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투자상품 골라라’

적립식펀드 대중화 시대를 맞아 과연 각각의 상품을 운용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이 말하는 적립식펀드와 다른 재테크 상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운용 -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수익률 기준이든 수탁고 기준이든 적립식펀드의 순위를 매기면 늘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 브랜드가 바로 ‘미래에셋’(자산운용ㆍ투신운용)이다. 그중 인디펜던스 주식형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펀드다. 2001년 2월 한국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로 운용을 개시한 인디펜던스 주식형펀드의 누적수익률은 10월12일 기준으로 334.36%. 지난 7월에는 세계적인 펀드평가사인 미국 리퍼로부터 3년 누적 총수익률 부문과 일관성 부문에서 최상등급인 ‘리퍼 리더스’ 평가를 받기도 했다.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42)는 ‘스타 펀드매니저’ 시스템 대신 ‘팀 운용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이 미래에셋 브랜드 가치를 높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으로 위험을 책임진다는 설명이다.“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운용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투자전략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상설화돼 전략적인 자산배분 활동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공동운용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회사의 펀드매니저는 총 40여명. 손상무는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질’도 뛰어나다”고 자랑했다.“종목선정과 주식투자 비중은 본부장 회의에서 결정됩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잡일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조건으로 주식매매만 하면 됩니다.” 이들 매니저를 관리하며 실질적인 운용을 맡고 있는 손상무는 바로 이 공동운용 방식에 의한 체계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공비결을 찾고 있는 셈이다.특히 그는 인디펜던스 주식형펀드의 경우 “철저한 위험관리 등 ‘기본에 충실한 투자’철학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ㆍ산업 분석을 토대로 종목을 선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운용하되 시장의 체계적인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경기를 분석한 뒤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도 고려한다는 것.적립식펀드는 투자기간 동안 평균지수와 비슷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로 투자할수록 평균매입단가가 떨어져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손상무는 적립식 전용 펀드나 만기가 10~20년의 초장기인 어린이펀드 등은 단기적 재료주를 공략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배당이 높은 주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좀더 보수적으로 운용된다는 설명이다.아무리 공동운용제라고 하지만 ‘스타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률 때문에 부담감은 없을까.“인디펜던스 펀드에 특별한 주식이 편입돼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기관투자가도 많이 사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나 업종대표주가 대부분입니다. 타 펀드와 차별적인 수익률을 내는 이유는 ‘선택과 집중’ 덕분입니다.”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한 일률적인 종목 편입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비중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내부 리서치를 통해 수익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판단되면 비중을 높인다는 것. “순자산 규모가 8,600억원이나 되니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중심으로 편입하겠죠. 그래서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률도 덩달아 빠지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하지만 그의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다행히 밝은 편이다.“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1966~1982년 미국 다우지수의 박스권 탈피 움직임과 유사합니다. 연기금이 주식비중을 늘리고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신규자금이 속속 증시로 들어오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증시의 힘이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전달돼 변동성도 줄고 있습니다.”따라서 손상무는 일시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국내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고 저평가업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서 국내증시의 추가상승 여력은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판매 - 이동균 국민은행 대리“요즘 제가 꼭 펀드매니저가 된 것 같습니다.”이동균 국민은행 방배역지점 대리(35)는 영업실적이 서울 남부지역본부 52개 점포 800여 직원 중 3위권에서 벗어나는 적이 없는 스타사원이다. 특히 그가 판매하는 상품 중 90%는 적립식펀드다.“늘 자신감 있게 고객을 대해서 그런가 봐요. 올해 안으로 적립식펀드에 들지 않으면 상당한 손해를 본다고 저 스스로 확신하고 있어서인지 고객들이 많이 수긍하는 것 같습니다.”이대리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주가동향과 해외증시, 환율, 금리 등을 꼼꼼히 챙긴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는 게 그의 성공비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적립식펀드의 경우 환매시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늘 고객과 통화하며 적절한 가입시기와 환매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는 것. 따라서 기존 고객의 소개로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이대리에게는 흔한 일이다. 그가 펀드매니저 운운하는 것도 그래서다.“지난해만 해도 ‘원금이 보장 안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하면 가입하지 않겠다는 고객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현상이 없어졌어요. 최근의 적립식펀드 붐은 1980년대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가한 것과 닮은꼴인 것 같습니다.”하지만 최근의 적립식펀드 열풍은 1980년대 당시의 주식투자 붐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주식은 스스로 고른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오르지는 않지만 적립식펀드는 대개 우량주 중심으로 편입된 경우가 많아 주가가 오를 경우 대체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맛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고객들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데 가졌던 부담을 덜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정기예금에 관심을 보였던 고객마저도 적립식펀드에 일부 분산투자하기도 한다며 놀라워했다. 그만큼 그가 체감하는 대중의 적립식펀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이대리가 주로 상대하는 고객의 90%는 여성이다. 게다가 ‘은행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개념이 여전히 낯설기 때문에 자신의 설명과 관리에 따라 고객 반응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게 그의 말이다.적립식펀드를 ‘전문’으로 판매하다보니 적립식펀드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펀드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음날 아침 기준가로 사고 파니 주가가 얼마일 때 가입된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잖아요. 환매도 원하는 시점에 바로 됐으면 좋겠고요.”이미 자신뿐만 아니라 온가족의 자산관리를 적립식펀드로 하고 있다는 이대리는 적립식펀드 가입에 대해 “‘중장기로 적금을 넣으려는 사람’이나 ‘특정한 목적의 자금을 중장기로 계획하고 있는 사람’, ‘가급적 장기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돋보기 ‘읽는’ 적립식펀드‘펀드’, 재테크서적 인기 견인노후 재산 설계ㆍ관리를 뜻하는 ‘노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에 최근 경제ㆍ경영서 중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재테크 서적이다. 특히 적립식펀드의 높은 인기도를 반영하듯 펀드투자와 관련된 서적, 또는 아예 적립식펀드만 분석한 서적의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지난해 여름 출간된 (미래의창)는 ‘펀드란 무엇인가’에서부터 ‘펀드가입방법’ 등 펀드와 관련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상세히 담아 펀드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이 책은 발간된 지 1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다.올해 초에 나온 (한스미디어)는 본격적으로 적립식펀드에 대해 파헤치는 책이다. 역시 가입방법 등 기본적인 내용과 함께 시중 적립식펀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실었다.올 여름 발행된 (더난출판사)는 트렌드에 발맞춰 ‘적립식펀드’를 ‘노테크’와 연계해 풀어나가고 있다. 노후설계에 초점을 맞춘 만큼 기존에 나와 있는 책에 비해 환매시점과 투자비중 조절 등 장기투자자를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해설을 자세히 담은 것이 특징이다.이밖에 펀드투자를 만화로 소개한 (미래의창)도 투자 초보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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