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부럽지 않은 보물 ‘수두룩’

‘잃어버린 10년.’ 90년대 이후 일본경제를 표현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승승장구한 기업들이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하고 국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낸 회사들이 여럿 있다. 굳이 도요타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 도요타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재무구조도 튼튼하다. 하지만 도요타 외에 다른 기업들도 ‘포스트도요타’를 노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대표적인 업체가 히로세전기다. 1개에 100엔도 안되는 커넥터 전문기업이지만 마쓰시타전기산업의 22배나 되는 수익력을 자랑한다. 또 매출액의 2년치에 해당하는 현금보유량을 갖고 있다. 소니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액수다. 무차입경영은 기본이다. 경영 관련 수치는 더욱 히로세를 돋보이게 만든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히로세가 긴급상황이 생겨 ‘매출액 제로’ 상태가 8년간 지속돼도 채무 초과에 빠질 일은 없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요타은행’ 대신 ‘히로세은행’이라고 말할 정도다.히로세는 이익률을 최우선한다.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생산할 때 가장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지 항상 체크한다. 지금도 이익만 나면 아주 소량이라도 만들어준다. 회사의 기본방침을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품종만 4만7,000여종에 이를 정도다.자전거부품을 만드는 시마노의 경영성과 역시 놀랍다. 빚이 없는 기업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자전거업계의 인텔’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2003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1,370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단기순이익만 132억엔에 이르렀다. 일본 시장이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온 자전거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 회사가 뛰어난 실적을 내는 비결은 해외시장 공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3%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미 60년대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이 회사는 6시그마를 99년 도입해 잘 정착시킨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불량품을 줄이고 품질제일주의를 일찍이 실현한 셈이다.디지털카메라용 렌즈를 만드는 타무론 역시 최근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부품사업에 눈을 돌려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궈냈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성공적인 사업구조 개편에 힘입어 업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한 디지털카메라용 렌즈는 전체 매출액 가운데서도 6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렌즈사업 비중은 전체의 2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출액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타무론의 최대 강점은 ‘카멜레온 경영’이다. 경영환경에 맞춰 적절하게 변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디지털카메라용 렌즈만 해도 굳이 자체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고 있고, 이는 결국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좋은 기업이란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을 의미한다.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제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일부 일본 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채 없는 재무구조 덕분이다. 앞서 소개한 히로세전기, 시마노, 타무론 외에 일본에서 성공사례는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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