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나눌수록 커져’…필수코스

‘커뮤니티 공화국’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인터넷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게 2005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총 60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뜻하는 말로 쓰기 시작한 ‘카페’라는 용어가 일반명사화됐을 정도로 그 활동도 활발하다.자연히 재테크에서도 커뮤니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재테크의 첫걸음으로 ‘경제신문 읽기’를 꼽는다. 그렇지만 사실상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정보의 깊이가 경제신문 기사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일부 대형 커뮤니티의 경우 회원수만 해도 수십만명에 이르다 보니 금융업계 종사자는 물론, 재테크 전문가까지 포진돼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재테크 커뮤니티는 인터넷 카페 등장 이후 꾸준히 늘었지만 ‘부자 열풍’이 거셌던 2003년과 2004년에 급격히 증가했다는 게 커뮤니티 운영자들의 말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교사, 간호사, 의사 등 소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직종 종사자들까지 커뮤니티에 모여들었다는 설명이다. 그 정도로 재테크의 기본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재테크 커뮤니티들은 오프라인 모임으로까지 발전하면서 성공 재테크를 위한 필수코스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는 평가다.이 같은 커뮤니티의 급격한 양적, 질적 팽창으로 인해 이제는 각각의 커뮤니티를 유형별로 분류해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선 커뮤니티 등장 초기부터 지금껏 장수하는 유형 중 하나로 절약을 강조하는 모임이 있다.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돼 있는 ‘짠돌이’(cafe.daum.net/mmnix)와 ‘맞벌이 부부의 10년 10억 모으기’(cafe.daum.net/10in10)가 대표적인 케이스. 2001년 12월에 개설된 짠돌이는 회원수가 약 43만명에 달한다. 재테크의 기본은 종자돈 모으기. 따라서 생활비를 최소로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도록 회원끼리 서로 돕는다. 대다수 회원이 ‘지독하다’ 할 정도로 절약하는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이들 회원 각각의 사례들은 불경기와 맞물려 매스컴을 통해서도 많이 소개됐다.일명 ‘10in10’(텐인텐)으로 불리는 맞벌이 부부의 10년 10억원 모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결혼 이후 10년 내 10억원을 모으자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다가 동호회를 만들었다”는 박범영 시삽은 “사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쓰는 것만 줄여도 꽤 많은 자산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1년에 문을 연 이 커뮤니티의 회원수는 36만명이다. 게시판 메뉴 중 ‘맞벌이 부부의 삶’처럼 자신의 재테크를 평가받을 수 있는 코너가 인기 있다. 연 2~3차례 대규모 강연을 여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의 경우 박시삽이 잠재적인 10억원 부자라고 평가할 만한 우수회원을 모아 매월 소규모의 강연을 열기도 했다. 이 커뮤니티는 대표적인 장수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으면서 ‘텐인텐’이라는 줄임말만으로도 의미가 통할 정도로 유명해졌다.텐인텐이 실질적인 노하우를 점검해 주는 기능을 한다면 ‘부자특성연구회’(www.se-ri.org/forum/rich)는 부자들의 마인드 연구에 중점을 둔다. 약 10년간 부자를 만나 그들의 특징을 연구했다는 문승렬 부자특성연구회 시삽은 ‘기본에 충실한 부자들만의 투자전략을 배우자’는 의미로 2002년 말에 모임을 만들었다. 부자의 정신과 부자의 노하우를 배우자는 이야기다. 1만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 10억원 자산규모의 부자 5,000명 이상을 만들자’는 거창한 포부를 세워두고 있다.이처럼 부자가 되는 마인드를 강조하는 커뮤니티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돈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즉 경제교육이 아닌 부자교육을 해야 개인이 잘 살게 되고 이것이 곧 국가의 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부자특성연구회가 지난해 개설한 ‘부자스쿨’이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시도다. 수료생을 4기까지 배출한 부자스쿨은 10주간에 걸친 부자교육 프로그램이다. 커리큘럼만 봐도 ‘라이프플래닝 점검’, ‘부자는 누구인가’ 등으로 단순히 투자전략이 아닌 마인드컨트롤에서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또한 격월 단위로 실제 부자를 강사로 한 부자들의 인생 강연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문시삽은 이 같은 커뮤니티의 노하우를 책으로 엮어 얼마 전에는 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부자클럽연구회가 교육을 강조해 ‘부자스쿨’을 만든 것처럼 ‘부자아빠 부자엄마가 되고 싶은 직장인들의 모임’(richdad.cyworld.com) 역시 ‘이코노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임채태 클럽운영자는 “처음에는 커뮤니티가 친목의 성격도 강했지만 이제는 철저히 재테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2003년에는 부동산 스쿨을, 2004년에는 이코노미스쿨을 열고 본격적인 공동 스터디에 나섰다”고 강조했다.지난해 3월 개설된 ‘20대! 부자만들기’(20rich.cyworld.com)도 부자가 되는 마인드를 강조하는 동호회다. 단순한 재테크에 관한 지식공유가 아닌 부자가 되는 마음가짐을 공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 커뮤니티는 타깃을 20대로 잡아 회원 평균연령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재테크 초보인 20대가 어떻게 종자돈을 모으고 어떻게 재테크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30대 직장인들이 돈벌기 위한 테크닉으로 재테크를 생각하는 것에서 한발 앞서 20대에 일찌감치 ‘노력해 성공하는 부자가 되자’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클럽 개설 1년 반 만에 벌써 회원수는 6만2,000명에 달하고 있다. 클럽운영자 김국현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 이야기를 꺼내면 매정하고 돈만을 따지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면서 “따라서 그런 편견이 없는 올바른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들의 생각을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비교적 최근 생긴 커뮤니티인 만큼 트렌드에 맞게 역시 교육이나 세미나 프로그램 운영에도 소홀하지 않다. 연 2회 대규모 강연과 함께 소규모의 세미나는 수시로 열리고 있다.여전히 주식,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등 투자방식별로 모인 세부적인 정보 위주의 커뮤니티도 많다. 이 경우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결성해 이를 공동투자 모임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이들 모임은 대형화되고 조직화되기보다 전문지식을 찾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돋보기 / ‘워너비리치’ 세대커뮤니티 바람 주역…‘30대 기혼남’‘맞벌이 부부의 10년 10억 모으기’의 회원을 나이별로 살펴보면 25~35세가 80~90%에 달한다. ‘부자아빠 부자엄마가 되고 싶은 직장인들의 모임’ 역시 단연 30대가 주축이 된다. 이는 한국사회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평생고용체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사오정’, ‘오륙도’ 등 조기퇴직 열병을 앓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퇴직시기는 앞당겨진 데 비해 한국이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은 세대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30대에 부와 성공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져놓아야 한다는 게 최근 30대 직장인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이 돼 가고 있는 것. 이것이 재테크 커뮤니티의 중심에 30대가 놓이게 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30대는 재테크 커뮤니티 붐을 일으킨 데도 큰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최근 광고대행사 LG애드에서는 이를 두고 ‘워너비리치’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리포트를 발표했다. LG애드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30대 젊은 기혼남’을 조사한 자료를 통해 이들을 워너비리치(Wannabe Rich)로 규정한 것.보고서에 따르면 워너비리치 세대는 자산증식을 인생의 주된 관심사로 보고 있으며 골프와 여행에 높은 관심도를 나타낸다. 특히 이들은 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돈을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주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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