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 개막…날개 단 땅값

철강도시 개발과 관광리조트 개발 등에 탄력이 붙은 당진, 서산, 태안 등지는 지난해 개발 붐이 일었던 때를 능가할 만큼 투자 열기가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반면 투자자를 관광버스로 실어날랐던 홍성과 예천은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연쇄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문재능 지오랜드 사장은 “지난해에는 아산만 일대가 행정수도 이전 소식으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거품이 일며 ‘묻지마 투자’ 열기에 휩싸였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개발호재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차별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아산만 일대 부동산시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당진 일대 ‘식지 않는 개발 열기’ = “어휴, 난리도 아니네유. 개업한 지 며칠 되지도 않는데 사무실에는 거의 발붙일 시간이 없슈.”(당진군 송악면 복운리 부곡공인중개사 김명규 대표)INI스틸, 하이스코, 휴스틸 등 철강 대기업의 입주, 신행정수도 이전 확정에 이어 최근에는 당진신도시 개발 추진 호재까지 겹치면서 충남 당진군 일대는 지난해 급락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표정이다. 이 일대 주요 개발 가능 부지 가격은 지난해 철강 대기업들의 입주확정과 함께 본격 상승을 시작해 30% 이상 급등했다. 지역의 투자분위기는 수청리, 원당리 등 당진읍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당진읍을 중심으로 시작된 투자 열기는 중심지에서 벗어나 고대공단, 부곡공단 등과 인접한 송악면, 석문면, 송산면, 고대면까지 급속히 확산되며 토지 매수를 위해 찾아드는 외지인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고대공단 서쪽 해안에 위치한 한진포구 일대에는 하루가 다르게 횟집 등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찾아오는 투자자들이 세워놓은 차량들 때문에 해안가의 조그만 주차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지난 4월 초 발표된 200만평 당진신도시 건설 계획안과 5월 말 INI스틸의 고로 건설 계획 확정 발표소식은 이미 달아오른 이 일대 투자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간 유휴부지로 남아있던 유니온스틸의 고대공단 부지 역시 모회사인 동국제강이 주도해 본격적인 철강공장으로 탈바꿈하는 등 당진 일대에는 하룻밤을 자고 나면 색다른 호재가 터져나오고 있는 중이다.송악IC에서 부곡공단으로 들어오는 복운리 일대는 공터로 남아 있던 240여개 필지가 원룸 및 아파트촌으로 속속 변해가는 중이다. 이 지역 부곡공인중개사 김명규 대표는 “원래 수년 전 분양 이후 개발이 중단됐던 필지인데 지난해 말 INI스틸 등 철강기업의 직원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들어서만 60개 필지가 이미 공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분양 당시 이 지역의 필지 가격은 평당 60만원 정도였으나 2년 전부터 급등을 거듭하며 현재 200만∼300만원을 넘어섰다. 이 지역 삼성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빌라를 짓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경기도나 서울 일대의 개발사업자들”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당진 일대 웬만한 개발 가능한 부지는 이미 가격이 상당수준 오른 상황에다 매물도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나와 있는 매물들은 최소 4,000평 이상의 큰 덩치여서 개인투자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현재 당진읍 대덕리 일대 도로를 끼고 있는 관리지역은 평당 60만∼7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도로에서 다소 떨어진 농지도 지난해 말 평당 2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5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진포구 일대 해변조망권이 확보된 준농림지는 평당 100만∼200만원까지 올랐다. 읍내 외곽 쪽에 위치한 원당리와 시곡리, 가락리 일대 전답도 지난해 말 평당 15만원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20만원을 넘어섰다.◇아파트 분양 열기도 후끈 = 지난 4월 초 당진읍 수청리에서 신성건설이 분양했던 1,154가구 아파트 ‘미소지움’은 계약 첫날 75%의 높은 분양률을 보였다. 신성 미소지움 분양사업팀 김진환 팀장은 “최근 2년 사이 당진에서 첫 분양인데다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는 처음 선보이는 터라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순조로운 분양성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양률은 근래 보기 드믄 기록이다.현재 당진군은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지역이다. 이 일대 아파트 분양가는 현재 평당 300만∼400만원 수준이나 올 하반기 대림산업, 주공 등이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토지구입비가 최근 급등하면서 평당 500만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히려 투자 및 분양 열기로 인해 이 지역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들은 자칫 ‘투자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권 전매제한의 된서리를 맞을까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홍성ㆍ예산 효과 어디로? = “남은 거라곤 부동산업자들이 비우고 간 빈 사무실밖에 없지유.”(홍성군 홍성읍 주민 지민석씨)충청권 행정중심복합도시안이 확정,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투기 열풍이 불었던 홍성, 예산 등지는 지금은 싸늘한 분위기만 감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과 후속대책으로 나온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실거래가 기준 양도세 부가 결정은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컸다. 또 정부의 ‘5ㆍ4부동산 규제책’은 그나마 최근 들어 현지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내릴 만큼 내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수그러들게 만들었다.지난해 말 아산신도시 1단계(110만평) 편입지역 내에서 보상받은 주민들이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한 ‘대토’로 홍성읍 주변의 싼 땅을 찾으면서 한때 땅값이 회복세를 보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거래가 사라졌다.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홍성읍 소향리 일대 도로변 곳곳에 들어서 있던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대부분이 간판을 내린 채 음식점 등 다른 용도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한때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30만∼40만원을 호가하던 홍성의 땅값은 10만∼15만원선에서 더 이상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 홍북면 일대 2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관리지역 부지도 20만원 내외에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이전에 가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큰 폭의 회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인근 예산지역도 마찬가지다. 예산읍 주변의 토지들은 지난해 도로를 끼고 있는 관리지역의 경우 4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20만∼25만원선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으며 도로를 벗어난 외곽 농지들은 10만∼15만원선에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활개를 쳤던 기획부동산들도 거의 사라진 채 덕산면 일대에서는 한두 개 업소들만이 토지분할 등을 이용한 호객행위를 하는 정도다. 다만 관광지 개발 호재가 있는 예산군 덕산면 일대를 중심으로 서서히 가격회복 조짐이 일고 있다.덕산면 읍내리 스피드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투기지역 지정 전과는 비교될 수 없겠지만 예당저수지 일대 롯데건설이 개발하는 연 2만평 수준의 오션스파크 등의 오픈이 오는 7월로 다가오면서 주변 땅값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예당저수지 인근 대흥면, 응봉면 일대 토지는 40만∼5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국민관광단지 개발계획이 장기적으로 세워져 있는 내포면 일대도 큰 폭은 아니지만 땅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실질적인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정훈록 오너스코리아 사장은 “뚜렷한 개발호재 없이 행정수도 인접지역, 충남 유망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했다간 돈이 묶일 소지가 크다”며 “한차례 ‘묻지마 투자’ 열기가 지나간 지역에서는 대토수요도 수그러지고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져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선별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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