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oil oil oil

“대통령 수행차량의 수를 줄여라.”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대중교통 이용확대와 ‘한등 끄기’ 같은 ‘좀스러운’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세계 1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동시에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면서도 그동안 에너지 절약에 대해선 눈길한번 주지 않았던 미국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위력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지난 한 해는 국제유가 기록 경신의 역사였다. 두바이유의 경우 2003년 평균 26.8달러에서 지난해 33.7달러를 넘어 지난 9월28일 현재 55.87달러를 기록했다. 2년이 채 안된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한때 사상 최초로 70달러를 넘어섰고 일각에선 100달러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고유가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과거의 경우 고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70년대의 오일쇼크도 그랬고 90년대의 고유가 현상도 그랬다. 고유가를 발생시킨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유가는 급속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정치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는 석유 ‘시장’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며 따라서 진정국면은 기대처럼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과 미국의 경제 활황에 따라 석유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공급능력은 제자리걸음 또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단기간에 석유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이라크전쟁, 베네수엘라 파업사태,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등 예기치 않은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등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유가가 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고유가가 경제와 산업에 무거운 짐이 된다는 것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제조업의 원가 상승, 산출량 감소, 고용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 등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에너지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현실 인식하에 2001년 취임과 동시에 ‘국가에너지정책보고서’(NEP)를 작성, 에너지 문제에 범국가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중동, 카스피해지역 국가 등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전략 비축유 확대 등 위기관리 능력을 배가하고 있다.2002년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범정부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을 돌며 자원외교를 펼치는가 하면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내세워 해외자원 개발권과 석유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주요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에너지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이상 국가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송유관 프로젝트를 두고 일본과 중국이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화석 에너지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간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해지고 그 결과 국제질서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자원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강자로 재도약을 꿈꾸는 러시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 주도의 석유시장에서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려는 중국 등 이미 지구촌의 질서는 ‘헤쳐모여’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은 어떤가.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 세계 7위의 석유 소비국이면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한국에 에너지 문제는 생존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에너지에 관한 한 한국은 ‘약자’에 불과하다.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점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압도적으로 많다.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다. 이를 위해 과도한 석유의존도와 석유의 중동 의존도 감소가 유력한 대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스와 신ㆍ재생에너지 등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에너지 자주개발률 확대에 정부가 힘을 쏟는 것도 모두 이를 위해서다.하지만 정부의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 국제경쟁을 뚫고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약한 것이다. 우선 재원. 현재 해외 유전개발에 한국이 투자한 금액은 일본에 비해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10년 이상 투자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신ㆍ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재원 역시 태부족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인력은 더욱 부족하다. 유전개발 관련 기술인력은 모두 350명 정도로 세계 50위권 석유회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보 확보 능력, 글로벌 네트워크, 외교력 등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 성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고 정부가 필요한 재원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전임 대통령에 비해 적극적인 대통령의 에너지 외교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이미 불이 붙은 에너지 세계전쟁,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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