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간 신제품 ‘현금만 5백억’

IMF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난 이후 무차입경영이 마치 우리나라 기업이 추구하는 절대가치인 양 돼버렸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무차입경영 달성을 자랑하거나 장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사실 무차입경영이 가장 건전한 기업형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무리한 투자보다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무시할 수 없는 기업가치의 판단기준이 된다. 특히 무차입경영을 달성한 거의 모든 기업들은 수익성이 좋고 재무구조도 우량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우량 제약사의 대명사인 경동제약이 좋은 예다.경동제약은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1999년에 무차입경영을 실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경동제약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며 조기에 무차입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사의 체질과 능력에 맞으면서도 차별화된 전략을 채택하고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경영자원과 핵심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판단된다.경동제약의 수익성은 경이적이고 성장세도 경쟁사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2004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무려 37%다. 상장 제약사 평균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고수익성을 가능케 했던 경동제약의 차별된 핵심전략은 선발 제네릭의약품(특허만료의약품) 개발전략과 합성기술 개발을 통한 원료의약품 국산화 전략이다.이 두 핵심전략은 정도영업의 추구와 함께 경동제약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선발 제네릭의약품 개발전략은 경쟁이 덜한 시장에서 선점이익(First-mover advantage)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 또 원료의약품을 직접 개발함으로써 자체 생산한 원료에 대한 약가 혜택도 마음껏 누리게 됐다. 통상적으로 선발 제네릭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가격의 80%를 받게 된다. 그런데 직접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경우 100%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이미 88년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제 및 원료합성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97년과 2000년에 각각 원료합성공장을 완공함으로써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높은 수익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일찍부터 같은 선발 제네릭의약품 전략을 구사해 온 한미약품과도 많은 차이가 있다. 한미약품이 성장 지향형이었다면 경동제약은 수익지향형이다. 그 결과 설립시기가 비슷한데도 한미약품의 외형이 5배 정도 크다. 하지만 수익성은 경동제약이 영업이익률 기준으로 3배 이상 높다. 경동제약은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단순 제네릭의약품의 개발을 지양하고 새로운 제법이나 개량제형의 개발로 가능한 슈퍼 제네릭의약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이런 전략하에서 이뤄진 가장 두드러진 성공사례는 고혈압치료제 펠로디핀(한독약품의 무노발)의 선발 제네릭인 디로핀이다. 98년에 제법개발과 원료의 자체 합성을 통해 제품허가를 획득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무려 1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액 중 26%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유로날서방정(탐스로신), 대상포진치료제 팜크로바(팜시클로바) 등 선발 제네릭을 출시했다. 이들 품목은 올해부터 경동제약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무차입경영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잉여현금을 활용한 주주배려정책이 중요하다. 경동제약의 배당수익률은 2001년 이후 줄곧 5%를 웃돌았다. 지난해 주가급등으로 인해 배당수익률이 크게 낮아졌지만 약 200억원 규모의 공장 신축이 완료되고 나면 배당률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배려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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