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공기 ‘쿵짝’강북판 베버리힐 스 될까?

서울 광화문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업무 중심지다. 정부종합청사와 대기업 빌딩, 언론사들이 모인 ‘서울 한복판’이다. 그렇다고 삭막하고 메마르기만 한 건 아니다. 푸른 산과 공원, 적잖은 문화유산들이 자연의 신선함과 전통의 향기를 발산하기도 한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가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뿜어내는 게 광화문만의 매력이다.광화문은 부동산시장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끌어온 알짜지역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1년 5월에 분양했던 주상복합아파트인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은 청약 하루 만에 계약률 98%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연이어 삼성 파크팰리스, 쌍용플래티넘, 용비어천가, 광화문시대 등 주상복합ㆍ오피스텔들도 인기몰이를 하며 분양랠리를 이어갔다. 이들 주상복합ㆍ오피스텔이 위치한 내수동, 사직동은 정부중앙청사와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노후건물밀집지였지만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서구형 도심주거지로 면모가 확 바뀌었다.하지만 내수동을 제외한 주거지는 그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길 하나 사이에 효자동, 청운동, 사직동, 내수동, 삼청동, 신영동 등 유서 깊은 주거지가 포진해 있지만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개발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체부동의 경우 사직로를 사이에 두고 내수동과 허용 용적률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다. 경복궁, 청와대 방면 지역은 용적률이 200%를 밑돌지만 내수동 등 도심 방면은 500% 이상이다. 개발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건축규제가 많은 이들 지역이 마뜩찮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런 이들 지역에도 개발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낡은 주택을 헐어내고 5~7층의 저층 고급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옥인동, 체부동, 누하동, 신영동에 대한 주택재개발 계획이 명시되면서 사업추진 움직임도 빨라졌다. 주민들 사이에선 주변환경과 조화된 고급 주택단지로의 변신에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이들 지역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여느 주거지와는 차별화된 개발 컨셉과 입지적 특성 때문이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전에 참여한 가운데 공통적으로 ‘저층 고급형 단지’로의 개발로 방향을 맞춘 상태다. 용적률이 낮아 7층 이하로 지어야 하는 만큼 쾌적성을 높이고 중대형 평형 위주로 고급화해 중산층 이상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며 고층 일변도로 짓는 여느 재개발 사업지와는 확연히 다른 전략이다.예로부터 쌓아온 ‘양반동네’ 이미지도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궁궐을 품은 역사 속 명당이라는 점에다 유서 깊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살아있어 강남 부자들도 군침을 흘린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이상 실수요들이 실거주 지역으로 선호해 지역 가치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인왕산, 북악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적잖은 매력이다. 대상지 모두가 하나같이 탁월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 쾌적성 측면에서 최고의 조건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도로 및 대중교통 여건도 좋아 금상첨화다.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아 재개발시장 ‘물’이 아직 깨끗한 편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 신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투기세력이 몰리는 등의 부작용은 여느 지역에 비해 덜한 편이다.물론 단점도 있다. 다른 재개발과 달리 규모가 작고 매물이 많지 않아 일반투자자의 접근이 쉽지 않다. 올 들어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지분가격이 많이 오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용적률 등 건축규제 때문에 지분 투자수익률이 낮게 매겨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하지만 고급 컨셉으로의 개발 이후, 지역 가치가 지금보다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광화문 주변의 유서 깊은 주택지들은 선호도가 높아 재테크용으로도 손색이 없다”면서 “다만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갈지, 고급형 주거지로 얼마나 가치 상승을 이끌어 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팀장은 또 “친환경 고급 아파트 단지로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될 경우, 강남 아파트나 수익률 중심으로 고착된 투자자들의 시각을 변화시키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옥인동 = 지난해 6월 확정된 서울시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1단계를 배정받아 가장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곳이다. 인왕산 기슭 3만㎡에 33~58평형 300여가구(일반분양 100여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 85% 이상의 주민 동의가 완료됐으며 8월 중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등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 철거 및 이주, 일반분양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재개발추진위원회는 이곳을 고급 중대형 단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이병문 전 위원장은 “조합원들 상당수가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터줏대감들”이라면서 “자연환경을 잘 살려 품위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인 이곳은 올 들어 가격이 크게 뛰었다. 워낙 조용히 진행돼 인근 지역 주민들도 모를 정도였지만 사업추진 과정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시세변동이 뚜렷한 상황이다. 정정희 서울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올 들어 가격이 평당 200만~300만원씩 뛰었지만 매물이 귀하다”고 밝혔다.실제로 옥인동 재개발 예정지의 지분가격은 평당 1,200만~1,300만원선에 이른다. 특히 크기가 100평 안팎인 대형 지분이 적잖아 일반 소액투자자가 접근하긴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주택이 낡고 설비가 취약해 세입자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수요가 많은 10~20평 지분은 더 높은 선인 평당 1,400만~1,500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그러나 입지나 사업추진 속도 등에서 장점이 많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주변 재개발사업지에 비해 높다는 평이다. 향, 전망, 자연환경 등의 조건이 인근 체부동, 누하동에 비해 우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문 전 위원장은 “인근 청운현대아파트 시세가 평당 1,500만원선에 이르는 만큼 분양가는 이보다 높은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입지여건이 좋아 향후 시세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체부동 = “30~40년 산 터줏대감들이 대부분입니다. 재개발한다고 시끄러운 것도 없어요. 그저 집이 낡았으니 개발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진득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지요. 다른 재개발지역과 달리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런 동네 특성 때문일 겁니다.”최근 사직공원 옆 체부동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의 이석우 개발사업부 차장은 “여느 재개발 예정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면서 “광화문이라는 입지여건과 전통 주거지라는 점에 주목, 수익성보다는 랜드마크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수주에 나섰다”고 말했다.실제로 건설업체 수익성 측면에서 체부동 등 광화문 주변 사업지는 그리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용적률이 낮아 고층으로 지을 수 없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차장은 “수익성은 대규모 재개발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고급 저층 단지로 재개발한 이후엔 상징성과 함께 재산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체부동은 5만6,000㎡에 592가구(임대아파트 100가구, 일반분양 150여가구 포함) 규모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용적률을 기준보다 20% 가량 늘려 잡은 것이어서 향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또 기본계획상 2단계에 올라 있는 만큼 옥인동 예정지보다는 사업추진 경과가 좀 늦은 편이다. 2007년께 이주 및 철거, 일반분양이 이뤄질 전망이다.매물은 흔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지분가격이 크게 올라 옥인동 예정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직로 변에 위치한데다 지하철역과 광화문 도심까지 도보로 닿을 수 있는 입지여건이 가격상승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정지 바로 옆 에 사직공원이 있고 인왕산 등산로도 가까워 자연 프리미엄도 적잖다.10~20평형은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30평 이상 큰 물건은 평당 1,300만~1,5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컨설팅을 맡은 도시정비업체 도시와우리 김경태 사장은 “길 건너편의 경희궁의 아침 등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견줘 손색없는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8월 말 구역지정 신청 이후에는 지분가격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신영동 = 청와대 뒤쪽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신영동은 지난해 서울시 기본계획에서 주거환경정비 검토대상으로 선정된 곳이다. 아직 단계를 지정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지난 4월 도시정비업체가 재개발사업 설명회를 가진 이후로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높아진 상태다. 특히 중심지역인 중앙빌라가 산사태 등으로 재해발생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예상보다 빨리 재개발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현재 신영동 재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적률 문제다. 옥인동, 체부동보다 낮은 100~150%선으로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가 곤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컨설팅을 맡은 마이더스투자정보측은 중앙빌라와 자하주택, 인근 노후 단독주택이 모두 재개발지구로 지정돼야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도시계획이 변경돼야 용적률 200%를 확보, 7~12층 규모로 재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어느 지역보다 환경 프리미엄이 높게 매겨지는 고급 주택단지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개발업체들도 미래지향적 환경친화 아파트로 설계를 검토할 만큼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인근 신영상가가 철거 후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어서 녹지 프리미엄이 더해질 전망이다.이에 따라 가격도 뚜렷한 상승세다. 중앙빌라 35평형의 경우 올 초 2억2,000만원선이던 가격이 최근 2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노후 단독주택의 경우 평당 60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박효순 은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찾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이 귀하다”면서 “재개발 기대감으로 호가가 계속 상승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이나 지방에서 투자희망자가 방문할 만큼 기대감이 높다는 설명이다.돋보기 / 재개발 투자 주의점공시지가 확인 필수 … 사업추진 빠르면 ‘수익 두배’지난해 6월 서울시는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99곳의 재개발 대상지를 확정했다. 옥인동, 체부동, 누하동은 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각각 1, 2단계의 개발단계를 부여받았다. 신영동은 주거환경정비 검토대상구역으로 정식 사업대상지로는 편입하지 못했다.재개발 투자의 우선 조건은 사업시행이 빠르고 주민 동의율이 높은 곳을 고르라는 것이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투자자금이 묶이거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지만,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기회비용 손실을 줄이고 투자수익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 또 개발단계가 빠르더라도 주민 동의율이 낮으면 투자수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특히 검토대상구역인 곳은 재개발 요인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인정되면 재개발 대상지로 편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투자의 안전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개발단계 지정을 받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제 활동을 하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광화문 인근 재개발 대상지들은 다른 대규모 재개발구역에 비해 개발규모와 조합원수가 적은 게 특징이다. 자연경관 및 문화재 보호 등의 이유로 용적률이 200%를 밑돌아 사업성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것도 공통점이다.반면 조합원수가 적정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나 탁월한 입지여건, 고급형 개발 컨셉 등은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사업이 초기 단계여서 단기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는다.이들 지역은 주택재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재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숙지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특히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 향후 관리처분 단계에서 감정평가액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해 봐야 한다. 특히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에서 다세대로 분할된 지분(쪼갠 지분)은 25평형 이하 아파트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매입에 앞서 투자수익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A씨가 10평 지분을 평당 1,000만원, 총 1억원에 매입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해당 토지 공시지가의 130%선이 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액으로 결정되곤 했지만 최근 공시지가가 상승하면서부터는 100%를 조금 웃도는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건물의 감정평가액은 입지와 노후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따라서 지분투자에 앞서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를 확인하는 게 필수다. 같은 구역 내의 비슷한 지분 크기, 가격이더라도 공시지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도로 인접지역의 공시지가가 비교적 높다. 공시지가가 높을수록 높은 감정평가액을 받을 수 있다.예컨대 A씨의 토지 감정평가액이 평당 500만원, 건물 감정평가액이 평당 200만원에 결정된다면, 매입한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총 7,000만원이 된다. 나머지 3,000만원의 차액은 매입단계에서 프리미엄으로 지불했다고 봐야 한다.이후 30평형의 조합원 분양가가 3억원에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A씨는 자신의 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액 7,000만원을 제외한 2억3,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A씨가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총 3억3,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한편 경복궁 주변 재개발 대상지는 모두 수복재개발 방식으로 정비유형이 결정됐다. 수복재개발이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건축물은 건축계획에 따라 건물소유자가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해당 지역의 주택 등이 노후ㆍ불량화한 경우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기반시설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노후ㆍ불량화 요인만 제거하는 소극적인 도시재개발 형태이다. 반면 무악동, 창신동, 숭인동 등 종로구의 다른 재개발구역은 전면개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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