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까지만 버티면 생존력 ‘쑥쑥’

경기는 그만그만한데 창업 열기가 뜨겁다. 역발상이라고 지금 준비해야 경기회복 덕을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있다. 실제로 신설법인은 근래 최고치를 찍었다. ‘장사 좀 해볼까’며 기웃대는 예비창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옛날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얘기도 잦아졌다. 관련업계도 바빠졌다. 창업시장의 기상대 격인 인테리어 쪽은 야근ㆍ철야가 꽤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다만 으레 그렇듯 무턱댄 창업은 금물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려워서다. 대기업이나 구멍가게나 마찬가지다. 아이로니컬하지만 창업은 쉽다. 창업결심 후 돈 넣고 개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은 그 다음부터다. 버느냐 깨지느냐의 진검승부는 올곧이 수성 여부에 달렸다. ‘창업 그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하지만 예비창업자의 관심은 정반대다. ‘창업 그후’보다 ‘창업 그전’에 목을 맨다. 아이템 선정부터 입지물색까지 초기단계에 과도한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그러다 보니 스퍼트를 내야 할 때는 정작 피로감에 휩싸인다. 물론 창업 이전 단계도 중요하다. 에너지를 비축하랬다고 굳이 본인의 역량까지 줄여 발휘할 까닭은 없다. 다만 창업 이전이라도 창업 후의 생존ㆍ성공전략을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게 훨씬 효과적이란 얘기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창업전문가들은 “특히 창업 1년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1년 정도면 얼추 판가름이 난다고 봐서다. 때문에 창업 후 1년을 버틴다는 건 축하받을 만큼 의미심장한 이벤트라고 전한다.1년이 중요한 건 ‘단골’ 때문이다. 80대2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20%가 80%를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은 창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국 80%의 매출을 올려줄 20%의 단골을 만드는 데 1년이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심소장은 “창업 후 100일 정도면 안 보이던 것에 눈을 뜨고, 소비자의 다양성도 점차 인정하게 된다”며 “한발 나아가 1년이 지나면 고객 다양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노하우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생아의 백일ㆍ돌이 기념비적이듯 창업 후 1년이란 시간도 축하ㆍ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더불어 1년은 노하우의 요체인 분별ㆍ집중력이 자연스레 생겨나는 시간이다. 업종ㆍ개인역량 따라 차이는 있지만, 승패는 이때 갈라진다.창업 후에는 위기관리가 핵심이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위기에 맞닥뜨리는 게 다반사인 까닭에서다. 일단 서비스를 둘러싼 첫인상을 보자. 첫 이미지는 10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 바쁘니 내일 더 잘해주자는 건 기본자질의 결여다. 소비자에게 한번 찍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미지 쇄신은 없다. 때문에 개업식에 친인척을 부르지 말고, 정 부른다면 문 닫고 끼리끼리 조용히 치르는 게 낫다는 게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이다. 친척에게 정신을 집중하는 새 예비단골들은 싸늘한 눈초리와 함께 떨어져나가는 법이다. 가격정책도 흔히 경영위기로 직결된다. 가격은 가급적 손대지 말고 상품ㆍ서비스로 일관되게 승부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원가ㆍ순익변동에 일희일비하며 함부로 가격을 바꾸는 가게가 의외로 많다. 탄력적인 대응이라고 항변하겠지만 무너진 신뢰는 회복불능이다. 처음에는 넘어가도 2~3번 가격이 바뀌면 찍히기 딱 좋다.표정관리도 필수다. 자고로 CEO는 ‘포커페이스’여야 한다. 좋고 나쁨이 분명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단골을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늘 밝은 얼굴을 갖도록 자기최면을 걸어야한다. 웃는 사람에게 친구가 모이듯 웃는 가게의 회전율도 높다. 때문에 걱정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무리한 경영은 피하는 게 좋다. 빚내 창업하지 말라는 것도 중요한 명언이다.무리하면 근육이 뒤틀리고 서비스도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다. 최대한 부담을 낮춰 가볍게 출발해야 한다. 이게 성공창업의 핵심포인트다. 상생경영도 권유된다. 이른바 직원감동이다. 종업원에게 신나는 일터를 만들어주는 게 결국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소비자는 얼굴을 아는 채 하는 종업원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아무도 몰라주면 맘은 불편하고 불안해진다. 따라서 급하다고 아무나 채용해선 안된다. 믿고 길게 동락할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하면 매출관리ㆍ위기극복 모두가 가능하다. 일단 채용했다면 의심보다는 월 1회 정도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관리 노하우다.특히 초기일수록 ‘사장이 돈 밝힌다’는 이미지는 금물이다. 차라리 돈보다 사람을 남긴다는 각오로 고객ㆍ종업원 관리에 나서길 권한다. 창업 초기 경영을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반드시 이만큼의 절대이익을 남기겠다는 식의 접근은 평판악화로 직결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 종업원보다 사장이 바빠야 한다. 사장의 잦은 외출과 게으름은 망하는 첩경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 비교우위에 설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손수 뛰는 수밖에 없다. 결정적 변수인 마케팅은 전적으로 사장 손에 달렸다. 왕도는 없다. 남들의 성공비결을 베끼고 따라하는 게 좋다. 잘되는 곳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사업장 일대를 순회하며 일대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게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당연 사장이 주체적으로 뛰어야 함은 물론이다.3개월 연속 적자면 ‘손털’ 결심해야창업자가 경영활동에서 갖춰야 할 덕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물처럼 부드러운 경영활동이다. 종업원의 마음을 아우르고 소비자가 간지러워하는 곳을 구석구석 헤아리는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또 경영을 요트에 견주면 속이 편하다. 요트는 순풍ㆍ역풍 모두를 만날 수 있다. 가게 운영도 순조로울 때와 힘들 때 둘 다 직면한다. 비록 고비가 찾아와도 그것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나머지는 원칙은 지키되 고집은 버리라는 메시지다. 그러기 위해선 민감한 대응자세가 몸에 익어야 한다. 어제가 오늘이 될 수 없듯 내일은 또 오늘이 될 수 없다. 변화 타이밍은 바로 오늘이다. CEO라면 미루기보다 과감한 결단이 우선 덕목이다. 업종별 ‘사장학’은 다소 다르다. 음식점ㆍ판매업이라면 ‘넉넉함을 나누는 정이 최고 덕목’이다. 서비스업이라면 서비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겠다는 마인드가 필수다.‘창업 그후’에는 역시 자금관리가 관건이다. 돈이란 달려도 문제지만 많이 벌어도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장사가 잘돼 매출이 늘면 한층 조심해야 한다. 자칫 남 좋은 일 시킬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자금관리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거 아니다. 다만 엉뚱한 데 관심을 쏟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여유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또 전날 매출액은 다음날 아침 바로 입금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사가 잘돼 사세 확장을 고려할 때도 신중한 게 좋다. 적어도 지금보다 매출이 3배 이상 커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즉 ‘3배 규모의 효과’다. 어설픈 확장으로 뒷덜미를 잡힌 케이스는 숱하게 많다.반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견디기 힘들 때도 자주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 심소장은 “100% 노력했는지 일단 되돌아보고 그랬다면 과감하게 사업을 접는 게 낫다”고 밝힌다. 이때 무작정 폐업ㆍ업종전환을 하는 건 성급하다. 깜짝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는 게 필요하다. 그새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종전환에도 전략이 동반된다. 3개월 연속 적자가 발생한다면 미련 없이 업종을 바꾸는 게 좋다. 3개월이 최소 타이밍이다.성별에 따른 생존전략도 다르다. 흔히 동성(同姓)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있다. 여성이 여성을 상대하는 식이다. 하지만 창업시장에서는 ‘거꾸로’가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령 당구장은 남자보다 여자가 운영하는 게 더 유리하다. 또 여성속옷 판매업은 되레 남성이 더 잘 판다는 실증사례가 많다. 아이템ㆍ입지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역발상도 하나의 테크닉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연령별로 어울리는 아이템은 따로 있다. 20대라면 ‘맨손창업’처럼 최소 투자가 추천된다. 잃을 게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30대는 가족을 배려하는 아이템이 좋다. 40대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신중한 자세와 함께 무난한 업종이 유리하다. 다만 고정관념보다 본인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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