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자 ‘현실’, 찾자 ‘마음 평화’

멘탈 비즈니스의 열풍 뒤에는 우리시대의 사회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마음에 안정과 평화를 주는 비즈니스를 낳은 셈이다. 다른 유행하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멘탈 비즈니스 또한 시대흐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셈이다.실제로 요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머리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냥 마음속으로 참아내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고, 무언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직장만 해도 생존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30대 퇴직이 흔한 일이 됐고, 예고 없이 회사를 나가 달라는 요구도 비일비재하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파리 목숨’을 사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밑에서 치고 몰아오는 후배들도 경계 대상이다. H그룹 계열사의 김모 부장(44)은 “요즘은 위에서 깨지고 아래에서 받히는 기분”이라며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직장인만 힘든 것은 아니다. 사업가나 자영업자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적이 떨어지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경기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서울 역삼동에서 외식 관련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53)는 “예전보다 매출이 20~30% 정도 줄어 고민이 늘었다”며 “나이도 들고 해서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단전호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웰빙의 대대적인 유행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정신을 맑게 해주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소득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단전호흡이나 요가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단월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젊은층 가운데도 단전호흡이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웰빙이 인기를 끌면서 몸과 마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선진국 진입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외 선진국들을 보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단순한 육체운동이 아닌 정신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일각에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전후해 정신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게 마련이고, 이런 움직임이 명상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이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점점 정신적인 운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훈구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도 산업화 단계를 지나 정보화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욕구가 분출될 수밖에 없다”며 “단전호흡이나 명상, 요가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멘탈 비즈니스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사회 전체가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특별한 것을 원하는 마니아층의 등장 역시 더욱 다양한 서비스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다만 효과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몇 군데 다녀봤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수련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운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국선도연맹 문복현 과장은 “단전호흡 등이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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