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 슈퍼 컴퍼니의 파워는 역시 강했다. 강한 기업은 결코 불황에 뒷걸음질치지 않는 법이다. 정부도 어쩌지 못한 경기침체의 그늘이 온 나라를 뒤덮었지만 ‘한국 100대 기업’(2004년 실적 기준)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2003년보다 더 나은 경영실적을 기록하며 불황을 너끈히 물리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 해 농사로 치면 ‘대풍’의 기쁨을 누린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매출액은 520조5,236억원으로 2003년(391조원8,023억원)보다 무려 75% 늘어났다. 순이익도 49조3,429억원으로 2003년(28조8,552억원)보다 58.5% 증가하며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100대 기업의 시장가치도 331조3,826억원으로 2003년(274조2,599억원)보다 57조1,227억원이 늘어났다.100대 기업 중에서도 ‘톱10’은 ‘별 중의 별’이다. 삼성전자(1위)를 비롯해 한국전력(2위), 포스코(3위), 현대자동차(4위), LG전자(5위), SK주식회사(6위), SK텔레콤(7위), KT(8위), 국민은행(9위), S-Oil(10위) 등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100대 기업을 선정하기 시작한 2001년부터 내리 5년째 1위에 올라 ‘절대강자’임을 다시 한 번 뽐냈다. 2위와의 격차가 워낙 큰 까닭에 앞으로도 장기간 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시가총액 2위, 매출액 4위, 당기순이익 3위에 오르며 삼성전자에 이어 5년째 2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나란히 3ㆍ4위를 차지하며 안정된 실력을 자랑했다. LG전자는 SK텔레콤과 KT 등 통신회사를 밀어내고 지난해 7위에서 5위로 뛰어오르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SK주식회사(2004년 63위), 국민은행(2004년 순위 385위) 등이 새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이들 ‘톱10’ 기업이 1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톱10’ 기업의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을 합하면 각 177조원, 224조원, 27조원으로 ‘2005 한국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 대비 각 53.5%, 43.0%, 54.2%를 차지했다.‘2005년 한국 10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하는 영광을 누린 기업들은 국민은행, 하이닉스반도체, SK네트웍스, 한국외환은행, 대한항공 등 20개사. 반면 삼천리, LG생활건강, 대우자동차판매, 세아베스틸, SBS 등은 100위권에서 밀려나며 예전의 영광을 아쉬워했다.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뛰어오른 기업은 하이닉스반도체로 413위에서 12위로 단숨에 401계단을 껑충 뛰었다. 대한항공(408위 → 27위), 현대상선(401위 → 29위), 아시아나항공(399위 → 53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워크아웃 기업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단숨에 15위에 오르며 ‘숨은 힘’을 과시했다.‘2005년 한국 100대 기업’ 중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가장 많았다. 삼성그룹은 10개 기업을 100위권에 올려놓았다. LG는 7개사가 진입하며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현대자동차(5개사), 롯데(4개사), 금호아시아나(3개사), 한진(3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7개사로 가장 많았고 금융 및 보험업(17개사), 건설업(6개사), 도매 및 소매업(6개사) 등이 뒤따랐다. 금융ㆍ보험업의 변동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60위권으로 체면을 구겼던 국민은행이 당당히 1위로 올라섰고, 한국외환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각각 3ㆍ4위를 차지하며 5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하나은행이 2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기업은행(2004년 2위)과 한미은행(2004년 4위), 신한금융지주회사(2004년 5위)가 5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내년을 기약했다.돋보기 선정과정 및 지표시가총액·매출액·순이익 활용‘2005년 한국 100대 기업’은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 1,572개(2005년 4월15일 현재) 중 1차로 230개를 제외한 1,342개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때 제외된 기업들은 △충남방적 등 관리대상 기업 61개사 △STX엔진 등 2004년 이후 신설된 법인 9개사 △CJ CJV 등 2004년 이후 신규상장된 법인 75개사 △이노셀 등 2003ㆍ2004년 자본잠식된 법인 37개사 △동북아 1호 선박투자 등 선박투자회사, 뮤추얼펀드 등 특수기업 25개사 △샘표식품 등 결산월 변경 및 공시미비 등의 계산불가법인 23개사 등이다. 이들 기업은 선정의 주요 지표인 매출액, 순이익, 시가총액의 정확한 산출이 어려워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 2차 선정과정에서 결산월이 12월이 아닌 100개 기업들에 대해 매출액, 순이익 등의 데이터를 조정했다. 이는 2004년 1~12월까지 1년 동안 경영활동, 매출액, 순이익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예컨대 3월 결산법인의 경우 2003년 4~12월까지의 당기 데이터에 전기(2003년)의 4분기(2004년 1~3월) 데이터를 합산하는 등의 데이터 조정을 했다. 따라서 이번에 산출된 12월 결산법인이 아닌 기업들의 매출액, 순이익은 회사의 발표 자료와 다르다. ‘한국 100대 기업’은 시가총액(2004년 12월31일 종가 기준), 매출액, 순이익 등 3개 항목의 가중치는 동등하게 부여했다. 이들 순위의 총합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해 종합순위를 정했다. 참고로 영국의 종합경제지 는 시가총액만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하고 미국 격주간 경제지 은 매출액으로 ‘500대 기업’을, 경제전문지 는 시가총액 외에 매출액, 순이익, 총자산으로 ‘미국 500대 기업’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