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각오’부터…발품 팔아야

내수부진과 과당경쟁으로 두루 어려운 창업시장에서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초보창업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다가 창업시장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정부정책 또한 오락가락하면서 이들을 혼란시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급변하는 창업환경 속에서 초보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우선 지금 창업을 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창업의 외부환경을 살펴보면 전망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는 어느 정도 살아 움직이나 창업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민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전체 국민의 소비심리가 회복돼 창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둘째, 창업시장이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시장에 진출했다. 게다가 갈 곳 없는 청년실업자와 늘어난 주부창업 희망자들도 꾸준히 창업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29.5%로, OECD 국가 평균인 13.8%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상태다.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 이른바 저(低)부가가치형 서비스업종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소자본 창업자들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산업구조와 국민 생활문화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선진국형으로 서서히 진보하고 있어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전체 창업자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셋째, 유통구조가 변혁되고 있고, 경쟁자 또한 다변화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인 요소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방 중소도시와 수도권 동네상권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 소자본 창업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TV홈쇼핑 및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온라인상의 판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창업시장의 침체원인이다.창업시장의 외부환경은 위협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창업성공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창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이다. 밤늦도록 불야성을 이루는 상권이 즐비하고, 동네상권 곳곳에서도 밤늦게까지 활기가 넘쳐흐른다. 초저녁만 돼도 곧장 집으로 들어가는 생활문화를 지닌 선진국과는 달리 그만큼 창업시장이 형성돼 있는 사회다. 따라서 창업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성공 가능한 길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소자본 창업으로 불과 몇 년 만에 수억원을 버는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그렇다면 초보창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다잡아야 한다. 어깨의 힘을 완전히 빼는 겸손함, 철저한 서비스정신,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리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립심 등으로 완전무장돼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각오 없이는 더욱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외의 창업성공 요인들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일단 결심이 섰다면 먼저 이론과 실무에 관한 창업교육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선진국은 보통 5년은 준비하고 창업하지만 우리나라는 준비기간이 1년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의 창업 실패율이 높은 이유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및 컨설팅사들에서 실시하는 창업교육을 충분히 받고, 창업박람회나 창업설명회 등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대안으로 ‘커리어 창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창업하려는 업종이 과거의 경력을 살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먼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커리어를 충분히 쌓은 후에 시작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직접 경험을 해보면 운영전략도 배울 수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창업자금 대출 등 창업준비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대표적인 곳은 전국 60개 센터로 구성된 소상공인지원센터(www.sbdc.or.kr)를 비롯해 근로복지공단(www.welco.or.kr), 한국여성경제인협회(www.womanbiz.or.kr),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www.kepad.or.kr), 중소기업진흥공단(www.sbc.or.kr) 등이 있다.업종선택의 키워드는 업종의 안정성과 본사의 관리능력이라 할 수 있다. 초보자로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검증된 업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전혀 새로운 업종이나 자신이 잘 모르는 업종을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이때 꼭 유념해야 할 것은 유행하는 업종에 현혹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소자본 창업시장은 진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결코 독점할 수는 없다. 장사가 잘되면 금방 경쟁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유행하는 업종일수록 더욱더 그러하다.따라서 유행하는 업종보다는 자신의 경력이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베테랑 장사꾼은 일선에서 업종의 흐름을 포착, 남보다 빨리 뛰어들어 단기간에 이익을 남기고 슬쩍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초보자는 반짝 유행업종에 현혹돼 막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프랜차이즈 본사의 관리능력 또한 업종선정시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유망업종이라 할지라도 본사가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가맹해서는 안된다. 1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든든한 본점과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본사는 믿을 만하다. 반면 단순히 업종이 잘된다는 것만 내세우고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는 본사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본사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우량 본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선정한 가맹점 다섯 곳 이상 방문해 본사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프랜차이즈 가맹시는 계약 전 반드시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점포입지는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곳을 고를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당한 점포가 나올 때까지 계속 탐색하는 것이 좋다. 많은 점포를 보다 보면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목이 좋은지, 비싼 점포는 아닌지, 업종에 적합한 점포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최근 주목받는 입지는 주상복합 상권이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면서 도심상권은 주춤하는 반면, 주택가를 낀 상권은 주말 매출이 늘고 있어 투자 대비 수익률이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점포개발을 할 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본사나 중개업소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본사는 가맹점 개설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고, 중개업소는 믿을 만하지 않다. 심지어 본사 점포개발팀과 부동산이 뒷거래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창업한 후에는 과학적 경영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점포만 차려두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홍보전략은 구체적으로 세워야 하며, 직원관리 및 자금운영은 체계적으로 하고, 원가ㆍ매출ㆍ재고관리를 위해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 등 전사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의식을 갖고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태도에서 성공창업의 길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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