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보자’…에너지효율 갈수록 후퇴

한국의 에너지 소비가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지속적으로 나빠진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물건 1,000달러어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TOE(석탄, 천연가스 등 모든 에너지 사용량을 원유 1t이 내는 발열량으로 환산한 에너지 단위)는 미국이 지난 71년 평균 0.4 정도에서 지난 2002년 0.2대로 줄어들었고 독일 역시 0.2선에서 0.1 수준으로 낮아졌다. OECD 평균은 0.3에서 0.2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은 0.2를 조금 넘는 정도에서 0.3으로 높아져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국가경쟁력 저하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다.그러나 에너지 효율성 저하에 대한 심각성을 사회 전반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성문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에너지 효율이 이익으로 직결되는 기업들조차 에너지 고효율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에너지 소비가 막대한 산업부문에서부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부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다소 늦었지만 정부와 민간은 2000년대 들어 에너지 이용 효율화 대책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갔다. 획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고효율화의 길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올해부터 실시되는 ‘에너지이용효율화 3개년 계획’의 경우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지원 확대 등을 통해 3년 동안 1,763만TOE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는 2003년 에너지 사용량의 8.2%를 절감하는 효과다. 특히 에너지를 생산, 공급, 소비하는 기업과 정부가 협약을 체결해 에너지 절약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자발적협약(VA)제도와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시설에 대해 이용실태를 측정해 경제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에너지관리진단 등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관리공단측은 “지난해까지 총 6,200여개 업체에 대한 진단결과 연간 7,267억원의 경비절감과 평균 1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또 ESCO 지원 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기술ㆍ경제적 부담으로 에너지 사용 시설을 보완하지 못할 때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보증하고 에너지 사용 시설에 선투자한 후 투자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액을 투자비와 이윤으로 회수하는 기업을 말한다. 현재 ESCO협회에는 28개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 ESCO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민간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과 이벤트가 눈에 띈다. 전국 270여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2000년 6월 창립된 에너지시민연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에너지절약100만가구 운동’을 펴고 있다. 인터넷으로 자신이 사용한 전력 사용량을 체크, 절감 성과를 보인 회원에게 다양한 환경상품을 증정하는 이 운동은 9월 현재 8만4,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에너지시민연대측은 “전국의 1,500만가구가 에너지 절약운동에 참여해 10%씩만 절약해도 연간 7조8,0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매달 참여 가구가 늘고 있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환경단체 등과 함께 태양광 사용 실태 조사, 지자체 전력소비량 조사 등을 통해 에너지 위기와 절약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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