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디지털전쟁 ‘한판 붙자’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국내 전자수출 비중의 89%를 차지하는 전자업체 109개사를 대상으로 한 ‘2005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서 대상업체의 60%가 올 하반기에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수시장이 확대되리라는 응답도 56%로 절반을 넘었다.디지털 가전과 백색가전, 소형가전을 모두 포함하는 가전산업은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설문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전망이 밝은 편이다. 특히 디지털 가전의 경우 한국의 차세대 성장 유망산업으로서 융합화ㆍ복합화ㆍ네트워크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도 가능한 분야다.디지털 융합시대를 맞아 특히 디지털TV 시장의 경쟁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치열한 상태다. 한국은 디지털 가전의 초기시장을 선점한 디지털 가전 주도국이지만 일본이나 한국 가전업체의 해외진출이 보편화되면서 선진국과 후발개도국간의 차별화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경쟁력 면에서 한ㆍ중ㆍ일 3국을 비교하면 중국보다는 한국이, 한국보다는 일본이 다소 앞서 나가고 있다.지난해 한국산업은행 조사에서 일본 가전산업의 기술경쟁력은 한국기업을 100으로 할 때 10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가전산업 기술수준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한국이 원천기술과 특허부문에서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일본이 1.4년 정도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이 완제품에 대해서만 경쟁력이 있는 것과 달리 일본기업은 중간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경쟁력이 있다. 산업연구원이 가전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국 가전업계의 세계 최고 대비 기술수준을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제품과 비교해 한국전자산업은 제품설계 기술(23%)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중국은 아직까지는 한국 가전산업과 비교해 기술수준이 92선에 머물고 있다. 1.8년 정도 한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는 중국에 1.9년 가량 앞서 있지만 MP3처럼 특별한 기술차별화가 없는 제품군에서는 중국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한국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생산성이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어 기술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한국기업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한국산업기술재단의 산업기술경쟁력 분석자료에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인건비 비교 수치가 드러나 있다. 중국의 경우 고졸 초임의 월급여가 8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1,200달러 수준이며 대졸 초임자의 경우 중국은 2,600~7,000달러, 한국은 2만~2만 5,000달러 수준이다. 이는 고졸 초임 2만달러, 대졸 초임 5만달러인 선진국 수준과도 크게 대비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세계 디지털전자산업의 용광로와 같은 역할(Melting pot)을 한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 디지털전자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현재 세계 1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으로 성장한 상태다.한국기업은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가전산업부문에서 고급제품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저가품 관련해서는 중국의 위협을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특히 전자기술과 광학기술의 결합인 캠코더, DVD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에서 강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 원천기술과 상품화 역량을 통해 확고한 시장 리더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하지만 다행인 것은 통신ㆍ방송기술이 융합되면서 생산기술보다 제품개발과 설계기술 의존도가 높아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도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는 점이다. R&D 역량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이 디지털 가전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어 한ㆍ일 기술격차 축소를 기대해봄직하다.물론 한국 가전산업은 생산성과 가격, 기술경쟁력 이외의 변수도 안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친환경제품 개발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가전과 관련해서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 확보 차원에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결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부품ㆍ소재산업에 대한 관심을,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서는 고급가전으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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