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ㆍ수익성 ‘탁월’…자금 ‘힘들어요’

차별대우 큰 폭 줄어, 여성기업 비율 선진국 ‘추월’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는 ‘여성기업 실태조사’와 ‘여성벤처기업 실태조사’ 등 두 가지로 실시됐다. 는 이번 조사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생산, 경영, 재무구조, 차별적 관행 등 여성기업과 관련된 조사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여성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에는 은행이나 정부기관 관계자에게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남성기업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습니다. 오히려 여성기업이 남성기업에 비해 안정성이 있으니까 환대를 받곤 합니다.”손순희 모든넷 사장은 여성기업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가 최근 발표한 여성기업 실태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 따르면 남성기업에 비해 여성기업의 경영활동이 불리하다고 답한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유사하거나 오히려 유리하다고 응답한 여성기업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는 ‘불리하다’는 응답이 29%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4%로 15%포인트나 감소했고 ‘비슷하다’는 입장은 56.1%에서 73.6%로 불어났다. ‘유리하다’는 응답은 12.4%였다.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데 많은 제한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제도, 관행, 시스템 등이 모두 남성 위주인데다 여성에 대한 편견도 심하다고 지적받아온 것. 하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결코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았다. 여성기업의 수가 전체의 36%에 달해 OECD 회원국 평균인 25%를 훌쩍 뛰어넘는 것. 캐나다(33%), 독일(28%), 일본(23%) 등 주요국의 여성기업 수도 한국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창업동기는 대부분 ‘직접 창업’(82.3%)이었다. 2002년 79.2%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가업 승계(8.1%), 기존 기업 인수(4.9%) 등은 소수에 불과했다.창업은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여성의 어려움은 남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어려운 점은 역시 자금조달(53.6%)이었다. 주목되는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자금조달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 45.3%, 2002년 52.6%, 2004년 53.6%로 매년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사실 정부는 다방면으로 여성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창업보육센터 등 관련기관도 여러 곳이다. 2000년 17.5%, 2002년 19.2%, 2004년 21.7% 등 이들 기관에 대한 인지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용률은 반대로 가고 있어 문제다. 창업 당시 이들 기관을 이용한 비율은 2000년 27.3에서 2002년 24.0%로 움츠러들었고 지난해에는 12.9%로 대폭 감소했다.창업 후 첫 번째 과제는 당연히 손익분기점 도달이다. 여성기업인들의 과반수가 2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났으면서도 이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곳도 25.5%에 달해 대조를 이뤘다.여성창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연령별로는 아무래도 30대(36.9%)와 40대(35.5%)가 주류였다. 20대와 50대는 각각 12.6%와 11.8%에 그쳤다. 학력은 고졸(50.3%)이 가장 많았다. 대졸은 20.7%에 그쳤고 대학원 이상은 1.0%에 불과했다.대부분의 여성기업은 개인기업(96.2%)이었다. 회사법인은 2.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중소기업의 법인화율이 60.8%에 달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여성기업의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성기업 가운데서도 건축업의 법인화율은 41.7%로 나타나는 등 업종별로 차이가 컸다.평균업력도 중소기업 전체의 그것과 차이가 났다.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업력이 10.2년인 데 비해 여성기업은 6.7년에 그쳤고 대다수의 기업(80.5%)이 10년 미만의 업력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여성이 경제의 전면에 나선 역사가 짧다는 의미다. 3년 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44.7%에 이를 정도다.여성기업은 인력구성에서도 독특한 면을 보였다. 여성기업의 종업원들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성 종업원(30.9%)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은 69.1%의 종업원이 여성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남성종업원이 여성보다 많은 것과 판이한 결과다.일반적으로 여성기업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몰락할 때도 대부분의 여성기업은 건재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따지는 여성의 특성 때문에 여성기업은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창업 이후 한 번도 부도를 낸 적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무려 88.4%에 달했다.이번 조사에서도 여성기업의 안정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자산총액, 자본금, 매출액 등 기업의 외형을 결정하는 지표는 2002년 조사 때보다 일제히 낮아졌지만 자기자본비율은 2002년 42.1%에서 62.3%로 높아졌고 부채비율은 64.3%에서 49.8%로 떨어졌다. 그만큼 외부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구조에 가까워진 것이다. 전체 중소기업의 재무구조와 비교하면 여성기업의 안정성이 더욱 돋보인다. 2003년 기준으로 중소제조업 전체의 부채비율은 166.2%였고 자기자본비율은 37.57%에 그쳤다.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성장성이나 활동성은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우선 매출액이 2002년 1억6,460만원에서 8,539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2003년에 비해 매출액이 하락한 기업이 65.9%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더욱이 지난 조사 때보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19.8%포인트나 증가하는 등 역성장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어 우려된다.기업의 활동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회전율도 2002년 1.9배에서 1.2배로 꺾였다. 물론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 수치는 중소기업 전체의 평균과 비교해도 크게 못미친다. 2003년 전체 중소기업의 자기자본회전율은 3.18로 여성기업의 3배에 육박했다.하지만 수익성은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비록 매출액이 절반으로 움츠러들었지만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2002년 13.1%에서 19.1%로 더욱 좋아져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치인 3.17%보다 6배나 높았다. 자기자본 대비 경상이익률은 22.7%로 10.05%인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앞질렀다.여성기업 역시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자금조달 면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최근 2년간 자금사정을 묻는 항목에서 47.2%가 ‘곤란하다’고 답한 것이다. 부도에 직면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도 14.9%에 이르렀다.매출액 하락과 자금사정의 악화는 투자위축으로 이어졌다. 연구개발투자비율의 경우 2002년 2.9%에서 4.1%로 다소 높아졌지만 투자액 자체는 2002년 3,057만원에서 2,427만원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2,208만원에서 1,914만원으로 주춤했다. 전체 중소기업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2003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비율은 19.6%, 투자액은 1억1,826만원, 설비투자비율은 39%였다.투자위축의 결과는 성장의 정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창업 당시보다 사업규모가 커진 경험이 있는 기업이 9.9%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90.1%의 기업이 한 번도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금부족(36.4%)이 꼽혔지만 시장분석능력 열위(24.7%), 판매채널 부족(7.8%), 가격경쟁력 열위(7.7%) 등도 주요한 이유로 지목됐다. 수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고작 0.9%에 그쳤다.여성벤처 재무현황 고른 ‘성장’최근 여성기업 가운데 두각을 보이는 부문은 역시 벤처기업들이다. 주로 자영업에 의존하던 여성기업의 영역을 크게 넓혔을 뿐만 아니라 여성 특유의 안정성, 감수성을 발휘해 벤처거품이 빠질 때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성장하는 기업이 적잖았다.여성벤처기업의 대부분은 미공개 기업들이다.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ㆍ등록된 기업은 2.6%에 머무른다. 하지만 향후 1~2년 내에 기업공개를 할 계획이 있는 기업이 33.3%나 돼 머지않아 공개기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여성벤처기업 창업자의 창업 당시 연령은 전체 여성기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대(39%)와 40대(41.6%)가 주축이었다. 학력은 전체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술이 강조되는 벤처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졸이 41.6%, 대학원졸업 이상이 33.8%였고 고졸은 19.5%에 그쳤다.여성벤처기업의 재무현황은 여성기업 전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체 여성기업의 경우 부채액이 급감하는 등 안정성 위주의 경영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여성벤처기업의 경우 자산, 부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주요 재무제표가 고루 증가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었다.자산은 2002년 25억9,351만원에서 2004년 29억1,111억원으로, 매출은 27억8,310억원에서 33억5,202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024만원과 3,543만원 적자에서 2억970만원과 4,894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반면 부채증가로 인한 금융비용은 5,247만원에서 5,289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여성벤처기업은 상대적으로 매우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벤처기업의 자산 평균은 73억4,300만원으로 여성벤처기업의 2.5배 이상이었고 당기순이익은 4억2,600만원으로 8.7배가 넘었다.매출액 구성도 전체 평균과 차이를 보였다. 전체 벤처기업의 경우 대기업 관련 매출이 50% 가까이 되며 전체 매출을 이끈 반면, 여성벤처기업의 경우 대기업 관련 매출과 소비자 매출의 비율이 비슷했다. 반면 해외수출로 발생한 매출은 4.1%에 불과해 전체 평균인 14%를 크게 밑돌았다.여성기업 전체와 마찬가지로 여성벤처기업들 역시 심각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2.3%가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답해 전체 벤처기업의 응답률인 55.5%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신규투자 유치액이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2003년 8,800만원에서 2004년 5,760만원으로 34.5%나 줄어들었다. 반면 전체 벤처기업의 신규투자액은 2004년 1분기에만 8억3,760만원으로 2003년의 9억8,520만원에 육박해 여성벤처기업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신규투자를 유치한 경로에서도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전체 벤처기업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타 기업, 금융기관, 개인투자자, 정부투자기관 등 여러 곳에서 고르게 투자를 유치한 반면, 여성벤처기업들은 투자 대부분을 타 기업에서 받았다. 벤처캐피털이나 개인투자자의 투자는 전무했고 금융기관의 투자는 3,00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03년 5,381만원을 투자해 여성벤처기업의 가장 큰 돈줄 역할을 했던 정부투자기관의 투자액은 1,561만원으로 내려앉았다.여성기업이 돈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된 것은 ‘공정한 기업가치의 산출방법’(59.7%)이었다. 벤처캐피털, 금융기관, 투자조합 등이 여성기업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는 얘기다.이에 반해 여성벤처인들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했다. 자사의 기술이 세계 유일이라거나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이 각각 16.9%와 37.7%에 이른 것이다. 미흡하다는 평가는 37.7%로 전체 비율인 47.2%보다 훨씬 낮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하지만 실제로 기술력을 비교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보유 현황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2004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이 2.16건으로 전체 평균인 3.7건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해외지식재산권 등도 모두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현재 출원이 진행되고 있는 지식재산권 역시 마찬가지였다.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체 기술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이 35.1%로 전체 벤처기업의 69.7%에 못미쳤다. 반면 사내에 기술개발을 위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은 37.7%로 전체 비율인 16.5%를 앞섰다.필요한 기술을 100% 독자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벤처기업들은 주로 대학연구소(40%)와 많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중앙정부기관(100%)과 대기업(100%)이 월등했다. 반면 가장 많은 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과 협력에서는 만족도가 80.6%에 머물렀다.여성벤처기업의 ‘주특기’는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주력 핵심기술이 IT(28.6%), CT(22.1%), BT(15.6%) 등으로 나타나 전체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이 IT(54.2%)에 몰려 있는 것과 차별적인 모습이었다.최근 들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벤처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여성벤처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벤처의 37.7%가 해외에 진출했다고 답했으며 진출 형태는 수출(72.4%)이 압도적이었다. 수출액은 2003년 3억6,629만원에서 2004년 7억8,617만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고 해외투자도 6,250만원에서 8,424만원으로 증가했다.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역시 ‘자금조달’(55.8%)이었다.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도 자금부족(31.2%)은 최대 걸림돌이었다. 이는 벤처기업지원제도의 개선사항 가운데 정책자금 지원확대(44.2%)를 가장 많이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특기할 만한 것은 남성기업에 비해 여성기업이 불리하다고 응답한 기업인이 전체 여성기업의 경우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점이다. 전체 여성기업의 경우 불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4.0%에 불과했지만 벤처기업의 경우 이 비율은 27.3%에 달했다. 가장 불리한 요인으로는 남성 위주의 업계에서 네트워크가 부족(42.9%)하다는 점을 들었다. 여성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9.1%에 달해 여성기업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여성벤처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판매와 유통 관련 지원(16.9%), 금융지원(15.6%), 벤처기업 구조조정 지원(13.0%) 등 항목별로 고르게 분포했다. 이는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어느 한 분야에 몰리기보다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우선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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