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ㆍSK ‘앞장’…‘아직 먼길’

한국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 중에 ‘고유가’를 빼놓을 수가 없다.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마다 휘청거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2004년 말 기준으로 국내 유전 자주개발률은 3.8%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석유의 3.8%만을 직접 캐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머지 97%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 문제임에 틀림없다.그렇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유전 자주개발률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한국처럼 석유가 나지 않는 프랑스도 원유, 가스를 포함해 에너지의 93%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1조6,000억원의 유전개발펀드를 조성하고 석유공사 자산을 4조원으로 늘려 해외자원개발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라는 반응이다.사실 해외자원개발은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사업으로 자본 회수기간도 길어 자금력이 떨어지는 민간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한국석유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등 공기업과 SK, GS칼텍스 등 석유회사 등이 주도적으로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기업들은 28개국에서 65개 석유 생산ㆍ개발ㆍ탐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올해 성공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7개국 10개 광구에 이른다.앞장은 공기업이 섰다. 석유공사가 대표주자다. 석유공사는 90년대 초 해외석유개발에 참여한 이후 10여년 만에 베트남 11-2광구 등 4개 사업의 운영권자로 성장했다.특히 2003년 10월 원유개발을 시작한 베트남 15-1광구는 탐사단계부터 한국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해외에서 최초로 성공한 광구다. 하루 약 7만5,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이 유전은 베트남 전체 생산량이 2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04년 5월에는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을 뚫어 하루 2만배럴 이상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최근 예면 신규 광구 입찰에서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석유회사들을 제치고 예멘 4광구 낙찰에 성공했다. 4광구의 추정 매장량은 약 2억5,000만배럴.석유공사는 이밖에도 베트남 15-1광구 내 구조에서 추정 매장량 1억2,000만배럴 규모의 새로운 유전층을 발견한 데 이어 지난 8월 한국전력공사, 대우조선해양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나이지리아 광구 입찰에서도 2개 심해 탐사 광구(OPL321, OPL323)를 낙찰받았다. 이 두 광구는 예상 매장량이 각각 10억배럴 이상으로 국내 연간 원유소비량의 약 2.5배에 달한다. 당시 입찰에는 세계 350여개의 석유회사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대한광업진흥공사는 광물자원개발의 선봉장. 노무현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에 맞춰 멕시코 지질조사소와 광물자원개발을 위한 합작탐사 및 기술ㆍ인적교류를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멕시코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며 금ㆍ은ㆍ아연ㆍ구리 등 광물자원 생산도 세계 10위권에 속한다.광진공과 LS니꼬동제련은 멕시코 웨스턴 소노라지역에서 각각 70대30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세계적인 광업기업 BHPB와 공동으로 금ㆍ구리 개발에 합의했다. 광진공은 이밖에도 (주)원진과 함께 중국 석회석 광산개발에 나서는 등 총 9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13년까지 20개 해외생산광산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지난해부터 총 3억5,000만달러를 단계별로 투자하고 있다.한국가스공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베트남, 러시아, 오만, 카타르, 캐나다, 호주, 나이지리아 등 지구촌 전역에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08년까지 해외 가스전 개발사업에만 2,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러시아, 중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PNG사업을 추진 중이다.SK와 GS칼텍스 등 정유사도 공기업 못지않게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지난 7월 브라질 BMC-8광구에서 추정 매장량 5,000만배럴의 유전을 찾아낸 SK는 민간기업 중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앞서 나간다. 2004년 말 현재 12개국 20개 광구에서 생산ㆍ개발ㆍ탐사에 참여하고 있다.SK는 총 3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하루 평균 2만4,00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 중이다. 이는 미국 내 200개의 석유개발 전문회사 가운데서도 30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초 해외자원개발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R&I(Resources & International)부문을 신설, 해외에너지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오는 2010년까지 하루 생산량을 10만배럴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GS칼텍스는 2003년부터 해외석유 탐사ㆍ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GS칼텍스가 나선 지역은 캄보디아 서부 해상 약 130㎞ 지점, 태국 국경에 위치한 6,300㎢ 규모의 캄보디아 블록A광구. 미국 쉐브론, 일본 미쓰이 등과 함께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중동,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탐사개발에 참여해 2010년에는 원유 도입량의 10% 이상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유전에서 확보할 계획이다.일찌감치 해외자원개발에 힘써온 종합상사들도 잇달아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최근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서 대박을 터뜨린 대우인터내셔널은 페루, 오만,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등에서 해외자원생산 및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야마 가스전은 A-1광구 전체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무려 11조~18조입방피트로 추정된다. 국내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이 1조입방피트임을 감안할 때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삼성물산도 석유공사 등과 함께 예멘과 오만의 접경지역으로 매장량이 9억~10억배럴로 추정되는 해상 16광구의 유전개발권을 확보했다. 가스전개발 사업에서도 삼성물산은 오만 및 카타트 LNG사업을 통해 지난해 1,4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종합상사도 석유ㆍ가스개발 사업으로 예멘 마리브 유전(85억원), 오만 LNG(105억원), 카타르 라스라판 LNG(54억원) 사업에서 연간 200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광물자원개발 사업에 나서 호주 와이옹 유연탄 프로젝트에 참가(지분율 4.25%)했다.하지만 해외자원개발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기술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국내 해외자원개발 기업의 업체당 평균 기술인력은 3.4명 수준으로 개발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는 세계 50위권 석유사인 옥시덴탈(Occidental) 7,244명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원활한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연간 200명 이상의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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