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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은 솥을 만들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 솥으로 밥을 해먹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누룽지를 긁어먹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솥을 깨트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깨진 솥을 때웠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솥을 토론회에 들고 가다가 잃어버렸다.’학계에서 우스개로 나누는 이야기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촉촉하게 묻어난다. 사실 노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특히 경제분야만 따진다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악이라는 비아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피어오른다.국민들의 입에서도 ‘대통령이 경제의 어려움을 알기나 하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적어도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이런 현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교수, 연구원,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점수는 몇 점이냐’는 물음에 낙제점을 매겼다. 응답자의 41.6%가 D학점을, 26.7%가 F학점을 줬다. 10명 중 약 7명의 전문가들이 ‘이래서는 곤란하다’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셈이다.사정이 이러한 것을 정치적 반대파의 괜한 트집 잡기나 물정을 잘 모르는 서민들의 철없는 투정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현실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 각종 지표상에서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3.3%에 그쳐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설비투자와 공장가동률은 하락세에 있는데다 수출증가율도 둔화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전망조사에서도 6개월 후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4개월 연속 뚝 떨어졌다.기업들의 심리도 얼어붙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도 3개월 연속 하락하며 비틀댔다. BSI 수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가 나쁘다고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중이어서 물가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더욱이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불안정한 환율, 위안화 절상, 북핵문제에서 파생하는 안보불안 등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도 문제다.이렇게 되자 연초만 하더라도 ‘자신있다. 믿어달라’고 하던 참여정부의 낙관론은 어느새 쑥 들어갔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애초 목표로 했던 ‘5% 성장은 안될 것 같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한국경제의 위기론이 다시금 서서히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위기론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왔다갔다 갈지(之)자’니 ‘왼쪽 깜빡이에 오른쪽 통행’이라는 비꼬는 투의 말들이 무성하게 따라다닐 정도로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을 질타한다.‘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올 초의 약속을 깨고 최근 야당과의 연정제의 등 경제와 상관없는 정치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약속위반’이라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참여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문제점으로 ‘시장경제의 위배’를 지적한 응답자가 ‘정책의 비일관성’ 다음으로 많았을 정도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과도한 규제나 섣부른 평등주의 등이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갖게 되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운전면허증은 취득했지만 정작 운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 흔히 ‘장롱면허증’을 갖고 있다고 비꼰다.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더라도 실제 운전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이 ‘장롱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닌 국민들이 적지 않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경제전문가들은 어떤 처방을 내고 있는지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장롱면허증’으로 운전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사고의 위험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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