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 ‘빨간불’ 일색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서민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한다.각종 경제지표 역시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확실하게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거의 전무하다. 정부 스스로 올 하반기도 경기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할 정도다. 특히 경제성장률은 아예 올 초에 내놓은 예상치보다 크게 낮춰 잡는 분위기다.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한국경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본다.향후 경제가 나아질지를 예측하는 지표 가운데 흔히 이용되는 것이 소비자기대지수다. 소비가 이루어져야 경기가 전반적으로 기지개를 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수 역시 아직은 본궤도에 진입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4개월 연속 추락하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8월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기대지수는 95.2로 지난 6월의 95.4보다 0.2포인트 떨어져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기대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소비가 크게 억제되면서 생산자재고지수(2000년을 100으로 해서 광업, 제조업의 매월 말 재고수준을 나타내는 통계)도 점점 나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지난 2003년 2월 110.4였던 것이 2005년 6월에는 124.5로 크게 높아졌다. 무려 14.1포인트나 상승한 셈이다. 특히 재고지수가 2004년 이후 계속해서 나빠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이러다가는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재고지수와 공동운명체인 제조업의 가동률도 8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조사시점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80%를 훌쩍 넘기가 아주 힘들어 보인다. 2003년 2월 78.8%였던 것이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2005년 6월 기준 80.0%)도 여전히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조금만 풀려도 8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툭하면 70%대로 떨어지는 등 아주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국민들의 생계유지와 직결된 실업률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실업이 장기화될 경우 구직자들이 의욕을 잃고 더 나아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사실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8월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7월 고용동향’에서도 이런 상황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이번 자료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활동을 중단한 구직단념자가 14만1,000명으로 2001년 2월(14만9,000명)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2개월 연속 상승, 젊은층의 취업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7월의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는 같았으나 실업자수는 88만8,000명으로 2만3,000명(2.6%)이 증가했다. 이는 한국경제가 구직활동에 나서는 경제활동인구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월인 6월에 비해서도 실업자가 1만1,000명(1.2%) 증가했다.청년층 실업률의 증가는 다소 충격적이다. 1년 전 7.9%에서 8.3%로 0.4%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올 들어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6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참고로 참여정부가 출번한 2003년 7월에는 7.3%를 기록했었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기에는 일반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 위주로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장 젊은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2000년을 100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를 보면 2003년 2월 109.6이었던 것이 2004년 말에는 115.4로 올랐다. 이 수치는 다시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7월 기준으로 117.8을 기록했다.국제유가의 급상승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국민경제에 주름살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유가의 경우 2002년에는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기준으로 26.17달러였지만 2003년 31.08달러, 2004년 41.50달러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러다가 올 들어서는 마침내 60달러를 돌파했고,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추가상승 가능성이 높은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환율의 불안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들은 환차손에 따른 부담으로 자금운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실제 원/달러 환율은 2003년 2월 말 1달러에 1,186원이었던 것이 2004년 1,000원대로 주저앉다. 2004년 12월 말 기준으로 1043.8원까지 밀렸고, 올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져 최근에는 1,000원대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대내외적인 경제상황 악화로 국제수지도 나빠지고 있다. 경상수지를 보면 2003년 119억5,000만달러, 2004년 276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그 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월간 단위로 9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험난함을 예고하기도 했다.나라살림을 엿볼 수 있는 대외채무도 증가 추세다. 나랏빚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3년 1/4분기에 1,517억달러였던 것이 2004년 1/4분기에는 1,679억달러로 160억달러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는 1,800억달러를 넘어섰고, 이런 속도로 나간다면 조만간 2,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국내에서는 경제성장률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당초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연구기관에 비해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았던 정부도 사정이 악화되자 실수를 인정하고 경제회복이 여의치 않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경제는 속성상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해 노력을 하면 반드시 대가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IMF 외환위기 때 이를 경험하기도 했다.한국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다. 이번 경제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한국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정책실패’를 지적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인 만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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