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급 비상…‘대체에너지 찾아라’

‘더 이상 엘리펀트(Elephant)는 없다.’세계가 ‘엘리펀트’ 찾기에 사활을 걸었다. 엘리펀트란 원유매장량이 수십억 배럴에 이르는 초대형 유전을 일컫는 업계 용어다. 특히 원유매장량이 10억배럴 이상이면 자이언트급이란 별칭이 붙는다. 최근 이들 대형 유전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적어도 지난 35년간 엘리펀트로 규정할 만한 대형 유전이 발견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석유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턱없이 달린다. 유가 고공행진엔 이 함수가 녹아 있다. 가령 미국의 유전생산량은 70년대 초 정점을 기록했다. 76년 이후 새로 지은 정유공장은 하나도 없다. 유정 규모도 4,530개(81년)에서 1,201개(2004년)로 줄었다. 북해유전도 99년에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수년 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결국 대안은 대체에너지 개발로 귀결된다. 포인트는 미래지향적인 신ㆍ재생에너지 확보다. 오래전부터 각국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ㆍ재생에너지를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신ㆍ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친화적이며 무제한 공급이 가능한 영구자원을 뜻한다. 장기적인 선행투자만 있으면 연구개발에 의해 얼마든 확보할 수 있다. 몇몇 케이스는 고무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석유 대체가 가능한 신ㆍ재생에너지는 크게 11가지다. 재생에너지(태양열ㆍ태양광발전ㆍ바이오매스ㆍ풍력ㆍ소수력ㆍ지열ㆍ해양에너지ㆍ폐기물에너지)와 신에너지(연료전지ㆍ석탄액화 및 가스화ㆍ수소에너지)로 양분된다.대체에너지 개발은 대세다. 선택이 아닌 필수옵션이다. 자극제도 많다. 석유수급 악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억제 노력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세계 1위다. 아직 감축의무국은 아니지만 감축압박은 나날이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 향후의 초점은 원자력 위주다. 원자력은 석유ㆍ석탄ㆍ천연가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1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되레 34.2%(98년 27.5%)로 늘릴 계획이다. 당연히 신ㆍ재생에너지 개발은 초보단계에 머무른다. 한편 한국은 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 제정시행에 따라 기본계획이 수립돼 88년부터 본격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대체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해 생산가격과 판매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반면 신ㆍ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선진국의 대응은 한층 역동적이다. 태양ㆍ풍력에너지는 활발한 기술개발 끝에 현재 실용화단계에 접어들었다. 바이오매스(식물이나 음식물쓰레기에서 에너지원 추출)ㆍ지열ㆍ조력 등의 대체에너지 기술력도 상당하다. 가령 덴마크는 총에너지의 12.7%(2002년)를 신ㆍ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프랑스(6.2%)ㆍ미국(4.3%)도 비율이 높다. 한국은 2003년 말 현재 대체에너지 비율이 0.82%에 불과하다. 에너지 선진국들은 에너지효율이 높은 주택ㆍ건물을 짓거나 태양력ㆍ풍력ㆍ지열기술에 투자할 경우 상당한 세제혜택을 준다.신ㆍ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경쟁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한국도 출발은 늦었지만 최근 선진국 따라잡기에 부쩍 열심이다. 산자부는 10년(2003~2012년)을 계획으로 한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소요예산만 10조원에 육박한다(융자예산 포함시 9조1,000억원).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 신ㆍ재생에너지 비율은 5%대가 목표다. 폐기물에너지(2002년 93.5%)의 편중현상을 완화시켜 보다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현재 선진국 대비 50~70%인 기술수준을 2011년까지 70~90%까지 육성하는 기술개발 목표도 내놓았다. 세부진행 메커니즘은 ‘선택과 집중’이다.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가 적고 시장잠재력이 큰 수소ㆍ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 3대 분야가 중점 추진대상이다. 더불어 기술개발ㆍ보급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선진국들의 기술개발ㆍ보급계획도 엄청나다. 수소ㆍ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경제로의 이행을 강력히 추진 중인 미국은 2010년까지 100만호를 대상으로 한 ‘Solar Roofs Program’을 발표했다. 특히 2010년까지 전체 자동차 중 25%를 연료전지 자동차로 보급할 계획이다. 일본은 ‘New Sunshin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까지 160만호의 태양광주택을 짓는다. 정부 주도의 신ㆍ재생에너지 개발계획으로 2020년까지 무려 1조5,500억엔의 거액이 투입된다.재생에너지 중에선 단연 태양광이 돋보인다. 태양빛을 반도체소자인 태양전지에 쏘이면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다. 청정ㆍ무한의 미래에너지원으로 시스템 구성이 간편해 단시간에 설치가 가능하다. 한국은 88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해 현재 핵심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2010년 세계시장의 7%를 점유할 계획이다. 단 에너지 밀도가 낮아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 게 한계다.무공해에 무한량ㆍ무가격의 3무가 장점인 태양열도 장점이 많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지표면 1㎡당 700W의 에너지를 받는다. 태양이 하루 평균 지구상에 방출하는 에너지양은 현재 세계 인구가 앞으로 27년간 사용할 수 있다. 단 에너지의 양과 질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약점이다. 기술 진척도 눈에 띈다. 94년 이스라엘 가정의 83%가 태양열 집광판을 설치했고, 일본에선 92년 420만채의 건물이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시스템을 사용했다. 특히 일본은 2010년까지 4,600㎹의 전기생산이 가능한 태양열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은 92년부터 에너지정책법안에 따라 태양열 발전설비를 갖춘 기업에 10%의 세액공제를 해준다.연료전지는 수소ㆍ산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다. 청정에너지로 열병합발전이 가능해 시스템효율이 높다. 소규모 면적에 단기간 건설이 가능해 도심 건물에 제격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3위의 연료전지 기술보유국이다. 2012년까지 보급형 연료전지를 집중 개발할 방침이다. 상용화 및 초기시장 창출을 위한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ㆍ보급정책이 시급한 상태다.풍력은 고대부터 에너지원으로 활용됐다. 범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지만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역시 풍력이다. 풍력발전소는 90년 이후 한해 평균 25%씩 성장한다. 독일ㆍ미국ㆍ스페인ㆍ덴마크 등이 전세계 풍력에너지의 84%를 차지한다.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활용한 풍력은 무궁무진하다. 풍력터빈의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전기생산은 급증한다. 효율ㆍ친환경적인데다 영구적인 에너지원이다. 88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지만 가동 중인 풍력발전기의 국산화율은 아주 저조한 실정이다. 민간사업자의 풍력단지 설치 유도를 통한 확대 보급을 추진 중이다. 다만 송전선 설치비용 등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금액이 문제다.바이오매스는 석유ㆍ천연가스ㆍ석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에너지원으로 추정된다. 식물처럼 재생가능한 조직적인 물질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다. 나무를 비롯한 각종 식물, 설탕ㆍ옥수수처럼 에탄올 생산이 가능한 채취형 곡물, 각종 농업부산물과 목재, 동물 배설물, 수생식물, 쓰레기 매립장과 에너지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이 포함된다. 세계적으로 바이오매스 자원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현재 한국의 경우 대량 보급 기반을 구축하는 게 핵심과제다.그간 수소의 에너지로서의 가치는 사실상 묻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신에너지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 수소시장의 70% 이상을 미국ㆍEU 등의 다국적기업이 쥐고 있다. 우주ㆍ군사용으로 개발하다 90년대 이후 민수용으로 확대됐다. 한국은 2000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는 50%에 이른다. 무한정인 물을 연료로 해 제조가 가능하고 사용 후 다시 물로 재순환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 가능한 꿈의 에너지다. 한국으로서는 대량보급과 저가 상품화가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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