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조 시장을 잡아라

은 세계를 흥분시킨 영화다. 서너 번씩 봤다는 영화팬들이 수없이 많다. 뉴질랜드는 이 영화 3편으로 환호성을 터뜨렸다. 극장수입만으로 28억6,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를 벌었다. 1ㆍ2편의 DVD 판매와 대여시장 수익금이 5억8,400만달러나 된다. 뉴질랜드 영상산업은 단번에 164%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기쁨을 누렸다. 뉴질랜드는 이후 할리우드영화의 촬영지로 각광받았다. , 등이 뉴질랜드에서 촬영된 작품들이다.이렇게 되자 단역배우, 세트장 건설, 숙박 및 음식업 등 관련산업에서 약 2만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됐다. 주인공인 프로도의 이름을 딴 ‘프로도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정부의 적극적 후원으로 영화, 음악, 방송산업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뿐만 아니다. ‘뉴질랜드’라는 국가 브랜드의 광고효과는 4,8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수는 이전보다 5.6% 늘어났다.은 문화콘텐츠산업의 강력한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 경우다. 유사한 사례는 찾아보면 적잖다.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로 2003년 한해 동안 6조3,8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로열티 수입만 해마다 20억원에 달하는 ‘둘리’, 세계 72개국에 수출된 ‘뿌까’ 캐릭터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잠재력을 과시한 일등공신이다.게임도 아케이드게임과 콘솔게임에서는 일본에 밀리지만 온라인게임에서는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창업주들은 벤처갑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시장의 62%를 석권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 역할을 주로 했던 한국 애니메이션도 기획력과 시나리오만 뒷받침된다면 일본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송드라마, 영화, 음반 등은 세계시장은 몰라도 아시아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드라마 , 가 대형홈런을 쏘아올리며 아시아를 강타했다. 지난해 우리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액은 7,146만달러(약 714억원)다. 이는 2003년에 비해 69.9%가 증가한 것이다.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은 1,20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약 44조원을 자랑한다. 이는 NF쏘나타 200만대를 수출한 것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정부건 기업이건 문화콘텐츠산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문화관광부 산하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된 것이 지난 2001년이다. 그제야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게임 이외에 캐릭터, 만화, 음악 등의 해외진출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태였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직원 10명 미만으로 영세했다.지금은 어떤가.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는 법안까지 만들어가며 지원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학들도 애니메이션학과, 만화학과 같은 관련학과 개설에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최근 잠잠하던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앞장을 섰다. SK텔레콤은 YBM서울음반을 인수하고 종합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IHQ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문화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KT도 콘텐츠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서 공격적 인수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9월 초 국내 최대 영화제작업체 싸이더스의 자회사인 싸이더스FNH에 출자, 지분 51%를 사들이면서 SK텔레콤과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일반 대기업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CJㆍ오리온ㆍ대성 등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이처럼 분위기는 무르익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기업은 늘었지만 전문인력 수급은 제자리걸음이다. 관련학과가 이곳저곳에서 개설됐지만 당장 쓸 만한 인력은 거의 없다. 인기 위주의 학과 설립도 문제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관련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장기 플랜을 갖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장기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들린다. ‘뿌까’ 캐릭터로 유명한 부즈의 김유경 부사장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식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김부사장은 “정부나 기업이 장기 비전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며 “업계의 네트워크나 비즈니스 경험을 시스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은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형편이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의 게임과 캐릭터가 유럽시장에 진출하고, 드라마와 영화가 아시아를 휩쓴 것은 의미심장하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후 승부처가 바로 문화산업”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문화콘텐츠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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