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맹추격… ‘5년 후 보자’

철강 하면 우리는 바로 포스코를 떠올린다.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데다 생산량(2004년 기준 5위) 또한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각종 경쟁력 조사에서도 포스코는 철강분야에서 세계 ‘넘버원’에 자주 오른다. 최근 세계 상위 21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한 WSD(World Steel Dynamics)의 경쟁력 조사에서도 포스코는 당당 1위를 차지했다.포스코를 앞세운 한국의 철강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보통강의 냉연이나 특수강 등에서는 일본과 3년 이상의 기술격차를 보이는 등 편차가 좀 심한 편이다. 세계 넘버원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일본은 앞서 언급한 신일본제절이 생산량에서 2004년 기준으로 세계 3위, JFE홀딩스가 세계 4위 업체로 랭크돼 있을 정도로 세계 철강시장을 주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세계 7위 수준인 상해보강을 비롯해 안산철강, 수도강철, 무한강철 등 4대 철강사가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한국의 철강기술력은 일본과 비교해 볼 때 대략 90% 수준에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은 약 115.7로 나타났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보통강의 제선 쪽은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 차이(100대103)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보통강의 냉연이나 특수강의 열연, 냉연분야는 일본의 수준이 120을 넘는 등 격차가 다소 벌어져 있는 상태다. 한국산업은행은 “현시점에서 볼 때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약 3.2년으로 추정된다”며 “2010년쯤에는 100대105 수준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또 산업연구원이 직접 철강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철강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와 비교해 81~90% 수준이라는 응답이 약 40%로 가장 높았다. 이미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응답도 10%에 달해 철강업계의 경우 다른 어느 분야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으로 조사됐다.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아직은 큰 편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특수강분야는 한국이 멀찍이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한국산업은행 분석자료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중국이 한국의 79.2 수준이지만 특수강분야는 70대 전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추격속도가 빨라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의 시장잠재력을 인정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많은 기술들이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측은 “한국과 중국의 철강기술 격차는 3.8년 정도지만 2010년에는 상당부분 줄어들어 아주 근접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연구원은 기술격차와 관련, 한국이 4.1년 앞선 것으로 평가했다.중국산 철강은 제품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에서 한국과 일본의 철강을 압도한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기술력에서 중간에 끼어 있는 상태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중국 수출은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중국 내 자체 공급이 부족한 고품질의 제품 중심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비해 일본과는 특수강분야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이는 만큼 국내업체들의 원천기술 확보가 급선무라고 말한다. 양기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한ㆍ중ㆍ일 3개국의 기술력 차이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좁혀질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업체마다 어느 분야에 특화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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