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건강해야 경영판단 정확해지죠’

“많은 사람들을 대할 때 여유로움이 생기고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실제 여러 체험을 통해 감각이 깨어나니 경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의 명상 예찬론이다. 한국GE 회장 시절 회사 임원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한 강회장은 해외출장 등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아침 수련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그는 헬스, 골프, 수영 등 여러가지 운동을 경험했지만 명상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스포츠는 몸을 단련하는 데 주력하지만, 명상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하기 때문에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CEO들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 구상, 조직관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 하나로 기업을 나락으로 몰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반면 경영실적에 대한 압박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게다가 심심찮게 건강이상설이 나돌면 그 자체가 기업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 CEO들은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CEO들의 건강관리 비법은 가지각색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스트레칭과 산책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걷기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말 등산을, 신격호 롯데 회장은 골프를 통해 건강을 챙긴다.이처럼 걷기와 등산, 골프 등은 CEO들의 단골 건강관리 비법이다. 물론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처럼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이승환 삼성데스코 사장같이 틈만 나면 샌드백을 두들기는 CEO도 있다.단전호흡이나 명상 기수련은 적지 않은 CEO들이 즐겨 이용하는 건강관리 비법 중 하나다. 대표적인 CEO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고 최종현 선경 회장이다. 두 사람은 단월드를 설립한 이승헌 총재로부터 직접 개인수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종현 회장은 지난 87년부터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심기신 수련’ 과정을 둘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최종현 회장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그룹 CEO들 상당수가 기수련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최회장과 사장단이 세미나 기간 내내 아침마다 ‘심기신 수련’의 시간을 가졌을 정도이다. 최회장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수련을 통해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과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도 매일 아침 ‘심기신 수련’을 잊지 않는다. 특히 김창근 부회장은 도복을 입고 장애인들에게 ‘심기신 수련’으로 체감봉사를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부회장은 지난 5월 SK케미칼 심신수련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서울시 고덕동 서울장애인 종합복지관을 방문해 장애인들의 굳은 몸에 손을 대고 어루만지며 마음의 사랑을 전했다.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최근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호흡명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회장은 홈페이지에서 “3년 전 아내가 다쳐 무리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찾은 것이 호흡명상에 빠져든 계기였다”고 했다. 구회장은 “(호흡명상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기를 찾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라며 “남은 여생을 이런 호흡명상에 심취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구회장은 매일 1시간 30분간 수련하고 있으며, 석문호흡을 내세우는 도화재 수련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기수련 예찬론자다. 허사장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가볍게 쥔 주먹으로 온몸의 근육을 두드리며 기수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2~3분간의 명상. 이 짧은 시간에 그가 늘 꺼내는 명상의 화두는 ‘감사’라고 한다. 허사장이 새벽마다 하는 것은 동물의 형상을 흉내내고 항아리 옮기기와 같은 생활 속의 동작을 응용한 선(仙)체조인 토속기공이다.허사장이 토속기공을 처음 접한 것은 97년 회사 수련회에서다. 당시 그는 선체조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는 “명상을 하면서 감사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고 있을뿐더러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윤병철 전 하나은행장(현 한국금융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 이사장)은 80년대 말 한국투자금융 사장을 지낼 때부터 오전 6시가 되면 1시간 동안 기공체조를 해 오고 있다.당시 기공체조 전문가였던 양운하씨가 기공체조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우연히 보고 호흡단련법을 배우게 됐다는 것. 그는 기공체조가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벽에 기대지 않은 채 물구나무를 서기도 한다.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은 아예 국선도 사범으로 나섰다. 매일 오후 5시만 되면 서울 명동 호텔롯데 헬스클럽에서 ‘제자’들과 수련한다. 휄스클럽 회원 중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수련법을 무료로 전수하고 있는 것.김회장이 국선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불면증, 위장병, 신경통 등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안 좋았다. 학교 후배의 추천으로 서울 강남 도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몸은 서서히 회복됐다. 그때부터 국선도 전파에 적극 나선 것이다.김회장은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맑아지고 두뇌회전도 빨라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돋보기 / 기업에서도 명상 바람직원 심신 튼실해야 기업경쟁력 ‘쑥’기업에서도 명상바람이 거세다. 삼성SDI는 지난 3월부터 매일 오후 2시에 10분간 ‘웰빙ㆍ기체조’를 실시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서울 본사 임직원 600여명은 오후 2시 정각에 업무를 모두 멈추고 10분간 각 사무실에 설치된 대형 PDP-TV를 통해 나오는 사내방송에 맞춰 ‘기체조’를 따라한다. ‘웰빙ㆍ기체조’는 요일별로 다른 동작으로 재미있게 구성돼 있어 지루하지가 않다는 반응이다. 오후 2시로 잡은 것은 식후 1~2시간 후가 졸음이 쏠려 업무 집중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했기 때문이다.영업팀 박난아씨는 “의자에 앉아서도 기체조를 할 수 있게 구성돼 있어 따라하기도 편하고 졸음도 쫓아내고 기분도 한결 좋아져 업무 능률이 높아졌다”며 빙긋 웃는다.삼성SDI는 향후 스트레칭과 앉아서 하는 요가 등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SK는 그룹 차원에서 ‘심기신 수련’이라 이름 붙인 기수련을 적극 권장한다. 이는 SK만의 독특한 건강관리법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임직원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고 최종현 회장의 인재경영철학에 따라 개발된 것이라고 그룹측은 밝혔다.‘심기신 수련’은 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동시에 튼튼하게 하는 단전호흡의 근본 이치를 바탕으로 한 수련법. ‘심기신 수련 명상’, ‘심기신 수련 호흡’, ‘심기신 수련 체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장단회의를 비롯해 신임임원교육, 부ㆍ차장교육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필수과정으로 포함돼 있을 정도다.SK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임직원 가족을 위한 수련과정도 마련하고 있다. 95년부터 부부 과정, 부인 과정, 부모 및 자녀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 과정은 대다수 직장인들이 평소에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점에 착안해 1박2일 과정으로 경기도 용인에 있는 SK아카데미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진행된다. 여기서는 부부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지압과 안마 등을 통해 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련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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