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큰손’ 군림

200여 헤지펀드도 힘자랑 … 앞으로 영향력 더 커질 듯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원유 및 석유제품 선물시장의 파워는 막강하다. 일반적으로 선물시장 규모가 현물시장의 5배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NYMEX(뉴욕상업거래소)의 WTI(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가격은 지난 86년 이후 OPEC 공식가격을 대신해 현물유가의 기준가격 역할을 맡고 있다.에너지선물시장은 선물산업의 비금융분야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 74년 1차 오일쇼크 이후 NYMEX에 처음으로 벙커C유와 경유가 상장거래된 것을 시작으로 IPE, TOCOM 등 4개국 5개 거래소에서 원유 및 석유선물을 거래하고 있다. NYMEX의 하루 거래량은 약 2억배럴 정도다.2004년 전세계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원유 및 석유제품 등 에너지 상품의 거래량은 2억4,300만계약으로 전체 선물ㆍ옵션 거래량의 2.7%를 점하고 있다.원유선물거래소는 원래 석유업체나 항공업체 등 대량 수요업체들이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 이에 따라 원유 또는 석유제품 생산자, 정유사, 항공사, 석유화학업체,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이 시장에 참가한다. 그러나 원유 실수요자가 아닌 금융업체들과 헤지펀드 등이 투자 목적으로 대거 뛰어들면서 실제로는 이들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약 2,000억달러 규모인 에너지시장에서 헤지펀드 등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선물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으로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씨티그룹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투자은행을 꼽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GSCI(Goldman Sachs Commodity Index)라는 펀드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전세계적으로 석유, 가스, 철강 등 상품투자펀드의 규모를 약 550억달러 정도로 잡고 있다. 이중 GSCI의 규모가 약 350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180억달러 정도를 석유부문에 직접투자하고 있다.씨티그룹이 운영하는 펀드 ‘AAA캐피털’의 경우 지난해 원유 선물거래를 통해 수익이 전년도보다 24% 늘었다고 한다. 투자은행과 더불어 헤지펀드도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만만찮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에너지전문가들은 200여개 정도의 헤지펀드가 전세계 에너지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그 실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투자금액과 수익률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파산한 에너지기업 엔론 출신의 존 아널드가 6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설립해 원유선물 투자로 1년간 2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베테랑 거래인인 분피겐스 역시 2개의 헤지펀드를 통해 2년간 5억5,000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 규모를 짐작할 뿐이다.헤지펀드가 대거 뛰어들면서 에너지선물시장이 투기판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 초 보고서에서 ‘석유시장이 투기꾼들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지용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 박사는 “석유시장이 OPEC 등 공급자 논리에서 벗어나고 있는데다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선물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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