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략 박차…‘우린 노는 물이 달라’

“내년 PDP, LCD, 프로젝션, 슬림 브라운관 TV 등 디지털TV 전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지난 9월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IFA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은 ‘1등 삼성’을 자신 있게 선언했다. 중국과 일본의 도전이 만만치 않지만 결코 왕좌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2007년까지 유럽지역 디지털TV 시장 1위에 오르겠다.” 그날 LG전자의 김종은 사장도 비슷한 선언을 했다. 유럽인들의 소비성향이 보수적이긴 하지만 디지털TV에 대해서는 과감한 면이 있으므로 적절한 전략을 수립, 실행하면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지난 2분기 세계 TV시장 점유율 발표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호언은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9.9%를 기록, 마쓰시타(9.7%)와 소니(8.8%)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고 LG전자는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이뤄낸 것이다.저가 포기하고 고가로 승부디지털TV 시장에서 한국에 맞설 상대는 현재로서는 일본업체들 정도다.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는 한국업체들에 다소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국내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일본기업과 한국기업들간의 특허분쟁도 경쟁의 한 형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가전업체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평균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술 진보의 속도가 빨라 머지않아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상대라는 설명이다. 특히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당면한 ‘숙적’으로 부상했다. 염가형 시장은 이미 중국의 손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업체가 공략하는 시장은 저부가가치 영역에 한정돼 있어 메이저 업체들과 충돌하는 일은 현재로선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내수시장이 넓고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꾸준히 맺는 등 내외부적 성장요인이 풍부해 위협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대한 한국기업의 전략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요약된다. 중국의 가격공세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일본과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분수령도 결국은 제품의 고급화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LG전자의 박세원 홍보과장은 “프리미엄 전략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업체들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LG는 고객의 본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블루오션의 발굴과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급 제품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TV 등 주요 품목에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0%까지 증가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가전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프리미엄 전략의 1차적인 승부처는 고급 성향의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업체가 의존하고 있는 저가시장에서 불필요한 소모성 경쟁을 하는 대신 은나노 기술이 접목된 냉장고와 세탁기, 고흡입력 청소기, 시스템 에어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할 방침이다.대우일렉은 ‘안티바이러스 에어컨’ ‘비타민 냉장고’ 등 웰빙 컨셉의 제품을 내놓아 주목된다. 프리미엄 중에서도 차별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자체 기술 확보에도 열성이다. LG전자의 음질 개선 기술인 ‘XTS(eXcellentTrue Sound)Pro’, 삼성전자의 화질 개선 기술인 ‘DNle’(Digital Natural image engine) 등 주요 가전업체들의 자체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백색가전 생산단지였던 수원사업장에 지하 5층, 지상 36층의 초대형 디지털미디어 R&D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등 R&D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디자인 개선에도 사력을 다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디자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월 밀라노에서 “전 계열사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인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디자인 경쟁력의 제고를 지시하고 같은 달 LG전자가 ‘2007년 디자인부문 글로벌 톱’ 선포식을 가지는 등 디자인은 차세대 핵심역량으로 떠오른 상태다. LG전자의 액자형 에어컨과 삼성전자의 벽걸이형 프로젝션TV 등 기존의 제품과 확연히 구분되는 혁신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유통망 업그레이드 ‘박차’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500여명의 디자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이탈리아의 명품 주방가구업체인 ‘살바라니’와 디자인 협력 및 신제품 공동개발 제휴를 맺는 등 해외기업과 교류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LG전자도 현재 300여명의 디자인 전문인력을 600명선으로 늘릴 예정이다.해외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데다 환율 리스크를 회피하는 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북미, 유럽, 중국 등 디지털TV의 3대 시장에 생산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하고 있다. 멕시코의 레이노사 공장의 기존 라인을 디지털TV라인으로 전환하고 폴란드와 중국에도 생산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멕시코, 북미, 동유럽 등에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해외 생산기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우 일렉은 기존 생산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독자적인 생산시스템인 ‘NDPS’(New Daewoo Electronics Production System)를 도입, 2007년까지 생산성과 품질을 30% 이상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 중국시장에서는 현지업체와 제휴를 맺어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유통전략도 프리미엄급으로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에서 할인점이나 소형 소매점의 비중을 줄이고 대형 양판점 위주로 유통망을 다시 짜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과 저가 제품 중심의 할인점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할인점에 대한 제품공급을 중단했고 중국시장에서는 소형 매장의 유통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또 미국시장에서는 베스트바이, 시어스, 서킷시티 등 주요 대형 유통점에서 전체 물량의 80%를 소화하고 있다.LG전자도 하이엔드 제품 전문점과 양판점의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로부터 비디오 제품분야 ‘브라보 어워드’(Bravo Award)를 수상하고 DVD레코더는 톱 셀러(Top Seller)로 선정되는 가시적인 실적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대우일렉도 비슷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시장의 경우 중국 최대 백화점인 ‘연사백화점’과 대형 전자상가에 ‘대우 일렉 PDP-TV 코너’를 마련해 부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브랜드 전략의 고삐도 단단히 죄고 있다. 보급형 제품과 차별화를 시키기 위해서다.LG전자의 ‘디오스’ ‘휘센’ ‘트롬’, 삼성전자의 ‘하우젠’ ‘지펠’, 대우일렉의 ‘트라세’ ‘써머스’ 등은 이미 확고한 인지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10여개씩에 이르는 브랜드를 몇 개로 통합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시장 안착에 실패한 브랜드는 과감히 없애고 이를 성공한 브랜드에 포함시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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