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개국 진출…‘스테디셀러’ 시동

캐릭터산업은 문화콘텐츠산업의 ‘꽃’으로 꼽힌다. 캐릭터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데다 생명력도 길어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에 유리하다는 것도 캐릭터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수백가지 상품으로 변신, 수십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예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국내 캐릭터산업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 초반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983년 아기공룡 둘리를 시작으로 97년 뿡뿡이, 2000년 뿌까와 마시마로, 2001년 홀맨, 2002년 뽀롱뽀롱 뽀로로로 이어지는 동안 캐릭터는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미 국산 캐릭터는 해외 70여개국에 진출, 파워를 높여가고 있다.2004년 기준 국내 캐릭터 소비시장 규모는 4조2,193억원 규모에 이른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캐릭터산업은 2000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다 2002년 월드컵 재고상품과 소비지출 감소로 매출이 감소한 상태다.하지만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 시장이 전년에 비해 17% 증가하고 국산 캐릭터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실제로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소비심리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올해는 전년에 비해 11.5%가 성장한 4조7,032억원으로 시장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를 정점으로 캐릭터산업 내부 구조조정이 일단락돼 본격적인 성장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국산 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스무살을 훌쩍 넘긴 둘리가 변함없이 선호 캐릭터 1위를 오르내리는 것에서 국산 캐릭터의 힘과 소비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국산 캐릭터는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 귀여운 소녀 캐릭터 뿌까와 엽기토끼 마시마로의 선풍적인 인기몰이가 기폭제가 됐다. 2001년 30%였던 국산 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2.8%까지 뛰어올라 파워를 과시하는 중이다.특히 뿌까와 마시마로는 원조 캐릭터 둘리에 이어 해외시장을 종횡무진 개척하고 있는 2세대 대표 캐릭터로 꼽힌다. 뿌까의 경우 국내에서 10~20대 타깃의 팬시상품을 집중 출시해 대표 캐릭터로 성장했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게임, 출판, 아동서적, 어린이 퀴즈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로 ‘멀티 유즈’되면서 타깃층을 더욱 넓히는 중이다.뿌까는 해외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아시아를 시작으로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현재 72개국 3,000여 품목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올 한해 벌어들인 라이선스 로열티만 60억원 수준. 제작사인 (주)부즈의 이재광 마케팅팀장은 “매달 전세계 마케팅 상황을 철저히 분석, 국가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히고 “북미, 남미, 일본 등 뿌까에 관심이 높으면서도 아직 라이선싱 사업이 진행 중인 국가들이 많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로열티와 캐릭터 상품 판매액이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특히 내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가장 큰 캐릭터 소비시장인 미국 대륙에 뿌까 캐릭터가 본격 입성하는데다 내년 초 뿌까가 주인공인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1,000억원 매출이 내년에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그 폭발력을 믿는 까닭이다. 이팀장은 “브랜드숍 런칭, 세계적 이벤트 참여, 게임 및 모바일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을 넓혀 명실상부 글로벌 캐릭터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한편 올 들어 부쩍 각광을 받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TV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뽀로로. 지난 2002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파일럿 지원작으로 선정돼 제작된 ‘뽀롱뽀롱 뽀로로’는 국내 EBS 방영에 이어 프랑스, 인도네시아, 대만,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10여개국에 수출돼 현지 방송점유율 수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특히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TF1이 방영, 56%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해 국내외를 놀라게 했다. 제작사 오콘의 김일호 사장은 “뽀롱뽀롱 뽀로로는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 제값을 받고 판 첫 번째 국산 애니메이션일 것”이라며 “프랑스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 일본 등 전세계로 진출해 한국 대표 캐릭터로 명성을 떨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처음부터 캐릭터로 탄생해 수천가지 상품 주인공으로 명성을 떨치는 뿌까와 달리 뽀로로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시청 타깃은 4~6세의 미취학 어린이와 그 부모. 세상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숲 속 어느 마을에 모여 사는 동물 친구들이 크고 작은 소동을 벌이면서 우정의 소중함과 함께 사는 의미를 배운다는 내용이다.이 회사는 뽀로로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국가에서 다양한 캐릭터 머천다이징을 펴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동반 상승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뽀로로는 출판, 완구, 게임, 팬시 등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에 적합한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어 앞으로 활약이 대단할 것으로 기대된다.잘 만든 캐릭터의 효과가 현실로 입증되면서 적극적으로 개발에는 나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국산 캐릭터 상품 종류는 2003년 59.2개 수준에서 2004년 62.8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로열티도 평균 6.2%에서 7.4%로 높아졌다.하지만 아직 외국산 캐릭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외국산 캐릭터 상품의 로열티는 2003년 평균 7.9%에서 2004년 9%로 높아져 국산 캐릭터와의 폭을 넓힌 상태다. 또 캐릭터 개발업체의 35.8%만이 해외수출을 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고 응답, 아직 캐릭터의 세계화는 ‘갈길이 먼’ 것으로 파악된다.또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릭터 개발업체 가운데 23.9%가 불법복제로 피해를 입은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로 마시마로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온갖 불법복제 제품이 양산되고 있다. 중국 상륙 자체가 불법복제를 통해서였을 정도다. 이에 비해 소송이나 합의 등 적극적인 대처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업체도 적잖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캐릭터 개발업체 48%가 해외 불법복제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INTERVIEW / 김일호 오콘 사장‘뽀로로 대활약 기대하세요’“뛰어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무한한 생명력을 가집니다. 서구 캐릭터를 흉내내거나 반대로 한국 전통 요소를 부각시키지 않아도 전세계 어린이에게 어필한다는 걸 뽀로로를 통해 알았어요.”TV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제작을 총지휘한 김일호 오콘 사장은 요즘 일할 맛이 절로 난다. 뽀로로가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캐릭터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흔히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상품으로 재탄생하면서 엄청난 부가수익을 안겨다준다. 뽀로로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로열티 수입과 캐릭터 상품 판매수입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80여개 업체와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고 300여개 상품이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어린이 사이에 인기가 대단한 프랑스에서 곧 캐릭터사업이 본격화될 계획이어서 그 기대가 남다르다.“캐릭터는 연예인과 비슷한 속성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이미지 관리로 인기를 유지해야 하지요. 해외에선 탄생 20~30년이 지나도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캐릭터가 적잖습니다. 100살이 훨씬 넘은 영국의 피터래빗, 50살이 넘은 네덜란드의 미피처럼 녹슬지 않는 스테디 캐릭터가 필요해요. 둘리의 뒤를 이어 뽀로로가 그 역할을 해낼 겁니다.”김사장은 뽀로로 후속 캐릭터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10대1이 넘는 경쟁을 뚫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스타프로젝트 지원작으로 선정된 ‘선물공룡 디보’가 그것이다. 김사장은 “몇 년 사이 한국 문화콘텐츠의 국제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을 느낀다”면서 “드라마, 영화 등에 비해 한계가 적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영상물 판매와 캐릭터사업 전반에서 큰 성공을 일구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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