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기 싫어’…그리고 후회

지난해 연극배우 박정자는 한 인터뷰에서 연극 에 대해 “이 작품을 울지 않고 볼 수 없다는 신파조 문구말고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을까”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하지만 신파조라고 비난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문구 이상으로 이 작품을 제대로 짚어낼 만한 표현은 없는 듯하다.1991년 나이 쉰에 출연하기 시작해 환갑이 지난 올해까지 벌써 이 작품에 네 번째 출연하는 배우 박정자는 그녀만의 캐릭터인 카리스마에 이번에는 귀여움을 더했다. 귀여운 엄마의 모습에서 더 큰 슬픔이 느껴지는 는 그래서 보통사람들에게 더욱 절절히 와 닿는다.배운 것 없는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런 만큼 자식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크다. ‘다 큰 자식’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그래서다. 똑똑한 딸이 그런 엄마의 삶을 이해할 리 없다. 엄마처럼 살기 싫었던 딸은 가출이든, 출가든 어떤 형식으로든 엄마에게서 자꾸만 벗어나려 한다. 그러다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제야 엄마의 사랑과 한없이 나약한 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엄마의 본모습을 깨닫는다.2005년 버전이라고 해서 평범한 듯 보이는 작품의 큰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뻔한 것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극을 구성하는 에피소드들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상황을 그리면서 굵은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엄마와 딸을 맡은 두 연기자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혔다.그것이 영화이든, 연극이든 대개 슬픈 작품을 만나면 완전히 감상을 마친 뒤에라야 진한 여운을 느끼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는 게 관객의 보편적인 모습일 터.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모녀의 극적인 갈등보다 소소한 갈등의 연속으로 표현한 까닭에 극 중반부쯤부터면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는 모녀관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딸이 독립한 뒤 딸의 집을 방문한 엄마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난방이 잘 되는지의 여부 등 잔소리를 늘어놓는 식이다. 그리고 이를 회상하는 딸의 모습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가 없다.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인데도 한국의 모녀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들 덕분이다. 공연예술에서 극본의 탄탄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한국 연극계 대모인 박정자는 중간중간 객석을 향해 약간의 미소를 지어 보일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가도 돌연 독백장면에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결정타를 날리는 것을 보면 대배우의 경지는 역시 아무나 오르는 게 아닌 모양이다.연극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관객이다. 작품 특성상 극장측에서는 모녀관객을 위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모션 때문이든 그렇지 않든 산울림소극장 개관 20주년 기념공연의 일환으로 올려진 이 작품을 찾는 모녀관객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 그 자체만으로도 꽤 인상적인 풍경이다. 9월25일/산울림소극장/02-334-5915공연&전시▶뮤지컬 1991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뮤지컬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2003년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수녀님들과 함께 넘치는 끼와 유머로 무장한 멋쟁이 신부님이 가세한 시리즈 3탄이다. 지난 4월 개관한 중구문화재단의 충무아트홀의 베스트뮤지컬 초청작. TV 개그 프로그램를 통해 ‘출산드라’로 알려진 김현숙이 출연하는 게 눈에 띈다. 10월1일~2006년 2월28일/충무아트홀 소극장/02-766-8551▶뮤지컬 뮤지컬 은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지난 봄 국내 초연 시 유료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그 열기를 부산으로 옮겨가게 됐다. 초연멤버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과 백민정, 이영미가 참여하는 가운데 엄기준, 서문탁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부산공연과 포항공연을 마친 뒤 11월부터는 흥행이 지속되는 한 공연을 계속하는 오픈런 형식의 무대가 서울에서 마련될 예정. 9월30일~10월16일/부산MBC아트홀/051-760-1166▶오페라 역사상 가장 긴 26년의 제작기간을 자랑하는 바그너의 4부작,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이 4일에 걸쳐 세종문화회관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된다. 21세기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불리는 현대음악계의 거인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의 해석으로 선보인다. 9월24~29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18-7343콘서트 ‘리메이크 원곡을 라이브로’‘독창회’라는 타이틀을 단 이문세의 네 번째 콘서트로 많은 가수들의 리메이크 대상이 된 옛 히트곡을 선보인다. ‘에피소드’라는 부제에 맞게 음반과 라디오, 공개방송 등에서 미처 밝힐 수 없었던 이야기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이문세는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 ‘광화문연가’ 등 대표 발라드곡을 오케스트라곡으로 재편곡해 들려주고 ‘애수’, ‘저 햇살 속의 먼 여행’을 재즈, ‘옛사랑’, ‘시를 위한 시’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선사한다.9월30일~10월2일, 10월8~9일/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1544-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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