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스트레스 해소법 ‘1순위’

‘모로코풍 나무문을 열고 나직한 명상음악과 은은한 천연향이 가득한 방으로 들어가면 묘한 어둠이 온몸을 감싼다. 단정한 생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의 테라피스트가 아로마오일 선택을 돕는다. 체질, 컨디션, 취향 등을 고려해 선택한 아로마오일은 베르가모트(Bergamot). 피로회복과 진정효과는 물론 불면증과 두통 치료에도 좋다는 허브다.은은한 조명과 향초가 붉을 밝힌 복도를 지나 중국풍 가구가 정갈하게 놓인 방으로 들어가면 ‘오프닝 세레머니’인 히누끼탕 발마사지가 시작된다. 15분 만에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침대가 놓여진 옆방으로 옮겨 메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2시간 코스는 얼굴과 몸 마사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신 마사지는 3시간이 소요된다. 테라피스트의 손이 몸에 닿자 주문에 걸린 듯 스르르 눈이 감긴다.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작은 방에는 베르가모트 향과 잔잔한 평온함만이 가득하다. 몸을 일으켰을 때는 모든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듯 상쾌한 기분으로 충만하다. 어떤 이는 이 시간에 ‘천국의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심신의 휴식과 재생’을 앞세운 서울 청담동 다르스파(Dar Spa)의 한 모습이다. 천연향 허브 화장품으로 유명한 아베다의 제품만을 이용하는 이곳은 지난 2001년 오픈해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고현정씨 등 톱스타는 물론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이 고객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찾는 10대부터 70대 노부인까지 고객 연령대도 다양하다. 요금은 시간당 10만원꼴로 청담동에서는 ‘표준’에 속한다.상류층의 소비 천국 청담동에는 요즘 10여곳의 고급 스파가 성업 중이다. 원래 스파는 온천을 비롯한 목욕시설과 미용시설을 갖춘 곳을 뜻하지만, 최근 청담동에서는 목욕요법보다 아로마테라피를 겸한 마사지가 인기를 얻는 추세다. 탤런트 견미리씨가 운영하는 미리미스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만든 스킨앤스파, 수입화장품업체가 운영하는 스파 등도 아로마테라피와 마사지를 겸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강남 일대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운영하는 비만ㆍ뷰티클리닉, 에스테틱 등에서도 아로마테라피스트를 두고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적잖다. 변재경 다르 스파 실장은 “다이어트나 피부관리 중심의 미용 스파, 의사가 운영하는 메디컬 스파, 심신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스파 등 종류는 각기 달라도 아로마테라피만은 ‘필수’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아로마테라피란 향기를 뜻하는 아로마(Aroma)와 치료, 요법을 뜻하는 테라피(Therapy)를 합성한 용어로 향기치료ㆍ향기요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향기 나는 식물(허브)에서 추출한 에센셜오일을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선택, 물에 타거나 원액 그대로 코로 향을 맡는 게 기본적인 용법이다. 향초를 이용해 공간 전체에 향기를 퍼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아로마테라피가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화학향에 대한 반작용, 웰빙 트렌드 확산 등에 힘입어 아로마오일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의 활용법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화장품, 향수 등에도 허브 성분 함유가 일반화되는 등 아로마테라피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최근 청담동 스파들이 아로마테라피에 집중하는 것도 미용과 치료효과, 정신적 안정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배은주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 강사는 “명상음악, 마사지와 병행하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다만 자신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거나 용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코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로마테라피 전문인력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에 따르면 지난 97년부터 아로마테라피스트자격증(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은 2,000명에 달한다. 영국, 호주 등지에서 단기코스를 수료하고 활동 중인 ‘해외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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