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기사 접고 웃음전도사 ‘우뚝’

‘혹시 연예인 아냐?’ 양내윤 유머경영연구소 소장(32)은 인터뷰 장소에 좀 튀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큰 키에 뽀얀 얼굴, 말쑥한 차림새가 마치 여의도 방송가에서나 봄직한 외모였다. 표정 역시 무척 풍부한 사람처럼 보였다.“사실은 한때 방송 MC가 되기 위해 SBS아카데미에 다닌 적이 있어요. 지금 하는 일도 따지고 보면 생소한 분야는 아닌 셈이죠.”양소장은 요즘 튀는 외모만큼이나 유머강사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떤 날은 하루에 강의요청 등 전화만 수십 통이 걸려온다. 본인 스스로도 ‘스타가 된 게 아닌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인 CEO들이 적지 않다는 것. 특히 자신은 강의실에 들어오지 않고 직원들만 청강하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회사만 바뀌어서는 안된다. 개인들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개개인이 웃음과 즐거움의 DNA를 찾고 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행복한 삶과 건강한 일터, 더 나아가 신명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잠들어 있는 열정과 즐거움을 깨우고 신뢰 넘치는 삶을 이끌어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양소장 인생은 그 자체가 한 편의 희극이다. 지금은 잘나가는 유머강사지만 원래 그의 전공은 토목공학이었다. 실제로 대학졸업 후에는 건설현장에서 공사장 인부들과 살을 맞대며 4년여를 보냈다. 당시 23살 나이에 아버지뻘인 인부들을 관리, 감독하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유머였다.“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잘 못해도 잘한다 얘기하고, 잘하면 크게 칭찬했습니다. 또 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사현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표정이 굳어 있는 사람들을 풀어줬죠. 이때 유머러스한 표정이나 표현은 기본이었고요.”양소장은 건설현장에서 자신의 눈으로 유머경영의 효과를 직접 봤다. 현장분위기가 부드럽게 바뀌고 일터에 웃음이 넘치면서 성과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크고 작은 사고도 크게 줄었다. 본사에서도 유심히 지켜볼 정도로 양소장이 맡은 곳은 뭔가 달랐던 것.그러나 양소장은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일단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방송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내고 SBS아카데미 MC과정에 등록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방송사들이 앞다퉈 오락프로그램을 줄였고, 그가 설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방황하다가 한동안 특허 관련 업무를 다루는 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양소장은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가 2000년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작심했다”며 “방송 대신 강단에서 홈런을 날리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그의 유머론은 매우 긍정적이다. 적절하게 잘 쓰면 상대방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 특히 인간관계에서 유머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양소장은 “차별화는 이제 상품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개인들도 유머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성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1971년 전남 광주 출생. 94년 성균관대 토목공학과 졸업. 94년 효성그룹 입사. 97년 SBS방송아카데미 수료. 98부터 2년간 특허 관련 회사 근무. 2000년 유머경영연구소 설립. 2004년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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