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급부상… ‘2007년 한국 잡는다’

한국 섬유산업은 10대 주력산업 중 전망이 가장 어두운 업종 중 하나다. 섬유산업은 일본, 중국과의 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이미 한국에서 사양산업으로 꼽히고 있다.섬유산업은 섬유원료제조업과 방적ㆍ화섬업, 직ㆍ편물 제조업, 염색가공업, 의류봉제업, 부직포제조, 산업용자재 등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넒은 의미에서는 의류제조와 디자인, 하청봉제 등의 패션산업도 섬유산업에 포함된다. 국내 섬유업체는 일부 화섬업체와 면방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경영악화를 겪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일부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직물생산공단인 대구 섬유 산업단지의 경우 평균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지는 등 국내 섬유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지난해 한국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섬유업종의 기술경쟁력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은 110.1, 중국은 83.0으로 나타났다. 기술격차로만 본 경쟁력 비교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1.8년 뒤져 있으며 중국은 한국에 2.3년 뒤져 있다. 문제는 이 업종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중국의 기술수준이 유난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집약형 제품군에서 이미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의 기술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세계 섬유시장에서 조만간 한국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실제 산업연구원에서 지난해 각 업종의 해당 기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와 대비한 산업 기술수준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상당히 추격 가능한 수준’(81~90%)에 놓여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에 근접ㆍ매우 추격 가능하다’(91~99%)는 대답도 많았다. 산업은행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07년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화섬원사를 제외한 모든 섬유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이 대등한 관계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섬유산업은 노동집약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신산업으로 꼽힌다.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문화산업으로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업종이다. 또한 제품이 기능보다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는 신소재 개발과 고급화ㆍ다양화 등으로 국가이미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일본과 중국 중에서는 우선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무엇보다 가격경쟁력과 생산성에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섬유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한국 섬유산업의 기술경쟁력이 중국보다 20% 가량 우위에 있더라도 결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섬유소재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만 놓고 봤을 때 일본은 3.8%로 한국의 6.0%보다 낮다(2003년 기준). 일본 섬유소재산업은 92년 6.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돼 2003년에 3.8%를 기록했다.하지만 일본은 이미 이 같은 상황을 고기능성, 고성능 신합섬소재와 산업용섬유 개발로 타개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섬유산업의 기술ㆍ제품 개발력은 116 수준으로(산업은행 자료) 한국보다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생산기술은 106.0, 설계기술은 108.2, 품질수준은 110.1로 각각 크게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은 범용품시장에서는 국제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산업용섬유 등 비의류 분야에서는 한국, 중국보다 절대우위에 있다. 그동안 글로벌화 대응과 해외투자를 적극 추진해 온 덕분이다. 결국 현재 한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범용품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 가운데 일본식의 선진국형 섬유산업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섬유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사양산업’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나름의 영역을 찾으라고 제안하고 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저가제품은 중국, 중가제품은 한국, 고가제품은 일본으로 자연스럽게 분업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품질수준, 기술수준을 높이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 섬유산업이 고가품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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