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정화 큰 성과…법개정 계획 없어

자율준수 프로그램 호응 높아 … 유통업 한축 성장 기대

“소비자 피해사례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직접판매공제조합, 특수판매공제조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보호원의 자료에 따르면 네트워크 마케팅과 관련한 피해상담 건수는 41% 가량 줄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시장이 많이 건전해졌다는 의미죠.”1995년 방문판매법이 시행된 지 10년. 이 법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황정곤 특수거래보호과장은 이 기간에 소비자 피해사례가 줄었다는 점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먼 게 사실이다. 불법업체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공제조합에 등록된 합법적인 업체는 걱정할 게 없습니다. 피해가 발생해도 조합이 보상을 해주는데다 기업들의 윤리의식도 많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업체는 사정이 다릅니다. 매출신장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떳다방’처럼 실속을 차린 후 사라지는 등 암암리에 사업을 해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불법업체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인력부족 탓도 크다. 현재 방판법 관련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거래보호과가 유일하다. 최소한 2개과는 있어야 하지만 조직재편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황과장은 말했다.방판법 시행 후 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확보됐지만 업계의 불만도 적잖다. 통신판매 등 방판법이 규율하는 다른 업태에 비해 유독 다단계판매에 규제가 몰려 있는데다 규정이 지나치게 세세해 사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판매에 비해 규제 강도가 높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에 따라 방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다른 판매방식에 비해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도 많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형평이 맞지 않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시장이 건전해졌다고 하지만 규제를 완화해도 될 정도로 정화가 됐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방판법 개정에 관한 한 현재 진행되는 것은 전혀 없고 계획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태조사나 연구용역 등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활동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시장이 충분히 투명해지고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이뤄지면 방판법 개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황과장은 말한다. 미국의 암웨이 정도로 국내기업이 안정화되면 개정도 고려할 만하다는 것. 또 세세한 규제조항은 오히려 업계에도 유리하다고 황과장은 강조했다. 위법과 합법이 분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업계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는 설명이다.최근 업계에서는 ‘포인트 마케팅’이 대유행이다. 이 마케팅은 상품 거래를 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불법행위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황과장은 방판법상 아무런 위법사항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포인트 마케팅 자체는 마케팅의 한 방법일 뿐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라는 것. 다만 이 마케팅에 의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강력하게 규제해 나갈 계획이다.공정위의 주요 기능이 규제와 단속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밖에도 피해의 예방을 위한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실시하고 있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공정위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기업에 한해 설사 위법이 발견되더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시장 정화에 업계의 자율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참여기업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기업의 직원들이나 판매원들이 공정위와 방판법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법 의지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혜택의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정부가 규제만 할 뿐 업계의 발전과 육성에는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이미 시장규모로 보면 인터넷쇼핑이나 홈쇼핑에 버금가고 종사자가 수백만에 이르는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업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졌고 시장규모도 유통업의 한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판매원들의 수준도 월등히 높아졌고요. 하지만 공정위에 산업 육성책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법집행을 엄격하게 해 정상적인 업체들은 마음 놓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상단 바로가기