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년 한·중·일 파워 대해부 대~한민국은 어디로

7월15일 한국은행은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일반기계 등 한국의 6대 수출산업의 시장점유율이 중국에 더욱 밀려났다는 것이다. 2002년 한국의 6대 수출산업의 점유율은 3.9%로 4.6%인 중국에 이미 열세로 돌아섰다. 양국간 차이는 2003년에 더욱 벌어져 한국이 4.1%, 중국이 5.8%였다. 점유율 자체는 상승했지만 중국의 성장속도를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기술력이 앞선 일본의 기운도 기울어지고 있다. 95년 14.9%였던 점유율이 2000년 12%로, 2002년 10.6%, 2003년 10.3%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한ㆍ중ㆍ일 3국의 경제전쟁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저부가가치 제품 위주인 한국이 일본의 자존심인 전자산업을 제치리라는 것을 감히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사회주의체제 아래 지극히 생산성이 낮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리라 분석한 사례도 없었다.중국의 성장에 따라 한ㆍ중ㆍ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경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70년대 이래 세계 평균을 2배 이상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19.9%이던 비중이 2005년 20.0%, 2006~2020년에는 20.2%로 증가할 것으로 은 전망했다. 이 가운데 한ㆍ중ㆍ일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훌쩍 뛰어넘는다.지리적으로 인접한 한ㆍ중ㆍ일 3국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3국은 이미 서로 매우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일본은 한국의 제2위 파트너이고 중국은 3위 파트너다. 일본과 중국의 교역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의 제2위의 수출국인 동시에 1위의 수입국이다. 3국 사이의 교역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그러나 동시에 3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함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화에 따라 1위 외에 생존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FTA체제가 대세가 되고 있어 한ㆍ중ㆍ일 3국은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게 됐다. 과연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인’들 사이에서 생존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일단 현실은 다소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서 양쪽을 함께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넛 크래킹’(호두까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연구원에 따르면 한ㆍ중ㆍ일의 17개 제조업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산업은 불과 6개에 그친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7개와 9개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씁쓸한 것은 경쟁우위 산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 한국의 경쟁우위 산업은 8개였다.한국은행의 분석도 맥을 같이한다. 전자, 통신기기, 컴퓨터, 가전, 일반기계 등 주요 업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산업이 전체의 66%에 달해 더 많은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비교 우위에 있는 업종은 8.5%인 5개에 불과하다고 한국은행은 진단했다.한국이 나아갈 길은 결국 기술경쟁력 제고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격경쟁력으로는 원가경쟁력이 높은 중국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자리를 대체하고 중국이 한국의 자리를 잠식해 나가는 한ㆍ중ㆍ일 3국의 산업발전 구조상 기술개발 외에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더욱이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기술력 확보에 가속도를 붙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자칫 중국에마저 기술력이 열세에 몰릴 수도 있어서다. 중국의 기초과학 능력, R&D에 대한 범국가적인 육성, 풍부하고 우수한 인력자원, 확대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는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실제로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국내 5,8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중국과 기술격차가 4년 정도라고 답했는데, 이는 4.7년이라고 응답한 2년 전 조사에 비해 0.7년이 단축된 수치다.한국산업은행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76.5% 수준인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2007년에는 87%로 증가하고 2010년에는 94.5%로 더욱 향상될 것으로 산업은행은 점쳤다. 2010년 이후에는 기술격차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하지만 한국의 기술력도 이 무렵이면 일본에 육박할 것으로 산업은행은 전망했다. 2004년 110.5이던 일본의 기술경쟁력 지수가 2007년에 106.2로, 2010년에는 102.1로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3국의 기술격차가 감소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예상처럼 그렇게 빠르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일본의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와 일본의 경제격주간지 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그렇다. 일본의 경제인들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은 갈수록 좁혀드는 반면, 일본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오히려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전망치야 어찌됐던 한국이 최대한 신속하게 산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대의에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경쟁력 향상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의 안현실 논설위원은 혁신과 개방을 키워드로 꼽았다. 이를 위한 방책으로 안위원은 산업구조의 고도화, 혁신 인프라 확충, 외국인투자에 대한 보다 개방적인 정책 등 6가지를 내놓았다.1800년 전 당대의 지략가 제갈공명은 ‘천하삼분지계’를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촉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제갈공명이 죽기 전까지 촉나라는 천하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동북아경제의 신삼국지라고 불리는 한ㆍ중ㆍ일 3국의 경쟁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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