인이든 2세든 기업의 영속성 보장과 무관하게 창업자가 팔아버리는 케이스가 적잖아서다. 글로벌화도 급선무다. 외국계와 경쟁하고 급증한 해외수요에 부응하자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다. 의뢰기업과 조사업계의 대등한 관계유지도 개선이 필요하다.덤핑경쟁도 도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덤핑수주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제살 갉아먹기인 까닭에서다. 덤핑은 곧 고객사의 경쟁력 저하를 의미한다. 때문에 자칫 업계 전체의 신뢰도 추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덤핑을 막을 강제규정도 없다. 협회가 나서면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매출 부풀리기도 같은 맥락에서 심각한 과제다. 정당하고 객관적인 평가ㆍ대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최근엔 시장을 정화하고 더 키우기 위한 업계의 자체 노력도 목격된다. 리서치 결과에 대한 효과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품질향상에 초점이 맞춰진다. 산업자원부 지원으로 진행 중인 표준화 작업이 대표적이다. 박보미 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 사무국장은 “산업표준화처럼 리서치의 모든 과정을 일련의 프로세스로 통일시키는 프로젝트”라며 “현재는 시작단계로 2007년이면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조사업종도 하나의 유력한 산업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협회 차원의 자구책도 있다. 품질향상을 위해 불성실한 면접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공유하기로 했다. 1년에 3~4차례 모여 노하우와 정보를 나누는 모임도 상설화됐다.돋보기 / ‘빅3’ 분석3사3색 … 차별화 주력AC닐슨코리아는 업계 선두주자다. 80년 창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리서치회사로 전국 4개 도시에 사무소를 갖췄다. 매출ㆍ임직원 규모 등이 업계 ‘No.1’이다. 특히 마케팅조사에 전통적인 막강파워를 갖고 있다. 생활용품ㆍ담배ㆍ음식료ㆍ약 등을 다뤄본 경험이 많다. 최근엔 가전ㆍIT분야 조사가 많이 늘었다. AC닐슨코리아 권오휴 사장은 “향후 유통사별 성과분석을 비롯한 고객별 맞춤형 리서치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는 80년(1923년 창립) 이상의 업력을 자랑한다. 10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2만여명의 글로벌 임직원이 활동 중이다.TNS코리아도 업계 선두기업 중 하나다. 1984년 국내에서 마케팅 조사사업을 시작했다. 선거결과를 둘러싼 예측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2002년 16대 대선에선 1% 미만의 오차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마케팅ㆍ정치사회ㆍ패널조사에 다양한 조사ㆍ분석모델을 제공 중이다. TNS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조직과 연계된 전문산업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설문지의 30%를 검증하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TNS는 세계 2위(유럽 1위) 전문그룹이다. 80여개국에서 활동 중이다.한국리서치 역시 업계 톱 수준의 규모ㆍ성과를 자랑한다. 마케팅조사만 놓고 보면 한국리서치가 업계 1위란 분석까지 있다. 24년간 축적된 6,000여건의 조사 데이터뱅크가 타사와의 차별적 강점으로 손꼽힌다. 한국리서치 노익상 사장은 “오랜 역사만큼 월등한 조사품질이 장점”이라며 “고객이 만족하는 자료제공 덕에 현재 5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리서치는 회사만큼 CEO의 이름도 유명하다. 노사장은 리서처 출신 CEO로 본인 자체가 빼어난 브랜드파워를 보유했다. 경쟁사 CEO가 전문경영자인 것과는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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