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통신시장서도‘맏형’ 자신만만

‘형식적 민영화가 아니라 실질적 민영화를 통해 과거와 완전히 절연하는 새로운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한국 통신산업의 맏형인 KT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성과는 ‘미래를 위한 발판’을 구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화 이후 줄기차게 전개해 온 변화와 혁신이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KT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매출은 11조8,50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통신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 초고속인터넷사업과 PCS 재판매사업이 호조를 보인 것이 매출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전년에 비해 무려 71.1% 증가한 2조1,271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2003년과 2004년의 영업이익을 단순하게 수치만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2003년 5,000명 가량을 구조조정하며 지급한 명예퇴직금을 포함할 경우 영업이익은 4.2%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KT의 주요 매출원인 유선전화시장이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난해 KT의 실적은 낮게 평가될 수 없다. 실제로 2003년의 경우 KT는 사상 최초로 매출이 감소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것이다.미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KT의 자신감은 매출구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KT를 먹여 살렸지만 사양의 길을 걷고 있는 유선전화 관련 매출이 줄어든 반면,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사업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KT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화 관련 사업은 지난해에도 움츠러들었다.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시내전화가 93.8%, 시외전화가 84.4%로 여전히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지만 매출은 2003년 4조7,105억원에서 지난해 4조4,55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7%에서 37.6%로 줄었다.반면 인터넷사업은 유ㆍ무선 모두 상황이 좋다. 2003년 20.3%(2조4,392억원)이던 인터넷 관련 매출비중은 지난해 22.3%(2조6,386억원)로 2%포인트 늘어났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시장의 점유율도 높아졌다. 2002년 47.3%에서 2003년 50.0%, 2004년 51%까지 불어났다. 인터넷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9만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한 결과다.무선인터넷부문도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다. KT의 무선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네스팟’(NESPOT)을 이용할 수 있는 전국 1만3,000여곳의 ‘NESPOT Zone’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올해 62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간 50% 이상의 성장을 달성해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비용절감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시장이 가열되고 시내전화 번호이동제도가 실시되는 등 경쟁상황이 치열해짐에 따라 마케팅 부담이 커졌음에도 영업비용이 2003년에 비해 5.9% 감소했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를 감축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사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KT의 시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2003년 통신업계 최초로 도입한 6시그마 운동이 대표적이다. 세계 일류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무방식이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KT의 6시그마는 3가지의 명제로 요약된다. 고객의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며 100% 무결점에 도전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전담조직인 ‘품질경영실’을 신설하고 인력제도를 개선했다. 그 결과 6시그마를 도입한 첫해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출증대 및 비용절감 등 410억원의 재무성과를 거둔 것. 지난 5월 현재 총 3,494억원의 누적 재무성과를 기록하고 있다.휴대인터넷 기반 마련에 총력KT의 변신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갈길이 아직 멀기만 하다. 특히 현재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선전화사업의 공백을 메워줄 성장동력 육성이 절실하다. 지난해 8월 ‘미래전략 비전 2010’을 발표한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2010년, KT가 그리는 청사진은 홈네트워크, 차세대 이동통신 등 신성장사업을 통해 매출 2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으로 집약된다. 휴대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이동통신과 홈네트워크사업에서 9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미디어와 IT서비스, 디지털 콘텐츠사업에서 8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KT의 계열사 매출을 합하면 27조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기대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매년 3조원씩 모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올해는 2010년의 목표를 향한 장정의 원년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마지막 단추도 제대로 꿸 수 있는 법. KT는 5개 신성장사업 가운데서 특히 2006년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휴대인터넷(WiBro)사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휴대인터넷사업은 2011년까지 가입자가 800만~1,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황금시장이다. KT는 이 가운데 절반을 훨씬 상회하는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확보된 유무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조기에 전국망을 구축해 시장을 단숨에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2006년 4월로 예정된 상용화 초기에는 우선 서울과 수도권에만 서비스를 하겠지만 2008년까지 전국 84개시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홈네트워크와 IT서비스 등 차세대 성장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전력을 다해 차세대 통신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올해 2조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홈네트워크사업은 이미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어놓은 상태다. 지난해 선보인 세계 최초의 홈네트워크 서비스 ‘홈엔’의 확산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분당지역의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6월 상용화 무렵에는 서울ㆍ경기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이어 12월에는 홈엔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결합한 ‘홈엔스카이’를 내놓는 등 사업모델 개발에도 땀을 쏟고 있다. 올해는 출입문ㆍ가스ㆍ전기ㆍ난방ㆍ생활가전 제어서비스, 지능형 러닝머신을 이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주문형 비디오 멀티캐스팅 등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부산, 인천 송도, 용인 흥덕에 구축하고 있는 ‘U시티’도 KT의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U시티’는 도시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종합적인 IT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도시다. KT는 현재 3곳인 ‘U시티’를 내년까지 2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올해 KT는 제2기 민영화에 들어간다. 1기 민영화를 이끌어 온 현 이용경 사장이 퇴임하고 남중수 사장 내정자가 KT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KT가 더욱 시장친화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더욱이 남사장내정자는 KT와 KTF를 거치며 유ㆍ무선사업 모두에 밝아 KT의 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돋보기 KT의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이사회 권한 ‘업’, 사장 독주 ‘스톱’지난 6월22일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KT가 4년 연속 기업지배구조 최우수기업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명선 KT 비전경영팀장은 “(이번 수상은)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라며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등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KT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우선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해 CEO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외이사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책임은 무거워졌다. 사장추천위원회를 운용하고 실적이 저조할 때는 이사회가 전문경영인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했고 이사회 결의로 주식소각과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배당 성향을 보면 KT의 주주 우선 경영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2,128억원이던 주주배당액이 2003년 4,21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322억원까지 불어난 것이다.해외에서도 KT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금융전문 월간지인 의 평가에서 이머징마켓 8위, 국가별 평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또 로이터통신 계열의 리서치그룹인 IIRG는 KT를 아시아 최고의 IR기업 및 한국 기업지배구조 최우수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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