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고수익…‘최고야, 최고’

요즘 창업시장에서 최고 이슈는 공동창업이다. 말 그대로 여러 명이 자금과 힘, 아이디어, 노하우를 모아 사업을 한다는 의미다. 공동창업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는 분담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세계맥주전문점 ‘와바’로 잘 알려진 인토외식산업이 지난 5월 참숯화로구이전문점 ‘화로연’을 런칭하면서 공동창업 방식을 도입, 예상 밖의 성공을 입증한 후부터 빠른 입소문을 타고 붐을 일으키는 중이다.사실 공동창업은 ‘동업(同業)’과 같은 의미로, 예로부터 창업과 경영의 한 유형으로 통해 온 익숙한 개념이다. LG그룹의 구인회, 허만정 회장을 비롯해 삼화페인트, 삼천리그룹, 영풍그룹 등이 ‘피보다 진한’ 동업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해외에서도 P&G, 구글 등이 동업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하지만 그간의 동업이 ‘두 명, 혹은 두 집안이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으로 흔히 인식되는 반면, 요즘의 공동창업은 3명 이상, 많게는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사업을 하는 의미로 통한다.투자자가 전부 경영에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 흔히 동업이라고 하면 창업자 모두 동등한 지위와 책임을 지곤 하지만 최근의 공동창업 스타일은 사전협의에 의해 지위와 역할이 각기 달리 결정되는 식이다.7명이 5,000만~1억원씩 모아 공동창업해 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화로연 명동점의 경우 투자자 이규호씨가 점장으로 일하며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이효복 인토외식산업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나머지 투자자는 자신의 지분만큼 월 수익금을 배분받으면서 정기모임을 통해 경영현황을 파악하고 조언을 하는 정도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공동창업에 나선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포하이산420 역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공동창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공동창업은 기존 동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새로운 사업유형임에 틀림없다. 과거 동업은 ‘처가살이’와 함께 ‘되도록 피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이제는 정반대가 됐다. ‘수익배분이나 경영권 문제가 닥치면 골치 아프다’는 고정관념은 ‘적은 돈을 투자해 고정수입을 확보한다’는 단순명료한 투자 마인드로 바뀌는 추세다.공동창업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투잡을 원하는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청년층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업체가 가맹 프로그램을 공동창업에 적합하도록 변형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공동창업 예찬론자들은 경영학 우화에 흔히 등장하는 개미와 코끼리의 비유를 활용하곤 한다. 개미(소자본창업자)들이 힘을 합하면 코끼리(대기업, 대형점포)도 넘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공동창업이 직접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개미가 코끼리를 쓰러뜨리는 배경에는 몇가지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첫째, 점포의 대형화 바람.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큰 점포의 큰 경쟁력’이 공동창업을 필연적으로 ‘뜨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2002월드컵 이후 대형점포의 경쟁력이 강화되기 시작한데다, 상향 소비패턴인 이른바 ‘트레이딩 업’ 조류가 뚜렷해지면서 대형점포, 대형브랜드의 파워가 더욱 세지는 추세”라고 밝히고 “외식업 분야에선 대형화 트렌드가 대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로연 명동점의 경우 2개층 120평 점포를 오픈하면서 주변상권을 장악, 대기업 패밀리레스토랑의 매출을 제친 것은 물론 부동산 가치까지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두 번째 요인은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주말 재테크족의 출현. 주5일 근무제가 안착하면서 직장인 저마다 투잡의 욕구가 커지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투잡을 하자니 마땅치 않고 창업을 하자니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이들이 공동창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신도시 A급지에 아이스크림전문점 공동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오민교씨(D그룹 과장)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수입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다 공동창업을 접했다”면서 “경영에 나서지 않고 투자지분만큼 수익금을 받는 방법이 직장인에게 딱 좋다”고 밝혔다.세 번째 요인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십시일반’ 차원의 인식변화. 대형점포가 경쟁력을 차지하는 시대인 만큼 혼자서는 불가능한 대형점포, 대형브랜드의 창업이 가능한 공동창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명동, 종로 등지의 점포임대료는 권리금만 억대를 호가해 개인이 접근하기엔 벽이 높지만 여럿이 자금을 보태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특히 A급지는 비용부담이 큰 대신 자금회수가 비교적 안전해 창업의 위험성도 낮출 수 있다.이는 부동산시장의 리츠나 부동산펀드와도 비슷한 개념이다. 덩어리가 큰 부동산을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리츠와 펀드를 통해 투자, 어엿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마인드가 그것이다. 운용을 통한 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네 번째는 여성, 청년층의 창업시장 진입 추세다. 가사와 육아의 짐을 진 여성층이나 취업이 어려워 창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청년층에서 공동창업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특히 영업시간이 긴 PC방이나 편의점, 인터넷쇼핑몰, 인력확보와 관리가 힘든 3D업종 등에서 이들의 도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대자본이 들어가는 업종뿐만 아니라 인력확보와 시간활용이 관건인 업종에서도 공동창업이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개인시간이 부족한 주부들도 공동창업을 통해 윈윈하는 사례가 적잖다”고 밝혔다.공동창업의 핵심은 경쟁력 강화에 모아진다. 부족한 힘을 모아 강한 사업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이다. 일정액을 투자, 매월 현금수익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더블인컴(Double Income)’ 장치로도 손색이 없다.점포 대형화, 공동창업 붐 일으켜공동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함께 돈을 모아 창업하기에 무리가 없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물색하는 게 우선이다. 흔히 친구나 직장동료, 가족 및 친지, 동호인 등이 함께하는 것도 ‘신뢰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특히 프랜차이즈로 창업할 경우엔 해당 업체의 신뢰성이 절대적인 관건이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개미가 경쟁력을 강화해 코끼리를 이기고 부를 창출하는 게 목적인 만큼 그에 걸맞은 사업아이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외식업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이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도 “사업경험이 일천한 초창기 프랜차이즈나 직영점이 없는 업체는 피하는 게 상수”라면서 “검증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게 초기 리스크를 낮추는 길”이라고 밝혔다.공동창업 멤버가 결정되고 투자금 규모, 사업내용 등의 윤곽이 정해지면 창업과정을 총괄하고 향후 경영책임을 질 대표자를 선정해야 한다. 더불어 나머지 투자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향후 사업청산에 이르기까지 세부내용을 논의, 향후 문제가 생길 때에 대비하는 것도 이때 해야 할 일이다. 주로 계약서나 약정서에 이 모든 사항을 기록, 공증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또 사업자등록이나 법인설립 같은 법적절차도 거쳐야 한다. 대표자를 두면 명의를 집중할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대표자는 투자자 중에서 나올 수도, 이미 사업노하우를 쌓은 전문경영인일 수도 있다. 최근 와바, 화로연, 포하이산420 등 공동창업 바람을 일으킨 브랜드들은 전문경영인과 경영 및 법률고문, 점장 등 4단계 경영체제로 역할을 분담하고 나머지 투자자는 매월 수익금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이효복 인토외식산업 사장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경영상 위험관리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면서 “투자자의 역할분담이 확실하지 않으면 경영일관성이 떨어지고 덩달아 문제가 생기므로 되도록 확실하게 선을 그어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정환 포하이산420 사장도 “투자자 역할분담은 물론, 청산에 이르는 사업시스템을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시작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가장 명쾌한 공동창업의 방식”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대표자를 선출한 다음에는 창업에서의 역할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대표자는 오픈에 이르기까지 점포 확보와 인테리어 등 굵직한 창업과정을 도맡아 진행해야 하지만, 일반투자자는 ‘열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동창업 브랜드들은 대표자에게 수익의 일정액을 추가 지급, 인건비를 보전해 주고 있다.점포 오픈 후부터는 ‘개미의 힘’을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투자자 모두가 마케팅에 나서 홍보이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수익배분은 궁극적인 공동창업의 목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단계. 투자지분에 따라, 사전에 약정한 내용에 따라 수익금을 나누되 일정액을 예비비로 두는 것이 원칙이다.공동창업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가맹조건을 변경, 창업희망자를 공동창업으로 유도하는 프랜차이즈가 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동업’, ‘공동창업’, ‘공동브랜드’ 등의 표현으로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 공동창업 형식의 창업펀드가 나올 정도로 바람몰이 중이다.하지만 정보수집 단계에서부터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재수 원장은 “초보 창업희망자들을 겨냥해 소자본으로 공동창업을 유도하는 업체들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공동창업이 자칫 공동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실제로 공동창업을 쉽게 보고 서둘러 시작했다가 공동의 실패를 맛보는 사례가 적잖다. 특히 사전에 순익규모 예측을 하지 못해 투자자간 불화가 싹트는 경우가 많다.올 초 대학동기 3명이 모여 만든 A인터넷쇼핑몰은 사전에 역할분담과 수익배분에 대한 공유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매출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해 결국 6개월 만에 폐업하고 말았다. 고급사이트를 지향하며 적잖은 투자금을 들였지만 모두 날리고 만 것은 물론, 친구관계도 깊은 상처가 났다. 사업에 참여한 이영은씨(가명)는 “처음부터 사업에 대한 진지함이 부족했던데다 공동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서 “공동창업으로 성공하기가 독립창업보다 힘들다”고 밝혔다.부실 프랜차이즈가 가맹점 확장의 수단으로 공동창업을 악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선택에 앞서 직영점 경영 여부, 회계투명성, 수익배분 방식 등을 반드시 체크하라”고 입을 모은다.결국 공동창업은 자금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는 투잡 수요자나 창업희망자에게 유효한 창업방식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주의할 점도 많다는 이야기다. 심상훈 소장은 “공동창업은 창업시장의 조류로 떠오른 ‘4W’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미래지향적인 창업 트렌드”라고 밝히고 “하지만 성공을 공동으로 일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지식,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케이스 스터디 와바(Wa Bar) 서울 도곡점소유·경영 분리… 월 4% 수익 배당와바는 지난 2000년 런칭, 현재 국내 170개, 해외 5개의 매장을 보유한 우량 프랜차이즈다. 세계맥주전문점이라는 컨셉으로 사무실 밀집지와 도심 상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바는 서울 도곡점과 여의도점에 공동투자 방식을 접목,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와바가 공동투자 방식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은 소자본 창업희망자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가맹점 개설을 위해 방문하는 창업희망자들이 3억원 안팎의 높은 개설비용 때문에 뒤돌아서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느낀 게 발단이 됐다.최근 오픈한 와바 서울 도곡점에는 총 6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중소기업 임원, 물류회사 직원, 자영업자 등 직업들도 다양하다. 이들은 각자 2,350만~4,700만원을 투자, 5~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의 총지분은 55%. 나머지는 와바 본사인 인토외식산업이 가지고 있다. 즉 프랜차이즈 본사와 개미투자자들이 힘을 합해 서울 강남에 번듯한 와바 매장을 낸 셈이다.(사진)투자자들은 오픈 이후 월 4% 안팎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배분받고 있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50%에 달하는 고수익이다. 이대로라면 2,350만원을 투자한 최소액 투자자는 2년도 안돼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도 남는다.그만큼 투자자의 만족도도 높다. 투자자는 경영을 본사에 일임한 상태이지만 큰 불만이 없다. 소유와 경영이 철저하게 분리,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효복 인토외식산업 사장은 “공동투자 바람이 거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경영실적을 100% 오픈하고 매일 회계상황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한 게 공동투자의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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