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먹는 주부 잡아라’… 고객몰이 ‘후끈’

본격적인 김장철인 11월과 12월 유통업계는 ‘김치 마케팅’으로 분주하다.백화점과 할인점은 저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붙인 김치 행사를 펼치고 있다.롯데백화점은 ‘김장김치 대축제’를 열었다. 김치 관련 제품을 당일 1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가운데 280명을 추첨해 ‘체험 마케팅’을 선보인다.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당첨된 고객은 충북 진천의 동원F&B 김치공장을 견학하게 된다”며 “김치공장 투어 후에는 직접 담근 김치를 집에 가져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은 11월3일까지 김장김치 예약판매를 받았다. 이 기간 중 종가집, CJ, 동원 등의 김치를 예약ㆍ구매하면 지정 품목을 20∼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행사였다.롯데마트 역시 11월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김장배추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예약한 배추는 11월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김장재료 모음전’ 기간에 고객이 지정한 날짜에 직접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날짜를 정하는 일종의 ‘맞춤형 마케팅’이다.롯데마트는 판매하는 배추가격이 다른 할인점의 가격보다 비싸면 차액을 보상해 주기로 했다. 유통업계의 배추 판매경쟁을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롯데마트가 올해 확보한 배추물량은 100만통이다. 지난 8월부터 산지와의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12만통보다 8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무 또한 50만개를 준비, 활활 타오르는 김치 마케팅 열기를 느낄 수 있다.이마트는 배추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100만통의 배추를 확보했다. 배추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한 이마트는 90만통이던 이전 계획에서 10만통 늘려잡아 100만통으로 배추물량을 맞췄다. 이마트는 11월 중순 ‘김장배추 특가행사’를 열고 배추가격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많은 70만통의 배추를 확보했다. 또 수요가 늘 경우에 대비해 5만~10만통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11월3일부터 16일까지 가전매장에서 ‘김치냉장고 특별기획전’ 행사를 열며 김치영업에 나섰다. 160ℓ급 이상의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국산 김치 9㎏을 무료로 증정한다.제휴카드인 홈플러스-LG카드, 홈플러스-신한카드 등으로 결제하면 6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11월17일부터 10일간 배추, 무, 대파 등 김장재료를 시중가보다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야말로 유통업계의 11월은 김치로 시작해서 김치로 끝나는 셈이다.김치는 이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만 팔리는 게 아니다. 온라인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 또한 철저한 김치마케팅으로 무장했다.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전문MD(머천다이저)들이 엄선한 국산 김치만을 판매한다. ‘국산 김치 기획전’을 마련해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백김치, 열무김치 등 20여종의 김치를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류광진 G마켓 e마켓사업본부장은 “김치 파동을 접하자마자 모든 중국산 김치의 등록을 취소시켰다”며 “향후 김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인터파크 역시 11월30일까지 종가집김치 등을 25%까지 할인한 ‘대한민국 김치 4인방 할인전’을 진행한다. 배추, 무, 파부터 부재료인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젓갈까지 100% 국산 원재료만을 사용했다.김치 판매의 또 하나의 유력채널로 떠오른 TV홈쇼핑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김치’를 판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안심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농수산홈쇼핑과 GS홈쇼핑은 식약청이 일부 국산 김치의 안전에 문제를 제기하자 기민하게 대처했다. 당분간은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김치를 판매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까지 세웠다.각종 이벤트 활기 띠어올해는 특히 김치를 집에서 담그겠다는 가정이 늘면서 각종 김치 이벤트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은 지난 10월25일과 26일 스포츠센터와 문화센터의 주부수강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 응답자의 51.2%인 103명이 김장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김장 계획이 있는 주부 103명 중 19.4%는 각종 김치 파동으로 김장을 담그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브랜드가치평가 전문기관인 브랜드스톡 또한 최근 리서치 패널 1,049명을 대상으로 김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6.2%가 ‘직접 담그겠다’고 답했다.이런 결과를 반영하듯 유통업체들은 다채로운 김치강좌를 마련했다. 고객만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 마케팅’인 셈이다. 특히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젊은 고객층이 환영하고 있다.올 봄 결혼해 서울에 거주하는 새내기 주부 박현주씨(27)는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에 있어 김치 담그는 법을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배우기 어렵다”며 “백화점에서 준비한 김치강좌에 참여해 김치 담그기를 제대로 익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백화점 등지에서 김치강좌를 들으면 기본적인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보쌈김치, 호박김치 등 특색 있는 김치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롯데백화점은 11월25~30일까지 본점 문화센터에서 ‘명문 종갓집 김치 담그기’를 특강한다. 11월7일부터 23일까지 백화점 매장과 인터넷 홈페이지와 강좌 신청을 접수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센터 또한 12월13일 김치연구가 유정임씨의 특강을 마련한다. 또 12월12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전통음식 연구가 김동희 선생의 김치강좌를 열 계획이다. 연꽃 동치미와 호박김치, 비늘김치 등 별미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배추김치와 백김치 등을 담그는 강좌를 11월15일, 27일 진행한다.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점도 배추김치와 고추김치, 보쌈김치 등을 가르치는 ‘한국의 맛 김치특강’을 연다. 그랜드백화점은 요리연구가 박희숙씨의 ‘한국김치 만들기’ 강좌를 개설했다.할인점도 김치강좌 개설에 빠질 리 없다. 롯데마트 구리점은 11월16일 ‘김장김치 담그기’ 강좌를 신설한다. 롯데마트 부산 사하점과 김해 장유점 등에서도 김치 담그기를 특강한다. 홈플러스는 11월 중에 가야점과 금천점, 대구 칠곡점, 의정부점 등에서 김치 일일강좌를 개최한다.홈플러스는 올해 김치를 담그겠다는 고객이 크게 늘자 지난해에 비해 김치강좌를 40% 늘려 준비했다. 이들 백화점과 할인점의 김치 특강 수강료는 5,000원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하다.돋보기 김치냉장고 전쟁보급률 50% 넘어…기능 업그레이드김치냉장고는 이제 생활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건설된 아파트와 주상복합에는 김치냉장고가 아예 붙박이가전으로 들어서 있을 정도다.이제 소비자들은 김치냉장고에 김치뿐만 아니라 과일과 야채, 쌀, 육류, 생선까지 보관한다. 보관식품이 확대되면서 보다 큰 김치냉장고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실제로 김치냉장고 주력제품은 150~160ℓ에서 최근 180~200ℓ로 바뀌는 추세다. 국내 김치냉장고 보급률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국내 가정의 과반수가 김치냉장고를 갖추게 된 것. 이런 상황에서 가전업체들은 판매전략을 재정비했다. 신규수요와 함께 교체수요도 늘려야 김치냉장고 영업전선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김치냉장고 판매가 가장 활발할 때는 김장철인 11월과 12월이다. 이 기간에 판매되는 물량이 매년 출하물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의 경우 김치 파동으로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겠다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그 결과 판매량 증가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가전업체 또한 늘어났다.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60%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8%, 위니아만도는 20% 증가했다.김치냉장고 판매시즌인 11월에 접어들자 가전업체들의 판매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전자는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후 처음으로 보상판매를 시행한다. 삼성전자 창립 36주년 사은행사로 ‘김치냉장고 보상할인판매’를 실시하게 된 것. 보상판매 대상을 삼성 브랜드 외에도 전 제품으로 확대하며 판촉전쟁에 불을 댕겼다. LG전자는 11월부터 김치냉장고 구입시 증정하는 사은품을 대폭 강화했다. 김치냉장고 300, 200ㆍ240ℓ 복합식 모델을 구입하면 브라운 핸드 블렌더 또는 한국 크리스털 세트를 사은품으로 준다.김치냉장고 성능과 디자인 자체를 한층 높였다는 것도 가전업계들이 저마다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하우젠 다고내’로 젊은층을 겨냥하고 있다. 김치의 숙성ㆍ저장기능 외에도 쌀 저장실, 요거트, 발아현미 제조기능까지 갖췄다. 디자인도 확 바꿨다. 지펠냉장고와 에어컨에 입혀 호응을 얻은 페이즐리 패턴을 김치냉장고에도 적용시켰다. LG전자 디오스는 김치를 오래 저장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24일 만에 묵은 김치를 만들어주는 기능까지 더했다. 또 청국장 발효기능을 추가했다. 위니아만도 딤채는 김치유산균 유전자분석을 통해 숙성시스템 성능을 높였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시스템은 김치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김치유산균 15종의 유전자를 분석한다. 유산균 종류별로 성장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제어 프로그램을 김치냉장고에 달았다. 한마디로 ‘첨단 김치냉장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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