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ㆍ팀제로 변신 ‘쌍끌이’

새로운 이노베이션 모델로 급부상 … 팀제 도입은 정부조직 최초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행정자치부 혁신활동의 핵심엔진은 ‘하모니’다. 하모니란 행자부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고객ㆍ성과지향적 ‘통합행정혁신시스템’(Hamoni)을 말한다. 혁신을 주도할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지난 6월 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7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모니가 소프트웨어라면 ‘팀제’ 도입은 하드웨어에 비유된다.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하모니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봐서다. 고객만족과 성과추구를 위한 전제조건이 팀제 도입인 셈이다. 하모니가 끌면 팀제가 미는 구조가 안착돼야 비로소 국민이 만족하는 선진 행정시스템이 실현된다는 논리다.하모니 도입은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민원처리 소요일수가 대폭 단축됐다. 홈페이지 민원처리의 경우 평균 9.3일에서 2.3일로 짧아졌다. 민원처리 과정도 투명해졌다. 민원접수에서 처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공개되는데다 처리결과에 대한 만족도조사까지 이뤄져 담당자 입장에선 예전보다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행자부의 고객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설문조사에서 56.3점(민원)을 받았던 평가점수가 올 상반기 조사에선 61.7점으로 높아졌다. 기관고객(다른 기관 공무원)의 만족도는 무려 20.4점(51.9점→72.3점)이나 급등했다.고객만족뿐만 아니다. 내부평가도 후한 편이다. 체계ㆍ조직적인 업무관리 덕에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애초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하모니에 대한 직원들의 적응ㆍ활용 역시 빠르다. 이 결과 업무 프로세스가 대폭 단축됐다. 서필언 행자부 혁신기획관은 “과거엔 결재를 받으려고 줄서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 이 풍경이 사라졌다”며 “클릭 몇 번이면 모든 게 끝난다”고 말했다. 따로따로 놀던 게 하모니를 통하니 한꺼번에 해결되는 식이다. 이는 당연히 업무의 질적 향상을 낳는다. 일상화된 팀원회의에서 전략과제가 정해지기 때문에 저부가가치 업무는 점차 줄어든다. 또 관리자는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미흡한 과제의 지정ㆍ보완이 가능해졌다.기록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도 유도했다.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다양한 의견이 자동저장돼 공적행위의 철저한 기록화가 가능해졌다. 그만큼 책임소재도 명확해진다. 게다가 사람이 바뀌어도 경험ㆍ지식이 남아 있어 업무의 인수인계가 시스템적으로 보장된다. 예산절감도 가능하다. 행자부 자체 추산에 따르면 환산 가능한 절감액만 연간 약 78억원에 달한다. 대외적인 홍보효과도 크다. 여세를 몰아 행자부는 하모니를 새로운 정부혁신 모델로 내세울 계획이다. 벤치마킹하겠다는 곳도 많다. 이미 25개 기관이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하모니 도입을 계기로 행자부의 혁신은 한층 두드러졌다. 지금껏 행자부는 ‘뻣뻣한’ 기관의 상징이란 말을 들어왔다. 일반 국민은 물론 행자부 공무원마저 관료의 본산,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인식했다. 이는 정책을 베푼다는 공급자적 사고에 기인한 바가 크다. 관례ㆍ경험에 의한 수작업 형태의 업무처리가 대부분이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시행착오도 비일비재했다. 평가제도 역시 ‘불만투성이’였다. 모든 직원이 수용하는 객관적인 평가체계가 없다 보니 연공서열에 의한 평가만 이뤄졌다.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IMD(국제경영개발원) 국가경쟁력 비교(2005년)에서 정부효율성이 31위에 그친 건 우연이 아니었다.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했다. 정부혁신은 시대적 필요였다. 그러자면 행자부 자체의 자발적인 혁신이 필수였다. 혁신의 기본방향은 ‘고객과 성과’로 맞춰졌고, 오영교 장관의 취임과 함께 혁신과제의 추진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어려움도 적잖았다. 내부직원의 불안과 냉소주의가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일거리 만들기라느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니 하는 반발ㆍ냉소였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설명과 설득, 워크숍 개최 등으로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하모니는 지난 5월부터 사업에 착수, 2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됐다.하모니는 크게 3대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업무ㆍ고객ㆍ성과관리시스템이 그것이다. 우선 업무관리시스템은 문서업무와 관련된 혁신도구다. 전자결재ㆍ메모보고 등을 통해 문서생산 자체를 전자화했다. ‘종이 없는 사무실’을 이뤄낸 셈이다. 책임자ㆍ참고자 등의 의견은 리플 여부로 확인된다. 불필요한 업무로드를 경감시키며 시간단축, 의사결정의 투명성 등에 기여했다.고객관리시스템은 원활하고 효과적인 민원처리를 통해 고객중심의 행정을 지향한다. 홈페이지에 민원이 올라오면 담당자 전달과 회신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민원 처리단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e메일ㆍ팩스ㆍ전화 등 답변라인도 고객이 선택하도록 지정했다. 업무ㆍ고객관리시스템은 성과관리시스템과 직결된다. 보상체계의 투명ㆍ자동화다. 이밖에 상시적인 여론수렴을 위한 캠페인 기능과 직무적성 평가ㆍ반영을 위한 개인경력관리 기능도 운영 중이다.하모니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선 팀제가 필수다. 행자부 역시 ‘혁신의 불’을 지피기 위해 정부조직 중 최초로 팀제를 도입했다. 지난 3월24일의 일이다. 이는 계급 관행에 젖은 정부조직 60년사의 일대 변혁으로 평가된다. 김우호 행자부 성과관리팀장은 “명칭만 바꿨던 그간의 껍데기 팀제와는 격이 다르다”며 “일하기 위한 조직으로의 체질전환은 굉장한 호평을 낳았다”고 밝혔다. 우선 결재 단계가 축소됐다. 본부장(실장)→팀장(국ㆍ과장)→팀원(계장ㆍ직원)의 3단계로 줄어들었다. 연공서열도 자연스레 무너질 조짐이다. 팀장은 2~5급까지 능력에 따라 발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팀제 도입과 함께 발탁인사가 이뤄졌다. 권한ㆍ책임의 하향이전으로 팀장ㆍ팀원이 업무의 85%를 처리한다. 팀제 역시 능력에 따른 대우ㆍ성과를 지향하는 성과관리시스템과 연동된다.한편 하모니ㆍ팀제를 양축으로 하는 선진 행정시스템은 5대 세부 이행과제로 구분된다. △고객만족 행정시스템 구축 △국민참여 확대와 행정 투명성 제고 △국민이 편안한 안전관리시스템 정착 △깨끗하고 활기찬 일터 조성 △모범적이고 건전한 공직 노사문화 창출 등이다. 이를 위해 국민제안 활성화, 정보공개 확대, 재난ㆍ안전관리체제 확립, 탄력근무제 확대 등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서혁신기획관은 “개혁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행자부가 변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며 “향후에도 행자부는 고객만족ㆍ성과지향을 화두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INTERVIEW 서필언 행정자치부 혁신기획관‘꼴찌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하모니’의 보급수준은 어떻습니까.현재는 행자부에서만 사용 중이에요. 10~12월엔 기획예산처ㆍ인사위원회 등 5개 중앙행정기관에서 시범실시할 계획이죠. 내년 1월부터는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확대ㆍ보급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자체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성과지표가 중앙기관과 달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선도 자치단체를 선정해 내년 초에 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지원할 겁니다.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1단계는 지난 7월부터 실시 중이고요. 지금은 2단계로 10월1일자부터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시스템 안정화 단계로 보면 되죠. 아직 하모니 시스템만으로는 여론조사를 해보지 않았어요. 팀제를 둘러싼 자체 여론조사는 했는데, 결과가 아주 좋아요. 반응이 좋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정작 응답자의 80%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외부고객에게 실시한 하모니ㆍ팀제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죠. 75% 이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어요.부작용이나 염려되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일부 있긴 합니다. 장관이 바뀌면 하모니도 퇴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인데요. 예전엔 말로만 개혁을 외쳤다면, 지금은 조직 자체가 팀제로 완전히 개편됐어요. 시스템 파기가 없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럭저럭 정착할 거예요. 평가지표나 가중치 등 매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죠. 외부에서 지적하는 정량적 평가의 오류도 시정해야 할 거예요. 양이 많다고 높은 점수를 주지 않도록 객관화할 겁니다.팀제 도입의 효과를 소개한다면.많죠. 우선 의사결정 과정이 대폭 축소됐어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됐죠. 과거 장관결심까지 일주일이 걸렸다면 요즘은 1~2일이면 끝납니다.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하부위임(위임전결)이 크게 늘어났죠. 지금은 팀장급에서 85%의 일을 처리합니다. 장관은 주요 정책판단만 내리고 나머진 일선에서 맡아요. 권한을 주되 평가도 동시에 진행하죠. 성과를 못내는 팀장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죠. 파격적 인사도 이슈예요. ‘능력에 따른 대우’를 위해 발탁인사도 가능합니다. 연공별 직책이 아닌 능력별 임무가 주어지는 셈이죠.행자부 혁신의 계기는 뭡니까.역시 기관장(장관)의 의지가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혁신이 최대 화두가 돼 있어요. 현 장관이 부임하면서부터죠. 예전에는 개혁이 주변업무였다면 지금은 중점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엄청난 지원도 이뤄지고 있어요. 진작 했어야 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죠. 앞으로 이런 체계로 가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부서만 해도 팀제로 바뀌면서 확대ㆍ개편됐죠. 지금은 벤치마킹 문의도 많습니다. 행정혁신의 지향점은 고객만족이에요. 참고로 지난해 행자부는 고객만족평가에서 전국 꼴찌였죠.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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