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달러 ‘엘도라도’ 내가 먼저

바이오신약은 바이오사업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시장규모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지난 1982년 미국 제넨텍이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인간인슐린을 만든 이후 20여년 동안 산업화 과정을 밟아왔다.주로 세포배양, 인체호르몬의 유전자재조합, 유전자조작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바이오신약은 호르몬제, 인터페론, 예방백신 등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85년에 제넨텍이 내놓은 성장호르몬제, 암젠이 개발한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적혈구 생성을 돕는 이포젠(Epogen)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신약들로 꼽힌다.바이오신약의 폭발력은 진작부터 예견돼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유전공학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게놈프로젝트 성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면역단백질, 치료용 항체, 치료용 백신 등이 ‘손에 잡히는’ 유망분야로 급부상 중이다.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03년 말 세계에서 판매 중인 바이오신약은 총 133개, 380억달러 규모다. 기존 합성신약시장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과 5년 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진행형으로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 후보물질만도 400개 안팎에 달하며 이 가운데 과반수가 항암제이기 때문이다. 난치병에 효과 있는 바이오신약이 속속 개발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2010년 시장규모는 1,3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기존 신약시장을 위협할 전망이다. 20여년의 도입기를 지나 앞으로 상용화·산업화 단계만 남은 셈이다.밝은 세계시장 추이에 발맞춰 국내 바이오신약 개발업체들의 행보도 한층 빨라졌다. 지난 2003년에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으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아 11번째 신약개발국으로 올라서는 쾌거를 이뤘다.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고 난관도 적잖다. 팩티브의 경우 시장에 나오기까지 40여개국 1,500개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치며 총 2,8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기업도 쉽지 않은 투자인 만큼 연구형 벤처기업으로서는 상황이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국내 바이오신약기업들의 대부분이 신약개발보다는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의 모방을 통한 수익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신약 벤처기업의 임원은 “바이오신약을 직접 개발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황우석 신드롬에서 보듯, 창의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LG생명과학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대표 바이오신약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순수 연구개발 투자액이 580억원 규모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또 전체 종업원 1,000여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3분의 1 수준인 340여명으로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다.LG생명과학은 80년대 초반(옛 LG화학 시절)부터 유전공학 의약품 및 신약 연구개발에 연간 200억~600억원의 투자를 해왔다. 그간 누적투자액만 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는 국내 제약산업 106년사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차세대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 개발로 이어졌다.팩티브는 만성기관지염의 악화, 폐렴 등 호흡기 감염증에 우수한 약효가 있으며, 치료기간도 기존 항균제에 비해 줄어든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를 포함한 주요 병원균에 탁월한 약효를 보여 감염증 치료의 가장 큰 장애인 내성균을 퇴치할 뿐 아니라 내성균의 발현도 억제할 수 있는 차세대 항균제로 기대되고 있는 제품이다.팩티브는 미국 및 서유럽시장의 제휴사인 오시언트(Oscient)를 통해 지난해 9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더불어 러시아, 터키, 대만, 브라질 등 세계 40여개국에 팩티브 기술을 수출하는 등 세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생명과학측은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에서 약 10%의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세계시장 마케팅 제휴사로부터의 러닝 로열티 등 시장 성숙기에 연간 8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LG생명과학이 공을 들이는 분야가 또 있다. 현재 임상 마지막 단계에 진입, 상품화를 앞두고 있는 인간성장호르몬과 B형 간염치료제 등이다. 인간성장호르몬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약효가 지속되는 서방출형(Sustained release) 인간성장호르몬으로 개발했다. 현재 해외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개발이 순조로울 경우 2008년께 미국 FDA 승인과 함께 글로벌 마케팅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LG생명과학이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B형간염치료제도 현재 세계 각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출시될 경우 15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B형간염치료제시장에서 2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메디톡스 = 2000년 5월에 설립된 바이오벤처로 보툴리눔 및 그 독소(Clostridium botulinum)를 이용한 첨단 바이오신약(Biopharmaceutical), 진단키트, 중화항체, 기능성 화장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벤처 최초로 생물학적 제제(Protein Drug) 자체개발 및 생산에 성공해 해외 유명 제약기업들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독보적인 실적을 자랑한다.메디톡스의 주력 제품은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의약품(Botulinum Toxin Type A). 보톡스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지난해 큰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 4개 회사만이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다 400억원대 국내 소비량 전량이 수입되고 있어 수입대체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해외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도 대단하다. 모건스탠리는 보톡스 관련 시장에 대해 “2010년까지 매년 상당한 시장성장이 예상돼 약 2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 메디톡스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기도 했다.현재 메디톡스는 유럽, 미국 등의 파트너와 공동 연구개발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전세계 고객으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다”면서 “향후 5년 이내에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메디톡스의 성과는 투자유치로 이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 정부 연구지원금 등 지금까지 약 90억원을 유치했으며 최근에도 동원창업투자로부터 15억원을 유치했다. 지난 4월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한국 바이오벤처 가운데 처음으로 메디톡스를 인터뷰, 분석보고서에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툴젠 = 자체개발한 유전자스위치 원천기술을 다양한 생명공학분야에 적용, 사업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생명공학회사다. 툴젠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은 진그립(GeneGrip) 기술. 세포 내에 존재하는 수천, 수만개의 유전자 가운데 특정한 유전자를 껐다, 켰다 조절하는 유전자스위치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관한 것이다.툴젠 연구진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전자스위치 가운데 징크핑거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특히 인간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징크핑거 유전자들 중에서 특정 DNA 염기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50여개를 골라내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중요한 유전자들을 활성화 또는 억제시키는 유전자스위치를 개발했다. 또 유전자스위치 수십만개를 세포에 도입한 후 원하는 세포형질을 유도하는 게놈그립(GenomeGrip) 기술도 보유 중이다.현재 툴젠은 이 기술들을 활용한 항암치료제, 심혈관질환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최대 관심사가 된 줄기세포의 분화를 조절하는 연구도 시작한 상태다. 툴젠 관계자는 “다양한 질병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능의 치료제 개발에 국내외 제약ㆍ생명공학회사가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고 “농업, 환경, 의약, 에너지 등 생명체와 관련 있는 모든 생명공학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이미 미국 L사에 신약개발기술을 판매하는 등 상업화 물꼬를 튼 상태이며 장기적으로는 치료제 개발을 완료한 뒤 라이선스 수출 등을 통한 대규모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