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쯤 세 나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난 9월7일 폐막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국제전자전람회(IFA)에서 눈길을 끈 것은 단연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세계 TV산업의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두 회사는 관람객들로부터 세계 최고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102인치 PDP-TV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최근 가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TV(DTV)에서 한국기업들의 선전은 놀라울 정도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거의 독차지할 정도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올 2분기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도 한국의 LG전자였다.더욱이 그동안 한국기업들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기술력에서도 일본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꼽힌다. 전세계에 출원된 DTV 특허출원 건수만 봐도 한국이 전체의 41%를 차지해 일본(28%)을 여유 있게 제쳤다. LG전자는 DTV 전송방식의 원천기술이자 미국에서 채택한 VSB(Vestigial Side Band)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미국식 전송방식을 쓰는 국가에 DTV를 판매하는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물론 가전산업 전체로 보면 아직 일본과의 기술력 차이가 난다. 2004년 한국산업은행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106.7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많이 근접했지만 설계기술 및 제품개발력 등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또 한국이 완제품에 대해서 경쟁력이 뛰어난 반면, 일본은 중간부터 완제품까지 두루 경쟁력이 뛰어나다.하지만 가전의 특성상 격차는 앞으로 단기간에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업체들이 디지털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수년 내에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제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해 조사에서 2010년쯤에는 대부분의 가전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이 거의 같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일각에서는 그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인 것도 가전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일단 중국은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기술력 또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한국과 일본을 추격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할 경우 중국의 기술수준은 약 1.8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은 84.3으로 나타났다”며 “설계기술에서 많이 뒤처지지만 5년 내 거의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실제 업계에서는 중국이 2010년쯤에는 기술력에서 한국의 97%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워낙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다 통신기기나 반도체 등과 달리 기술을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이 세계의 가전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어 기술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 일본, 중국의 가전싸움에서 기술력 경쟁은 하이라이트임에 틀림없다. 기술력을 지배하는 나라가 결국 세계 가전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DTV 시장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을 확실히 넘어야 하고, 중국의 거센 추격도 따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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