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대박 건지자!

청계천 물줄기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를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낡고 척박한 슬럼가가 도심 특급 상권으로 확 바뀔 날도 멀지 않았다. 새로운 청계천은 벌써부터 부동산시장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주변 상권은 한껏 신이 난 모습이다. 10월1일, ‘5.8km의 기적’이 개봉되기 앞서 특급 상권자리를 예약한 청계천 주변을 요모조모 뜯어봤다.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한 6월22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2가와 청계천 사이에 위치한 관철동 ‘피아노거리’는 20~30대 젊은층으로 가득 찼다. 최근 피아노 모양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자연스레 ‘피아노거리’로 명명된 이곳은 청계천 복원의 수혜가 가장 크게 기대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최근 100평 안팎의 대형 외식업체가 하나둘 신장개업하면서 거리는 벌써부터 흥에 겨운 모습.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은 술집과 삼겹살집이 접수한 ‘종로 뒷골목’이었다. 하루 종일 북적거리는 중앙통과 달리, 저녁에도 한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소외된 상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관철동은 눈부신 특급 상권으로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유동인구가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 상가임대료도 훌쩍 뛰었다. 새로 문을 연 점포는 십중팔구 젊은이들로 빼곡해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최근 문을 연 한 화로구이전문점에는 저녁식사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도 빈 테이블이 별로 없다.요즘 이 지역 건물주들의 화두는 당연히 ‘청계천 복원’이다. 자수성가한 고령자가 많은 건물주들은 동맹이라도 한 듯 점포 수요자들에게 ‘청계천 효과’를 역설하며 임대료를 높여 부른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기대감이 충천해 있다. 내수부진, 경기불황으로 대부분의 대형 상권에서 임대료 동결 또는 하향 추세가 뚜렷하지만 이곳만은 정반대인 셈이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올 초부터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뛰고 있다”면서 “거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복원사업 준공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상승세가 뚜렷하게 감지된다”며 상권 변화상을 전했다.이 모든 변화는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새 청계천 완공을 앞두고 일어나는 현상이다. 부동산ㆍ창업전문가들도 청계천 물줄기 5.8km 구간 주변이 특급 상권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종로상권에서도 B급지나 C급지로 분류돼 권리금이나 보증금 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관철동의 ‘과거’는 이제 사라졌다. 오히려 명동, 을지로, 종로를 연결하는 중심지대로 위상이 크게 올라가 주변 상권까지 누를 기세다.2003년 7월1일, 거센 논란 속에 청계ㆍ삼일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2년이 흐른 지금, 도심 상권을 단절시키고 남산을 가렸던 고가는 흔적도 없다. 대신 푸른 물줄기가 쏟아질 새 청계천이 마지막 공정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초 27개월로 예상된 청계천 복원사업은 4개월을 단축, 6월 중에 사실상 공사가 마무리된다. 준공일인 10월1일까지 장마철 홍수 조절, 수질관리 등 시험가동을 통해 하천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일만 남았다.과거의 청계천은 교통혼잡, 대기오염, 소음공해, 낡은 건물 등이 먼저 떠오르는 곳이었다. 서울 도심과 사통팔달로 연결되지만, 정작 접근성은 떨어지는 곳이었다. 10년간 인구 5만명, 고용인구 8만명이 감소했으니 경쟁력이 얼마나 취약한 지역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것이 바뀐다. 상권이 재편되고 교통망도 정비된다. 없었던 다리가 22개나 생기고 물줄기가 시작되는 동아일보 앞에는 광장(청계광장)이 생긴다. 환경오염을 불렀던 낡은 상가들은 이전하고 그 자리에는 노천카페와 가족나들이용 식당이 들어설 전망이다. 단절됐던 종로와 을지로 사이는 통합ㆍ융화의 길에 들어서 초대형 상권으로 거듭날 날만 남았다. 또 슬럼가의 표상인 노후 아파트가 버티던 자리는 고층 주상복합건물로 채워진다. 실로 엄청난 변화상이다.특히 공구상, 건축재료상들의 이전은 상권 물갈이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미 공구상 등 6,000여명이 2007년까지 송파구 문정지구 동남권유통단지로 대이동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청계천에 둥지를 튼 상인 전체 규모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여서 청계천상권 리모델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정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공구상 이전으로 의류ㆍ패션ㆍ인쇄ㆍ출판업종이 증가하고, 산업ㆍ제조업체가 줄어드는 추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대중교통 여건의 개선은 불황에 휩싸인 동대문상권을 살릴 구원투수로 한몫을 할 전망이다. 도로혼잡의 대표지역이나 다름없는 동대문운동장 일대에 환승센터를 설치함에 따라 버스와 버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주변 도로의 흐름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무엇보다 현지 상인들은 청계천과 동대문상권이 바로 이어지는 만큼 소매상권이 재도약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청평화시장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김영은씨(35)는 “주변환경이 단장되고 가족, 연인 등 청계천 나들이객이 늘어나면 의류시장 고객도 늘지 않겠냐”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이에 따라 재래시장들도 일제히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다. 평화시장, 청평화시장, 광희시장, 동화시장 등은 전기 등 설비 교체와 함께 새 단장에 들어가 상권 활성화에 한몫을 할 계획이다.이처럼 청계천 주변은 ‘호재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동시다발로 각종 이슈가 전개되고 있다. 변화에 발맞춰 청계천변 상가의 25%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는 조사도 나왔다. 황기연 시정개발연구원 청계천복원연구단장은 “청계천 복원의 경제적 효과 가운데 부동산가치 상승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지역의 경우 눈에 띄는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특히 새로 설치되는 22개 다리는 새 상권 태동과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3월 개통된 장통교의 경우 ‘다리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과거 중구 장교동, 삼각동 일대에 포진한 대형빌딩의 직장인들은 관철동으로의 접근이 불편해 거의 을지로 주변에서 소비를 하는 편이었다. 관철동으로 건너가려면 먼 거리를 돌아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통교가 생기면서 점심시간마다 관철동상권은 즐거운 비명으로 가득하다. 장통교가 직장인 고객의 발길을 이끌어 상권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절된 상권을 하나로 묶은 것은 물론 팽창 효과까지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이곳에 대형점포를 연 이효복 화로연 사장은 “오픈에 앞서 청계천 복원의 미래가치를 염두에 뒀다”고 말하고 “기존의 젊은 종로 소비층은 물론 을지로, 광화문 쪽 직장인까지 단골고객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가격이 들썩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 특히 서울 도심 상권 가운데 드물게 ‘주중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가족고객’ 확보가 가능한 이른바 ‘풀가동 상권’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가를 계속 높이는 상태다. 조중현 신현대공인 대표는 “건물주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호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년 6개월 전 평당 5,0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놓았던 종로5가 광장시장 인근 노후건물의 경우 최근 평당 1억원으로 가격이 2배나 뛴 채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임대시세도 마찬가지다. 현재 관철동, 광교 일대 1층 상가 시세는 전세를 기준으로 평당 2,800만~3,500만원선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외식업체 몇 군데가 청계천변 점포 입지 물색에 들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시세를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특히 청계광장~삼일교에 이르는 1km 남짓한 구간이 ‘최대 접전지’로 꼽힌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명동, 을지로, 광화문과 어우러지는 서린동, 무교동, 관철동, 삼각동 등지가 외식업체들의 타깃”이라며 “이 일대를 시작으로 동대문 방향으로 상권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대형 외식업체들은 대형화 전략 기치 아래 청계천상권을 특급 상권으로 격상시키는 데 일조할 태세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은 “청계천은 주중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산책 나오는 가족고객들로 붐빌 것”이라며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대형매장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청계천에서 창업을 원한다면 다리를 중심으로 한 동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20~40대 고객이 두루 좋아하는 아이템을 고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전문가들이 꼽는 청계천 유망업종은 카페테리아, 외식업, 관광용품점, 서점, 영화관 등으로 압축된다.하지만 미래가치가 아무리 높게 매겨진다 해도 최근 부동산경기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기도 불황을 탈피하지 못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유영상 상가114 소장은 “청계천 복원 이후 상황에 대해서 기대치만 높은 상태”라고 밝히고 “여러 조건이 탁월한 게 사실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라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계천변 신축 주상복합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기본 주거수요와 나들이 고객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투자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돋보기 청계천변 신규 공급 상가주상복합·쇼핑몰 분양 러시‘청계천’은 신규 공급 부동산의 단골 광고문구다. 그만큼 서울을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자연스레 사람을 모을 것이라는 데 큰 기대를 거는 이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매출감소 등으로 상권 쇠퇴의 우려를 사고 있는 동대문상권에 청계천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최근 ‘유동인구 유입 증가’를 외치는 신축상가 분양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지난해 12월 착공한 ‘패션TV’는 지하 6층, 지상 11층 규모로 2,000여개 점포가 들어설 예정이다. 2006년 12월 완공 예정이며,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지하로 바로 연결되는 장점이 있다. 2003년 대형 부도사태로 나라를 뒤흔든 ‘굿모닝시티’도 풍림산업을 시공사로 정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쇼핑몰 라모도를 비롯, 내년 이후 새롭게 문을 여는 쇼핑몰만 3군데에 이른다.주상복합건물 저층의 근린생활시설 공급도 적잖다. 이런 상가는 기존 주거수요를 기반으로 청계천 나들이객까지 흡수할 수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대성스카이렉스, 동양파라빌, 비즈센터 등이 풍부한 소비층과 교통환경을 장점으로 갖춘 주상복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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