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마다 남녀노소 ‘구름처럼’

경기도 과천에 사는 이민정씨(38). 전업주부인 이씨는 요즘 웬만한 재테크 강연회는 빼놓지 않고 찾아다닌다. 백화점 문화센터뿐만 아니라 언론사나 금융회사들이 개최하는 강연회에 시간이 날 때마다 얼굴을 내민다.재미도 쏠쏠하다. 유명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데다 필요한 정보도 현장에서 직접 얻을 수 있다. 올 초에는 강연에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가에 투자를 했는데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매달 받는 월세가 은행이자보다 2배 이상 높은데다 덤으로 상가가격도 5% 가량 올랐다.“우연히 친구 따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연 재테크 강연회에 가봤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고요. 보통 다른 강연회는 끝나면 그만인데 재테크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은 시간이 허락되고 집에서 너무 멀지만 않으면 대부분 찾아가서 듣는 편입니다.”재테크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강연회도 덩달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돈불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예비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테크와 관련 없는 강연회를 열면서 투자 관련 코너를 한두 개쯤 끼워 넣을 정도다. 돈에 대한 정보를 줘야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청중들의 성별이나 연령대도 다양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물론 예전에도 재테크 강연회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최하는 기관이 크게 느는 추세를 보이는데다 프로그램 내용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대표적인 것이 백화점, 건설업체, 인터넷 포털업체 등의 가세다. 이들 업체는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테크 강연회를 열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이제 재테크 강연회는 단골강좌 가운데서도 핵심이다.건설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신영은 6월부터 정기적으로 삼성동 상설 견본주택에서 무료 재테크 강연회를 열고 있다. 부동산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금융이나 주식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켜 강사를 초빙한다. 고객들의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다.모델하우스에서도 투자를 주제로 강사를 불러 강연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델하우스 하면 단순히 실내 인테리어를 둘러보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는 차원에서 많은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요즘 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 가운데는 모델하우스로 데이트를 간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시원한 곳에서 정보도 얻고 애인과 재미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동호인모임이 주최하는 재테크 강연회도 큰 인기다. 특징은 참여자들 자체가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모이는 숫자 또한 엄청나다는 점.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투자 동호인모임인 부자클럽의 경우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고 강사를 불러 강연회를 갖는데 참석자가 300~500명을 넘나든다. 다른 모임들이 주최하는 경우도 상황은 비슷해 대개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루는 사례가 많다. 금융계에서는 강연회를 여는 동호인모임이 10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 포털 모네타 역시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재테크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재테크 강연회가 크게 늘어난 것과 함께 내용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먼저 맞춤식 강연회가 크게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강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이 준비해 온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에는 중간에 질의와 응답이 오간다. 아예 사전에 참석 예정자들로부터 인터넷으로 질문을 받아 강연이 끝난 다음 일괄적으로 답변을 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경제경영 전문 출판사인 리더스북이 개최한 ‘맞춤재테크클릭닉’에서도 사전에 강연자의 e메일로 질문을 받아 강의 중간에 별도 코너를 마련해 하나하나 답변해줘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금융회사들의 재테크 강연회에도 색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많은 청중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는 것과 함께 소규모 모임도 자주 연다. 일부 고객만 모아놓고 맞춤식 강연회를 여는 것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강남을 중심으로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또 요즘에는 지점 단위로 행사를 여는 것도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최근 삼성증권 타워팰리스점은 대치동의 한 수입차 매장에서 우수고객을 별도로 초청해 현장에서 상담을 해주고 최신 투자정보를 알려주는 행사를 열었다. 한영식 지점장은 “수입차업체 등과 공동으로 행사를 열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향후에도 자주 이런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신한은행은 지난 6월 발산역지점을 오픈하면서 테이프 커팅이나 떡 돌리기 등 의례적인 행사를 생략하고 재테크 강연회를 열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은행측은 발산역 주변 주민들이 강서ㆍ화곡지구 재건축 등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강사진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제도권 내의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아 진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전문가들이 대거 등장,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들의 최대 장점은 실전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봉준호 닥스클럽 대표는 32번이나 이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투자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식전문가로 알려진 일명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증권사에 근무한 경험은 없지만 오랜 주식투자 경험을 살려 인기강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상훈씨 역시 다양한 부동산투자 경험을 밑천 삼아 부지런히 뛰고 있다.흔히 재테크 강연회는 부자동네보다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인기가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크게 다르다. 지방보다는 서울, 서울에서도 강북보다는 강남지역에서 열릴 때 많은 청중이 모여든다. 부자일수록 재테크에 민감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실제로 강연회를 주최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울의 경우 강남과 강북을 비교해 보면 강남이 약 1.5~2배 정도 더 많이 몰린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부자들이 그런 데까지 쫓아다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크게 다른 것이다. ‘부자학 교수’로 잘 알려진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보에 민감한 것”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재테크 강연회에 부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재테크 강연회는 일부 동호인모임이 개최하는 것을 빼면 대부분 무료다. 요즘은 주최측이나 후원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형식적인 것도 대부분 사라졌다. 참석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쪽으로 내용이 크게 변하고 있다.다만 강연회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지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관심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소 불만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가보고 싶어도 너무 멀어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기회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며 불만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재테크 강연회는 잘만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강연회가 서울 강남 중심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강하지만 어차피 재테크라는 것이 발품을 많이 팔수록 효과적인 만큼 부지런히 돌아다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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