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ㆍ명상 만나니 도서ㆍ음반 넘어 ‘명상카페’까지

최근 명상 비즈니스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관련 용품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도서, 음반 등 꾸준히 명상 관련 제품을 선보였던 업종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던 ‘명상카페’까지 등장하는 등 비즈니스의 자생력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서적분야에서 명상의 열기는 대개 경기침체기에 달아오른다. 경제적 위기감을 느낀 직장인을 중심으로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 직후에 이 같은 명상서적은 출판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꾸준히 독자의 관심 대상이 돼 온 명상서적은 경기침체기인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최근 명상서적시장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변화 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발간되던 명상서적은 이제 단순히 ‘명상’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명상분야 내에서도 세분화를 이루며 각각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명상서적은 단순히 ‘멘탈리티’를 강조한 게 특징이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이나 처럼 티베트, 베트남 등 이국적인 명상세계로 인도하는 서적이 대표적이었던 것. 또한 나 헬렌니어링, 스코트니어링 부부의 같은 다소 현실도피적 뉘앙스를 풍기는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하지만 최근 명상서적은 2003년 연말부터 한국사회를 강타한 ‘웰빙’과 결합되면서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화된 실용서적으로 ‘진화’했다. 예컨대 그린 인테리어, 나무, 야생화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책이 잇따라 발간되는 것도 웰빙과 명상의 결합에서 빚어지는 현상인 셈이다. 이런 경향 덕에 몇몇 명상서적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TV 독서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전국민적 관심을 모은 의 경우 야생초의 끈끈한 생명력에서 인생의 소중한 의미를 찾게 되는 책으로 야생초의 생김새나 약효 등도 함께 담겨 있다.또 ‘지금 현재(the present)에 충실하는 게 최고의 선물(the present)’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역시 크게 봐 명상서적의 일부로 분류할 수 있다.이와 함께 꾸준히 명상서적을 발간해 온 전문출판사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역시 기존에 명상훈련 교재용으로 제작하던 것에서 한 단계 올라서서 생활명상 서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탓닉한, 오쇼 라즈니쉬는 국내 명상출판의 주요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수선재, 단월드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상교육기관에서도 명상서적을 발간하고 있다. 이들 전문교육기관의 경우 특별히 동양의 명상을 인도의 요가와 차별화해 이들 교재를 해외에 수출까지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아예 지난해 연말에는 이들 전문출판사를 비롯, 몇몇 출판사가 손잡고 내놓은 ‘연하도서’가 빅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하도서는 60여쪽 분량의 소형책자로 각 권 앞면에는 편지지를 넣어 감사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게 한 책이다. 짧은 명문을 담은 이 책은 발매 한 달 만에 100만권이 넘게 팔리는 등 출판계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명상음반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태동기에 해당하는 시장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명상음반은 태교음악 관련 제품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일부 소형 음반레이블에서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명상음악 전문사를 표방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명상음반시장이 대중적이지 못한 까닭에 아쉽게 문을 닫기도 했다. 그나마 이들 레이블에서 내놓은 제품들은 직접 명상음악을 제작한 것이라기보다 클래식을 엮은 컴필레이션 음반에 가깝다. 다만 최근 뉴에이지 음악 등 로맨틱한 경음악 종류가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명상음반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오히려 음반보다는 찻집의 인기야말로 명상 바람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아예 차와 명상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명상카페도 등장했을 정도다. 지난 2003년 11월 서울 광화문에 첫선을 보인 명상카페는 일명 명상편의점으로도 불린다.차와 그림명상 프로그램이 결합된 메뉴를 팔고 있으며 명상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차 비즈니스는 웰빙과 명상의 결합으로 시장형성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야다. 커피전문점에 이어 녹차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예가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오설록’으로 커피가 아닌 녹차만 다루고 있는데도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트렌드 메카 서울 청담동에 등장하고 있는 찻집의 이름만 보더라도 ‘느리게 걷기’처럼 명상과 웰빙을 강조한 것들이 인기를 얻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그밖에도 명상 바람을 타고 요가가 유행하면서 요가복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도 명상 비즈니스 성장의 한 요소로 짚어볼 만하다. 나이키, 푸마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포츠브랜드조차도 요가복 라인에 애정을 쏟고 있다.명상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추세다. 화장품회사들도 허브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서둘러 내놓는 등 특정제품군이 아닌 생활 전반으로 명상의 인기가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 국내에 소개된 오리진스나 바디샵 등에 이어 천연비누 러쉬 등 보디용품 브랜드가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INTERVIEW / 김도향 명상음악가‘명상이란 정신을 차리고 있는 상태’“모든 질병이나 사회적 병폐의 원인은 마음에 있습니다. ‘항상 깨어 있는’ 명상 상태가 되면 세상은 훨씬 맑아질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 명상음악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름이 바로 1970~80년대 포크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도향씨(60)다. 그는 90년대 후반부터는 아예 명상음악가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명상음악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김씨는 “명상음악이라는 게 개인이 비즈니스로 개척하기에는 벅찬 시장이지만 나 하나라도 이 분야에 매달린다면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깨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라는 틀 안에 있다”며 “그 틀을 깨고 ‘정신을 차리고 있는 상태’가 명상”이라고 명상의 정의를 내렸다. 그는 또 “명상의 개념이 정확하게 보급돼 있지 못하다”면서 “따라서 이 개념 자체를 강의하고 음반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책과 음반으로 만들고 강조한 ‘항문을 조이자’는 개념도 결국은 생활 속에서 작은 명상을 실천하자는 의미라는 것.하지만 김씨는 명상음악 비즈니스의 수익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명상음악은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라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있어야 명상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행복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이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제대로 된 기획 없이 적당히 외국제품을 흉내내는 식으로 제작하다 보니 성공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도 내가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한다고 소문이 나 있으니 나라도 10년은 버텨야 하지 않겠느냐”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는 명상음악이란 반드시 조용한 음악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려주는 음악이면 모두 명상음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는 랩이 오히려 마음을 다스려주는 명상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그는 조만간 DJ DOC와 함께 제작한 음반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젊은이의 코드에 맞게 적극적으로 나서 그들과 친해지면 황폐한 젊은이들의 영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