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애국자인가

기업의 국외 탈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업공동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떠나는 기업을 무작정 말릴 수도 없다.기업이 인건비가 싸고, 노사분규가 적고, 규제가 거의 없는 ‘친절한 나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남의 일로만 여길 수가 없다. 산업이나 경제는 ‘밥’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는 건 ‘천륜’이다.그리고 산업이나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살아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반 국민들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다. 이는 간단한 이치다. 국내 1,000만가구 중 기업과 관련 맺지 않고 있는 가구가 몇이나 될까. 따라서 정부정책도, 사회분위기도 기업이 잘되는 방향으로 곧장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정이 이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다수 한국기업들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에다 고유가, 환율급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M&A 방어, 정치권 및 시민단체 눈치 보기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고 있다.잘나간다는 대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넘치는 현금을 갖고 있지만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자사주를 사는 등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다. 외국인투자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지만 정부는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중소기업은 투자는커녕 연명하기도 바쁘다. 중국으로 가거나 문을 닫거나 둘 중 하나지만, 중국에 간들 성공확률은 아주 낮은 편이다. 중소기업인들은 그저 답답한 가슴만 쥐어뜯고 있을 뿐이다.천만다행이라고 할까.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맹활약하며 한국경제를 지켜내고 있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한국 전체 수출과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미국의 와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는 최근 실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107억5,400만달러(약 11조원)로 평가했다. 특히 브랜드 순위에서 한때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소니를 8단계나 추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런 삼성이 국내에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고려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장에서의 소동을 시작으로 X파일사건, 금산법 개정안의 삼성 봐주기 논란, 최근 법원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유죄판결까지 ‘삼성 수난시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물론 삼성이 100% 깨끗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선자금 전달이나 무리한 편법상속, 무노조 경영 등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도 없지 않다. 삼성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하지만 지금의 ‘삼성때리기’는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더군다나 정치권이 과도하게 기업경영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비판의 회초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건전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어야지 기업 죽이기로 확대돼서는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안타깝게도 재계의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업정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반기업정서라는 것이 단숨에 수그러들 만한 성격도 아니다. 이한구 수원대(경제금융학과) 교수는 “50년대 중반 생긴 재벌들의 대다수가 대정부 로비나 탈세 등을 통해 성장했다”며 “이때부터 반재벌정서가 움터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재계가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기존 인식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그렇다고 반기업정서를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기업과 정부 및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이 할일은 과연 무엇일까. 기업은 투명경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겨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믿음을 가진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투명하면 기업은 저절로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기업을 믿고,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할 것이다. 기업이 신바람나야 한다. 그래야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다.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실업문제도 해결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경제도 펴지고,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며, 반기업정서는 추억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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