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태부족… 돌파구 확보 시급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약진이 눈부시다.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매년 엄청난 기세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는 최근의 수출실적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03년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22.8%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4.9% 증가한 170억1,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수출이 103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보고 있다.석유화학업종의 호황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과 중국 역시 유례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에틸렌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시장인 중국도 경쟁력 강화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국 업체의 공급량이 총수요의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 낙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등 생산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한ㆍ중ㆍ일의 석유화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석유화학업종에서도 일본의 기술은 한국과 중국보다 앞서 있다.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의 기술경쟁력지수는 112.3으로 기술격차는 3.1년이다. 중국의 경쟁력지수는 86.0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크게 뒤져 있는 수준이다. 한국은 생산기술 면에서는 일본과 대등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공정설계 등 핵심분야의 기술은 대부분 선진국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 부문에 대한 일본의 경쟁력지수는 118~120으로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일본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생산시설만 있으면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범용제품에서는 더 이상 승부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이와 함께 IT 소재산업 등 유관산업에 진출해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범용제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부문은 동남아지역 국가들에 생산시설을 이전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중국은 범용제품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에틸렌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3%로 한국(5.1%)을 앞질렀다. 범용합성수지는 10.2%로 6.7%인 일본과 5.9%인 한국보다 높다. 아직은 생산시설이 낙후돼 있고 규모도 작은데다 생산시설 운영기술이 낮아 생산성이 높지 않지만 머지않아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기술경쟁력은 취약한 편이다. 한국과 비교해도 3.7년 뒤떨어져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산업의 경우 핵심기술에서 상대적으로 격차가 컸지만 석유화학업종에서는 생산기술보다 핵심기술의 격차가 적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역시 핵심기술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중국보다 먼저 시작해 생산시설의 운영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한국의 석유화학산업 기반은 사실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대외변수에 따라 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과 중동지역 국가들이 범용제품에 대한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핵심기술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대안이 절실한 형편이다.전문가들은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선진국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한 고부가가치 원천기술력을 시급히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업종의 기술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소재산업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원천기술을 새로 개발하기도 어렵고 기존 기술은 특허의 벽으로 철저히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의 송효근 연구원은 “중국의 수요가 워낙 폭발적으로 증가해 당분간 호황이 지속되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이 자국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정도의 생산력을 갖추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업구조의 고도화, 생산시설의 대형화 및 최신화, 유관산업으로의 진출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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