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ㆍ끈질긴 실험 ‘정상 우뚝’

최초로 난치병 환자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세계 생명공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비롯, 국내 생명공학 연구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곳곳에서 여러 연구팀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끈기 있는 실험으로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연구팀들을 소개한다.서울대 김성훈 교수팀생명현상을 조절하는 기본 물질인 단백질을 만드는 데는 여러 종류의 합성효소가 필요하다. 이들 합성요소는 세포 내 다른 수많은 단백질과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한다. 네트워크의 일부분이라도 자칫 잘못되면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같은 각종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100여개의 단백질합성효소 중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 연구팀이 발벗고 나섰다.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라는 용어 자체도 김교수가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연구팀은 올 초 단백질합성효소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p18이라는 작은 단백질이 손상된 DNA를 치료해 암을 막는다는 연구결과를 세포생물학 권위지인 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p18은 암 억제 단백질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p53의 기능도 조절한다. 무명의 꼬마 단백질이 암 억제 기능의 대명사격 단백질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명령을 내리고 있었던 것. 이는 새로운 암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연구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1998년 과학기술부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됐다.포항공대 김경태 교수팀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막강한 적은? 아마 ‘스트레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 연구팀이 최근 스트레스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를 밝혀 화제를 낳았다. 연구팀의 성과는 세포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5월호 뉴스섹션 특집기사로 소개됐다.우리 몸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연구팀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라는 단백질이 염증을 일으키는 브레디키닌 수용체와 함께 활성화되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성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보통 브레디키닌의 양이 많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보다 신경이 더 예민해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 특히 연구팀은 이 같은 스트레스 유발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여러 요소들을 밝혀냈기 때문에 이를 응용하면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경상대 윤대진 교수팀식물들도 요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척박한 토양, 수질오염, 화학비료 등을 견디다 보면 그야말로 녹초가 될 지경. 이런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식물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다. 경상대 분자생물학과 윤대진 교수 연구팀은 스트레스 적응능력이 뛰어난 식물을 개발하고 있다.연구팀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견딜 때 스모라이가제(SUMO ligase)라는 단백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알아내 지난 5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애기장대에서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파괴해 척박한 환경조건에서 길러봤다. 그 결과 잘 자라지 못했다.식물에서 이 유전자를 활성화해 스모라이가제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도록 하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작물에 적용하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식량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환경생명과학국가핵심연구센터와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인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퍼듀대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식물전문가인 윤교수 연구팀은 올해 초 식물에서 비만과 당뇨병을 억제하는 물질을 추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KAIST 이상엽 교수팀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대사공학연구실의 학생과 연구원들은 실험기구들을 쓰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오로지 컴퓨터뿐. 연구팀의 목표는 컴퓨터로 실제 상황처럼 실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연구팀은 살아 있는 세포를 시뮬레이션하는 가상세포 프로그램을 개발해 ‘메타플럭스넷’이라고 이름 붙였다. 가상세포란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분자들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식으로 구현해낸 것. 이를 이용하면 유전자를 조작하는 등 세포에 변화를 줬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하지 않고도 예측할 수 있다.예를 들면 세포가 어떤 환경에서 특정 단백질을 더 잘 만드는지, 세포가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암이 생기는지 등을 컴퓨터로 계산한다. 이 결과들을 활용하면 실제 실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지난 5월 연구팀은 가상세포 프로그램의 새로운 국제표준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을 분석한 결과를 이제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팀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이상엽 교수는 현재 LG화학 석좌교수, KAIST 생물정보연구센터 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연세대 이종호 교수팀같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를 잘 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꼭 배탈이 나는 사람도 있다. 비슷한 식습관을 가졌는데도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건강하다. 이처럼 음식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연구팀은 그 이유를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음식을 통해 특정 영양소를 섭취하면 개인별 염기서열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되고, 어떤 유전자는 억제되기도 한다. 이런 차이에 따라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조금씩 달라져 체내 대사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음식을 섭취한 효과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실제로 연구팀은 똑같이 저열량 식사를 해 체중이 줄어든 사람들일지라도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혈중 지질성분이나 내장지방의 분포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연구팀의 목표는 유전자 유형별로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것. 그러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개인 유전자별 ‘맞춤식단’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내 유전자가 내게 알맞은 식단을 짜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생명공학연구원 허광래 박사팀신약개발.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약들은 대부분 기존에 외국에서 연구된 메커니즘을 응용하거나 이미 개발돼 있던 성분을 모방해 만든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 최초의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의 박한오 사장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연구실 허광래 박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고유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기로 합심했다.먼저 허박사 연구팀이 효모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유전자쌍 중 한 유전자를 없애는 방식으로 4,500종의 효모군(群)을 만들었다. 여기에 신약으로 개발할 후보물질을 넣으면 이 물질이 작용하는 특정 유전자에만 표시가 나타난다. 약물 후보물질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에 작용하는지를 살아 있는 세포에서 초고속으로 대량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세포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몰랐던 기존 약물도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아내 개량할 수 있다.이 시스템은 지난 4월 바이오니아에 이전돼 실제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세계적인 암 연구기관인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와 공동으로 임상시험에 응용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약 2~3년 후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할 예정이다. 우주공간에 오랫동안 머물려면 뭐니뭐니해도 끼니 해결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오래 있어도 허기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입맛마저 떨어져 우주인들은 자칫 영양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수분을 빼고 냉동시킨 다음 특수용기에 담아 진공포장해 만든 우주식품은 맛도 없고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도 이 같은 ‘고충’을 겪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성이용연구부 변명우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3년부터 우주김치를 비롯한 한국형 우주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김치에 강한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쏘아 미생물을 없애 우주에서 오랫동안 보존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연구팀은 올 4월 CJ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오는 2007년께면 우주김치 완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우주선 ‘소유즈’에 탑승할 한국 최초 우주인은 바로 이 김치를 실제 우주에서 맛보는 첫 주인공이 될 것이다.한국원자력연구소 변명우 박사팀약2~3년 후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할 예정이다. 우주공간에 오랫동안 머물려면 뭐니뭐니해도 끼니 해결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오래있어도 허기를 잘 느끼지 못하구 입맛마저 떨어져 우주인들은 자칫 영양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수분을 빼고 냉동시킨 다음 특수용기에 담아 진공포장해 만든 우주식품은 맛도없고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도 이 같은 '고충'을 겪을지 모를 일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성연구부 변명우박사연구팀은 지난 2003년부터 우주김치를 비롯한 한국형우주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김치에 강한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쏘아 미생물을 없애 우주에서 오랫동안 보존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연구팀은 올 4월 CJ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오는 2007년께면 우주김치 '소유즈'에 팁승할 한국 최초 우주인은 바로 이 김치를 실제 우주에서 맛보는 첫 주인공이 될것이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호용 박사팀거미가 먹이를 먹는 광경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 거미는 침샘에서 강력한 소화액을 분비해 먹이에 주입한다. 잠시 후 먹이의 몸은 소화액의 위력 덕분에 흐물흐물해진다. 그러면 거미가 냉큼 다가가 쭉쭉 빨아 먹는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곤충자원연구실 박호용 박사팀과 바이오벤처기업인 인섹트바이오텍은 바로 이 같은 거미의 소화액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뽑아내 ‘아라자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라자임’(Arazyme)은 거미라는 뜻의 라틴어인 ‘Arachnidae’과 효소라는 뜻의 영어 ‘enzyme’의 합성어다.연구팀이 개발한 아라자임은 세계 최초로 거미에서 뽑아낸 효소. 피부의 각질을 벗겨내는 의약품, 필요 없는 단백질성분을 녹이는 세정제 등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균효과도 있어 질병을 예방하는 의약품으로도 개발 가능하다. 최근 이를 대량생산하는 기술개발을 완료한 연구팀은 미국, 중국, 브라질 등으로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곤충은 크기가 작고 번식력이 강하므로 경쟁력 있는 천연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거미 외에도 100여종 이상의 곤충에서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물질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곤충 자원’이 바이오산업의 효자종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줄기세포는 복제한 인간배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불임치료하고 남아 폐기될 예정인 수정란을 냉동보관했다가 다시 꺼내 해동시킨 다음 배양해도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꾸준히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인공이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 연구팀이다.연구팀은 또한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에 분화유도물질, 성장인자, 유전자 등을 주입해 신경세포와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들은 나 같은 유명 학술지에 실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관련 기술들에 대한 국제특허를 미국, 중국, 호주 등지에 이미 출원해 둔 상황. 배아줄기세포말고 탯줄혈액이나 골수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도 국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로 실제 난치병 환자의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국내 연구팀이 발표하게 되길 기대한다.KIST 신희섭 박사팀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기억현상연구단장인 신희섭 박사는 최근 유난히 ‘상복’이 많았다. 지난해에만 호암상 과학상, 듀폰 과학기술상,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KIST인 대상을 휩쓸었다. 상금만도 약 2억원이라고. 올해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신박사를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그는 명실공히 ‘뇌 박사’로 불린다. 10년이 넘는 기간을 생쥐와 ‘씨름’한 끝에 불안감이나 기억력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냈다. 세계 최초로 통증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신경세포에서 칼슘이온이 오가는 통로가 뇌의 의식과 무의식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뇌에서 일어나는 감정변화나 학습능력 발달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신박사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성과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한 수면조절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위한 통증치료제,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한 기억강화제 같은 약품들을 개발하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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