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 200여곳…건강지킴이 ‘자부’

서울 광화문의 한 명상센터. 오후 7시가 되자 직장인으로 보이는 20여명의 남녀 회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들은 25분간 기체조로 몸을 풀고 행공에 들어갔다. 고요한 상태에서 회원들은 각자 급수에 맞는 자세를 취한다. 누워 있는 사람, 가부좌를 틀고 있는 사람, 외다리로 서 있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5분 정도 지났을까. 회원들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다. 15분의 행공을 끝내고 명상에 들어간 이들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1시간의 수련을 모두 마친 회원들은 하나같이 “스트레스가 풀릴뿐더러 몸이 튼튼해지고 마음이 맑아지면서 삶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건강하게 잘 살자는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명상과 기수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명상은 이제 당당하게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시내 중심가는 물론 주택가에도 수련장 찾기가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기업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동사무소 등에도 수련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을 정도. 이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수익사업으로까지 각광받고 있다. 주요 교육기관들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힐 만큼 호황이다.단전호흡이나 명상 등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곳의 수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략 200여곳으로 추산된다. 이중 단월드, 국선도세계연맹, 수선재, 도화재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단월드는 국내 최대의 명상교육기관이다. 지난 1980년 안양의 한 공원에서 설립자인 일지 이승헌 총재의 무료수련으로 시작한 것이 20여년 만에 세계적인 수련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85년 1호 단학선원(단월드의 전신)을 개원한 후 91년 미국에 진출했고, 97년에 수련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배출한 수련생만 국내외를 합해 200만명이 넘는다. 5월 말 현재 전국 각지에 275개의 단센터와 130여개의 뇌호흡센터를 두고 있다. 모두 직영이다. 이외에도 전국 새벽공원, 약수터 2,000여곳에서 무료로 수련지도를 하고 있다.해외진출도 적극적이었다. 미국 110개, 일본 25개, 캐나다 8개, 브라질 2개 등 6개국에 600여개의 단센터와 뇌호흡센터를 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단월드가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일찍부터 경영마인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반기업에서 윤리경영, 투명경영 등 경영 사조가 있듯이 단월드에도 ‘삼초경영’, ‘푸시업 경영’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을 정도다.‘삼초경영’은 한순간도 회원에 대한 집중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푸시업 경영’은 무한가능성에 도전하자는 의미다.실제로 단월드는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이었고,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앞서나갔다. 단적으로 단학수련의 정수를 뇌과학과 접목했다는 ‘뇌호흡’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HSP명상’이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았다. HSP는 건강(Health), 행복(Smile), 평화(Peac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신미성 홍보실장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사상을 현대적 용어로 풀어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수련회비가 지역마다 조금 다르지만 월 8만~10만원. 3년치 회비(350만원)를 내면 평생 동안 국내 모든 수련장을 이용할 수 있다.국선도는 20여년의 산중고행을 마치고 67년 하산한 청산선사가 보급한 단전호흡법. 일명 기체조라 불리는 60여가지의 기혈유통체조와 배꼽에서 세 치 아래 있는 단전을 중심으로 호흡을 고르는 단전호흡, 그리고 전신을 튼튼하게 하는 40여가지의 단련동작들을 보통 1시간 20분에 걸쳐 수련한다.국선도의 공식 조직인 국선도세계연맹 총재는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이다. 홍석현 주미대사가 고문을 맡고 있으며,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이종남 전 감사원장 등이 이사로 있다. 국내 130여개의 전수장(일반시민 대상 수련장)과 100여개의 연수장(직장 수련장)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 캐나다 등 10여개의 수련장이 개설돼 있다. 아울러 고려대,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동덕여대, 명지대, 영동대, 한양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정식 교양과목으로 채택된 상황이다.국선도의 특징은 예전부터 해오던 고유의 수련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좀더 쉬운 교육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기본원리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회비는 지역에 따라 월 7만~10만원. 3개월 이상 가입할 경우 할인 혜택이 있으며, 평생회원제도는 없다.수선재는 ‘웰빙 명상학교’를 표방하는 곳으로 지난 98년 문을 열었다. 웰빙선체조, 선춤 등의 건강 프로그램과 함께 걷기명상, 그림명상, 호흡명상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해외진출도 적극적이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중국, 인도 등 60여개 지부를 두고 있다.수선재는 명상편의점으로 유명하다. 2003년 11월부터 개설한 ‘선’(SEON)이라는 이름의 명상편의점은 마치 편의점에 들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듯,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걷기명상, 그림명상, 마음이 강해지는 명상 등 각종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놓았다.박중양 수선재 홍보팀장은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먹듯이 아무 때나 명상을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명상편의점은 서울 광화문 1호점과 일본 도쿄 2호점, 서울 인사동 3호점이 문을 열었다. 수선재의 입회비는 3개월 20만원이다. 학생은 40%, 가족회원은 50% 할인된다.도화재는 석문호흡법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상헌 도화재 홍보팀장은 “석문호흡은 ‘석문혈’이라는 곳을 단전의 중심으로 삼아 진기를 연마하는 단전호흡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인홈페이지를 개설한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기수련을 한다고 밝힌 곳이 바로 도화재 석문호흡이다.도화재의 창시자는 한당선생이다. 한당선생은 91년 석문호흡법을 다룬 라는 책을 출간하며 수련도장을 마련했다. 도장은 국내외에 총 94개가 있다. 도화재는 서울 종로에서 기태교 교실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향후 해외용(영어ㆍ일어) 사이버도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월회비는 일반 7만원. 학생 3만5,000원, 부부 10만원이다. 이밖에 소설 의 실제 주인공 봉우 권태훈 선생의 ‘연정16법’으로 수련하는 연정원, 김인곤 선생이 창안했다는 수람기문 등도 전국적으로 수련장을 두고 회원들을 모으고 있다.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들도 명상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북은 최근 명상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명상웰빙타운’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명상웰빙타운 안에는 명상체험센터, 명상자연치유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주시와 영암군 등도 각각 명상문화산업단지와 기문화콘텐츠센터 등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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